발본색원(拔本塞源)이란 사자성어는 근본을 빼고 원천을 막아버린다는 뜻이다. 이를 회계투명성에 대입하면 공익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분식회계 사기를 뿌리째 뽑아버리라는 뜻이다.
대부분의 정상적 기업은 투명회계하고, 외부감사를 제대로 받는 우량기업은 투명정보를 공시한다. 그러나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기업이 돌발악재에 휘말리거나 구조적으로 재무상태와 경영실적이 나쁜 회사의 경우 은행차입금의 계속연장과 외부자본금 증자유치를 위해 분식회계의 유혹에 빠진다. 나쁜 것을 좋게 보이려는 것은 기업의 본능이다.
이러한 분식회계 사기 본능은 기업내부 감시기구 간에 서로 견제하고, 문제소재를 원천적으로 없애도록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소유자가 직접 경영하는 한국현실에선 정말 어려운가 보다.
그래도 터져나오려는 분식회계사기를 발본색원할 수 있는 마지막 관문은 독립된 외부감사다. 여기서 뚫리면 시장에 공시된 분식회계는 불특정다수투자자 등 선량한 국민과 국가 및 전세계 외국인투자자들에게 막대한 공익피해를 꼭 입힌다.
공익피해가 일단 발생되면 해당기업은 배상능력이 없어진 뒤이고 아무리 징계·처벌·민사·형사·행정소송해봐도 발생된 피해액의 극히 일부도 제대로 못 건진다. 집단소송을 통해도 고의성입증불가, 피해인과관계의 직접연관성 부족, 손실액 계산불가능성, 피해당사자의 가성비부족 등으로 인해 감사인으로부터 최소한의 손해배상도 얻어내기 어렵다 한다.
기업내부의 분식회계과정이나 공모증거는 외부에서 관찰할 수 없다 해도 분식회계 사기 도둑이 밖으로 빠져나갈수 없도록 하는 최종관문인 외부감사 과정은 제3의 독립적 관계이며 외감법 등으로 감시와 통제가 가능하다. 외부감사인을 통제하는 기관도 금융위, 금감원, 한공회, 검찰, 법원, 투자자국민, 대출은행 등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
그런데 자본주의의 파수꾼이라고 불리는 감사인(회계사)를 애초부터 기업이 임의로 선임하고, 감사업무 대가도 지불하므로, 정신적·물질적 독립성을 지키기 어렵다. 다음 년도 외부감사도 감사한 마음으로 계약연장받아야 하므로 소신있는 감사의견을 내기도 쉽지 않다. 기업의 오너 회장부터 경리실무자까지 기업 마음대로 작성되지 않는 감사보고서는 극렬 반대한다.
원래 파수꾼이라면 일반적으로 백성들(기업)보다 좀 더 높은 곳에서, 기업으로부터의 생계에 영향을 받지 않고 감시·조사·순찰해야 문제가 보인다. 대부분의 파수꾼격인 국회국정감사·감사원·검찰·경찰·법원·공정위·국세청·금감원·감사관 등은 모두 납세자·국민 등의 이해관계인과 보수를 직접 주고 받는 경제적 연관관계가 없고 주로 국가공권력을 가진 사회인프라 정부기관들이다.
이들은 징계권·기소권·조사권 등의 공권력을 국가로부터 부여받으며 피조사자로부터 어떠한 업무보수도 받지 않는다. 그러나 회계감사인은 피감기업으로부터 간택받고 이들로부터 업무보수도 받아야 하니 독립적 회계감사권이라는 무기는 없는거와 같다. 파수꾼이 기업보다 낮게 기면서 영업해야하고 감사권이라는 무기도 유명무실하니 무장해제된 파수꾼은 제대로 파수할 수 없다.
기업들은 구미선진국이 회계감사를 자유선임하므로 한국도 자유선임과 경쟁이 자본시장원리에 맞는다고 현행제도고수를 주장하고 있다. 그나마 회계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의원입법발의하고 한국공인회계사회 및 청년회계사들 다수가 지정감사를 강력 주장해서, 상장사에 한해 자유계약 6년 후 3년 지정받는 외감법 전면개정이 지난 10월 공표되었다.
회계전문가들과 대다수 연구논문들은 감사인을 지정받을수록 감사품질이 더 높아짐을 입증하여 왔다.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도 맞다. 그래서 정부는 문제·불량기업들을 일부 골라서 감사인을 지정해 왔다. 그러면 소신있게 감사하므로 감사품질이 올라감을 모두 잘 알고 있다.
회계감사는 사회공공인프라격의 국가공공재이므로 소유와 경영이 분리 안 된 한국은 여기에 걸맞게 전면지정제로 운영해야 한다. 그래도 안되면 현행의 감사인자유선임제에서 대기업은 대형회계법인이 중소기업은 중소회계법인이 감사할 수 있도록 전면지정제하에서 규모별 차등배정제를 부분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그리고 감사보수도 법정화되고 기업이 법정금액을 금감원이나 공인회계사회에 미리 공탁하도록 하면 감사인은 경제적 독립성이라도 확보받을 수 있으니 소신있는 감사가 가능하다. 감사영업을 하고 가격협상과 수금활동을 하면 파수꾼의 힘은 없어진다. 지정제하에서는 내년의 감사계약연장여부에 대해서도 초월하니 감사인은 정신적 독립성도 완전히 확보한다. 지정제하의 독립성이 감사인의 유일한 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