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증권사 피소 건수 한국투자 메리츠 NH 순 많아
소송가액은 NH투자 1523억으로 1위 불명예
NH투자, 피고 신분 소송액…순이익 대비 50% 초과
증권사 상대 소송 막대한 비용 초래 지적도
국내 10대 증권사 가운데 고객과 기업으로부터 가장 많은 소송을 당한 곳은 한국투자증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가액기준으로는 유일하게 1000억원대에 소송에 휘말린 NH투자증권이 가장 컸으며, 순이익 대비 소송가액 비중 역시 NH투자증권이 가장 높았다.
8일 각 증권사의 사업보고서(별도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자본규모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가 피고로 연루된 소송 건수는 총 143건, 소송금액으로는 3188억 1300만원에 달했다.
10대 증권사 가운데 피소당한 소송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한국투자증권(31건)으로 집계됐다. 그 다음으로 메리츠종금증권(26건), NH투자증권(24건), 미래에셋대우(15건), 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11건) 등의 순으로 많은 소송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증권·KB증권(8건), 대신증권(7건), 키움증권(2건) 등은 상대적으로 소송건수가 적어 고객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을 당한 금액이 가장 큰 증권사는 NH투자증권으로 1523억 500만원의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 다음으로 한국투자증권(628억 4600만원), 미래에셋대우(353억 9900만원), 메리츠종금증권(214억 1600만원), 신한금융투자(210억 300만원), 삼성증권(94억 6100만원), 하나금융투자(92억 1200만원), KB증권(60억 8100만원) 순을 보였다.
대신증권(5억 3500만원), 키움증권(5억 5500만원)은 비교적 피소금액이 낮았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진행 중인 소송은 24건, 1523억 500만원을 기록해 10대 증권사 가운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가 피소된 소송 수는 2016년 말(17건) 보다 7건이, 소송가액은 1262억 4500만원에서 260억 6000만원 증가했다.
NH투자증권은 피소금액 2위를 차지한 한국투자증권에 비해 2.4배가 넘는 소송금액을 나타냈다. 소송가액은 같은 기간 벌어들인 순이익 2814억 7200만원의 절반이 넘는 수치를 보였다. 소송에서 패하는 사건이 많을 경우 증권사의 손실로 확정돼 벌어들인 이익의 상당부분을 토해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특히 10개 증권사에 제기된 소송가액 중 47.8%가 NH투자증권에서 나타나 증권사 규모에 비해 거액의 소송을 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 피소 내역으로는 신재생에너지관련 유동화증권(신용보강자:KT ENS) 매매 대금 808억원에 대한 반환 청구 소송과 의정부시 워터파크 사업관련 펀드투자자 가입액 300억 300만원에 대한 불완전 판매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이다.
이어 한국투자증권은 31건의 소송에서 628억 4600만원 규모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소송건수 기준으로는 10대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소송에 휘말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16년 말에 비해 소송건수가 13건이나 늘었으며, 소송금액도 524억 7700만원에서 103억 6900만원 증가했다. 이 회사의 소송가액은 순이익 대비 16.74%를 기록해 NH투자증권과 함께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3위는 미래에셋대우로 15건, 353억 9900만원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는 이 회사가 지난해 3분기까지 벌어들인 순이익 3222억 1900만원의 10.99%에 해당하는 수치여서 실적의 안정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다만 소송액 기준으로 1~2위 증권사와의 격차가 컸던 점은 위안거리다.
주요 소송내용은 채권관련 손해배상 소송이 202억 100만원으로 상당수를 차지했으며, 펀드관련 부당이득금(56억 3900만원)과 임의·일임매매 건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손해배상(95억 5900만원) 등의 소송도 제기된 상태다.
메리츠종금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각각 소송금액 214억 1600만원, 210억 300만원으로 4~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회사는 2016년 말에 비해 소송건수는 각각 1건, 3건이 늘었다.
메리츠증권은 같은 기간 소송금액이 921억 1500만원에서 706억 9900만원 감소해 10대 증권사 가운데 소송가액이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반면 신한금투의 경우는 179억 1100만원에서 30억 9200만원 늘어난 210억 300만원으로 상승했다. 이 회사는 순이익 대비 소송가액 비중(14.10%)도 높은 편에 속했다. 특히 이 회사는 금융업계 간 다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투는 하나은행으로부터 128억 660만원 규모의 KT ENS 매출채권 자산유동화대출(ABL) 지급보증금 청구 소송을 당했다. 또 KB증권으로부터 특정금전신탁계약상 운용지시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건으로 23억 7600만원의 소송에 휘말려 있다.
이밖에 삼성증권(94억 6100만원), 하나금융투자(92억 1200만원), KB증권(60억 8100만원) 등도 수십억대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같은 기간 삼성증권은 소송건수는 2건, 금액은 26억 6900만원 감소했다. 반면 하나금융투자는 소송건수는 4건, 소송금액은 22억 2500만원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삼성증권(4.67%)과 KB증권(3.98%)의 경우는 초대형 IB 중에서 5% 미만의 순이익 대비 소송가액 비율을 보인 점이 눈길을 끌었다.
KB증권이 피고로 있는 주요 소송은 모 지점 직원이 원고인 지인들에게 원금보장과 고수익을 미끼로 받은 투자금에 대해 수익금은 물론 원금을 돌려주지 않자 회사의 사용자책임을 이유로 제기한 33억 61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건이다.
이에 대해 KB증권 측은 "원고가 당사와 직접 거래관계가 없는 차명 은행계좌로 거래한 투자자이므로 패소가능성이 비교적 낮으나, 패소할 경우 패소부분에 대한 대지급금은 발생 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6년 말 1건(2억 4000만원)의 소송이 있었던 키움증권은 2건(5억 5500만)원의 소송이 진행돼 큰 증가폭을 보였다.
대신증권의 경우는 소송건수가 같은 기간 6건에서 1건이 증가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3분기말 소송가액은 5억 3500만원으로 전년 말(3억 7300만원) 보다 1억 6200만원이 증가했다.
다만 키움증권과 대신증권은 순이익 대비 소송 비율이 0%대에 그쳐 10대 증권사 중 가장 건전한 영업활동을 펼친 것으로 평가됐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에 패소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충당금 적립을 하기 때문에 재무상 문제는 없겠지만 소송 건수나 피소 금액이 많다는 점은 향후 언제든지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분쟁은 시간·금액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