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등 건물에 붙는 재산세가 올해부터 시가기준으로 완전히 바뀌어 과세됨에 따라 서울 및 수도권 자치단체들이 지난해에 이은 재산세율 인하 결의를 속속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재산세 파동의 선봉에 섰던 강남구는 주민들은 오히려 세율인하를 반대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강남구 주민들의 이같은 입장은 올해는 강남권이 아닌 중구를 시작으로 관악·용산·양천구 등이 탄력세율을 적용해 재산세를 낮췄으며, 오는 18일 강서구 의회가 재산세 인하여부를 결정할 계획을 갖고 있는 등 재산세 인하경쟁의 불길이 번지려던 터에 나온 것이기 때문.
이어 최근에는 경기도 성남시, 광명시, 용인시, 과천시 등도 잇따라 재산세율 인하를 결정했다.
강남구는 8일 "지난 3일부터 이틀간 재산세 세율인하에 관한 주민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82%에 달하는 절대다수의 주민들이 재산세율 인하를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강남구 관계자는 "직능단체, 전문가, 지방의원 등 주민대표로 구성된 관내 26개동 주민자치위원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였다"며 "조사결과 응답자 446명 가운데 불과 81명(18%)만 찬성의견을 냈을 뿐, 반대자가 365명(82%)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세율인하를 반대하는 이유와 관련 강남구는 "올해부터 세부담 50% 상한제가 실시돼 탄력세율을 적용해도 대부분의 중소형 아파트는 세부담 인하 효과가 없고, 대형아파트만 세금이 크게 감소해 조세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내다봤다.
강남구 관계자는 "세율을 낮추면 세부담 경감혜택을 보게 될 상당수의 대형아파트 소유자들조차 당장의 이익보다는 조세형평성을 우선시켜야 한다"며 "탄력세율 반대라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해에는 서울시 25개 자치단체 중에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권을 필두로 20곳의 자치단체가 기존의 면적기준 과세에서 시가의 일부를 반영한 재산세 과세로 인한 급격한 재산세 인상에 반발, 10-30%의 탄력세율을 적용해 재산세를 깎아주는 소동을 벌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