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한 김정훈씨 사외이사 선임
KT&G엔 사외이사 후보 2명 추천… 백복인 사장 연임 반대
IBK기업은행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기업은행은 최근 KT&G에 대해 경영참여를 선언하고 주주 제안으로 KT&G 사내이사 2명을 추천했다. 이어 기업은행의 사외이사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를 선임했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금융계 일각에서는 기업은행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친박(친 박근혜)인사로 알려진 김도진 행장이 문재인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KT&G로 외연을 넓히고 친문(친 문재인) 인사를 영입해 '방어막'을 갖추려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의 카드로 풀이하고 있다.
이번에 기업은행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김정훈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전문위원 겸 운영위원은 지난해 말 임기가 만료된 성효용 사외이사의 후임으로 임기가 2018년 2월 13일부터 2020년 2월 12일까지다.
김정훈 이사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금융연수원지부 위원장, 한국금융연수원 총무부장, 연수운영부장, u-러닝부장, 감사실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기업은행은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 출신의 이용근 사외이사를 비롯해 3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앞서 기업은행은 KT&G의 사장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주주제안으로 사외이사 2명을 추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2일 KT&G 지분의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하고 숭실대학교 오철호 행정학과 교수와 법무법인 서울의 황덕희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KT&G는 2017년 9월 말 현재 6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최경원 사외이사는 임기가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 때까지로 되어 있고 윤해수·이은경 사외이사가 2019년 3월, 송업교·이준규·노준화 사외이사가 2020년 3월까지 임기로 되어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KT&G
기업은행은 임기 만료되는 최경원 사외이사 후임으로 추천한 사외이사 1명을 선임하거나 이사 수를 늘려 추천 후보 2명을 모두 수용해 줄 것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T&G는 현재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6명 등 8명으로 이사진을 구성하고 있지만 정관에는 10명까지 둘 수 있다.
기업은행은 이같은 점을 이용해 KT&G가 최 사외이사의 유임을 원할 경우 사외이사 수를 늘려서라도 자신들이 추천한 2명의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의 이같은 KT&G 사외이사 밀어넣기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5085억원을 거둔 기업은행이 사외이사 3명을 두고 있는데 비해 KT&G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1642억원을 올리면서 6명의 사외이사를 두고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작 기업은행 이사회는 사외이사 3명으로 최소화한 가운데 친문 인사를 선임하면서 투자회사인 KT&G에 대해서는 사외이사 증원과 교체를 강요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2일 보유 KT&G 주식이 951만485주로 예전과 동일하나 지분율이 5.75%에서 6.93%로 높아졌다고 공시했다.
기업은행이 KT&G의 2대주주로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의사를 타진하지 않고 사외이사를 밀어넣으려 할 경우 또다시 낙하산 인사의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2017년 9월 말 현재 지분 KT&G 지분 9.09%(1248만2705주)를 갖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KT&G
기업은행은 2명의 사외이사 추천과 함께 내달 중순 열리는 KT&G 주주총회에서 백복인 사장 선임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낼 것으로 알려져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기업은행은 최근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와 접촉해 백복인 사장 선임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5일 백복인 사장을 차기 사장후보로 선정했고 이사회에서 확정한 바 있다.
하지만 기업은행이 백 사장의 선임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함으로써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의 공조 여부도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백복인 KT&G 사장은 이 회사의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인수 과정에서 제기된 분식회계 등의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된 바 있고 금융감독원도 이 사건을 감리 중이다.
기업은행은 KT&G 사장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주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KT&G 경영 개입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지분 51.8%(2억9010만9219주)를 갖고 있는 기업은행이 친문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을 볼 때 과연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