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한국GM 이사회서 산업은행측 사외이사 3명은 기권
정동영 의원 “산업은행을 배임·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겠다”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발표한 이후 GM 본사의 KDB산업은행 '패싱'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의 2대주주이지만 GM 본사는 산업은행을 제쳐두고 국회, 지식경제부, 산업자원통상부, 금융위원회 등과의 협상에 주력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의사결정 과정에 산업은행을 배제하려는 듯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GM의 부실경영에 대해 적절하지 대처하지 못한 산업은행을 문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산업은행 측은 한국GM에 이사회 결과나 경영정보에 대한 공개를 요구했지만 한국GM이 비상장회사라는 이유로 2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요청을 무시했고 상법상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호소하며 동정론에 호소하는 듯하다.
그러나 한국GM이 산업은행의 자료 요청에 대해 무시하더라도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할 경우 국내 상법상으로도 이사진의 배임행위를 문제 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어 산업은행이 한국GM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상법에 보장된 회계장부 열람권 등 주주권리를 제대로 행사했다면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와 같은 사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의 한국GM에 대한 투자는 국민의 세금이며 한국GM이 잘못될 경우 혈세가 날아가게 된다. 또한 한국GM에 신규 자금을 투입할 경우도 결국은 혈세로 충당되는 셈이다.
배리 앵글 GM 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군산공상 폐쇄 발표에 앞서 지난 1월 기재부와 산업부, 금융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나 우리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GM 본사는 아예 2대주주인 산업은행을 제쳐놓고 정부와 협상에 나서려하고 있고 지난 20일에는 국회를 방문해 지원을 요청하면서 2종류 신차 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배리 앵글 사장은 국회를 방문한 다음날인 21일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과 면담을 가졌으나 이 회장은 이자리에서 8가지 안을 제시했을 뿐 아무런 합의도 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리 앵글 사장은 다음날에는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과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을 만나 한국GM에 대한 지원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한국GM의 2대주주이지만 책임있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고 그저 정부의 눈치만을 살피고 있는 형국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6년 4월 한국GM의 경영실태 파악을 위해 경영진단컨설팅을 제안했지만 GM과 한국GM 측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또 지난해 3월에는 주주간 계약서를 근거로 한국GM에 대한 주주감사권 행사를 결정하고 회계법인과 함께 감사에 착수했지만 한국GM측의 비협조 등으로 한 달여 만에 중단했다.
한국GM은 군산공장 폐쇄 발표에 앞서 지난 9일 이사회를 열어 군산공장 폐쇄 결정안을 의결했다.
당시 산업은행 추천 사외이사 3명은 안건에 대한 사전설명이 없었다는 이유로 모두 기권했고 군산공장 폐쇄 결정안은 변변한 반대의견 조차 없이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의 이사진은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합쳐 모두 10명이다.
산업은행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안이 의결됐음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정부에 늦장 보고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산업은행에 대해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군산공장 폐쇄는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함을 드러내는 표본”이라며 “한국GM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을 배임·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이 2대주주로서 한국GM의 부실경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무능함을 보여줌에 따라 GM 본사가 고의로 산업은행을 무시하고 정부측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결국 산업은행이 자초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