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을 묻는 질문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이다. 최근 분당 판교 등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세에 온나라 들썩이지만 청와대는 ‘대책’을 입에 올리길 꺼리는 분위기다.
13일에도 이해찬 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회의를 투기조사 방침을 제시했지만 이는 일상적 대응일뿐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은 아니다.
"투기적 이익에 대해 모든 정책을 동원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주택시장에서 생기는 모든 이익은 국민이 공유해야 한다" "창조적 소득은 인정하되 투기적 소득은 정부가 일체 인정하지 말자" 등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쏟아낸 발언과 비교하면 ‘조심스러움’도 느껴진다.
이는 "신뢰가 문제다"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우선 5.4대책의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또 내놓기가 부담스럽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5.4대책에 대해 시장의 신뢰가 없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대책'의 내용에 앞서 '시장의 신뢰' 회복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노 대통령의 인식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부동산 정책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유명한 노 대통령은 최근에도 수시로 보고를 받고 꼼꼼이 챙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지난달부터 일부 지역의 집값 폭등세를 목격하며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안정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는커녕 투기를 조장하고 집값 상승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 지난달 3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목표와 정책수단의 불일치는 없는지 특별히 점검해 달라"고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는 17일로 예정된 '부동산 정책 점검 회의'는 이같은 고민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비공식 회의로 정책이 결정되는 자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미 예정돼 있던 회의"라고도 했다. 최근 집값 폭등세와의 연관짓는 시각을 차단한 것.
그러면서도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할 예정이며 다양한 의견을 들을 것"이라며 그림을 다시 그려보기 위한 자리"라고 회의 위상을 설명했다.
이어 "인식의 공유가 이뤄진 뒤에야 정책을 다시 개발해야 할지, 아니면 판을 다시 짤지가 결정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이 총리 주재 회의에서 건설교통부, 재정경제부, 행정자치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속적 점검 및 검토를 한 뒤 종합대책을 강구키로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책 수단과 목표간 불일치에 대한 각 부처의 분석과 설명을 토대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것이란 얘기다. 경우에 따라 10.29 대책 이후 지속돼온 규제 일변도 정책에 변화가 꾀해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방향 설정에 관계된 만큼 청와대를 비롯 정부는 신중한 접근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같은 비공식 회의가 2-3차례는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