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미국 행정부의 반독점 규제 위반 우려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문제에 정통한 업계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2014년 중단된 미국 3,4위 무선 통신사인 스프린트(Sprint)와 T모바일(T-Mobile)의 인수합병 협상이 재개된 것으로 보인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양사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1억27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 차세대 무선통신 규격인 5G 구축을 통한 1위 버라이존과 2위 AT&T와의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전 협상은 지난해 11월, 평가금액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해 끝났지만 이후 320억 달러(34조1536억 원) 달러에 이르는 스프린트의 장기부채로 인해 효과적인 경쟁이 가능하겠냐는 의심이 시장에 퍼지면서 주가가 20% 가량 하락했다.
스프린트의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SoftBank Group Corp)는 지난해 말 기준 1470억 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올해 중 새로운 휴대전화 단말기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양사는 네트워크 투자에 소요되는 재무적 부담을 공유하기 위해 협상을 재개키로 결정했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다만 이번 협상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T모바일의 지분 63%를 보유하고 있는 독일 도이치 텔레콤(Deutsche Telekom)으로 어떤 방법을 통해 자사의 결합 재무제표를 상승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관측이다.
도이치 텔레콤은 합병 후 T모바일의 자사 지분이 50%를 상회하는 수준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질 경우 추가 출자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편 지난해 11월, 소프트뱅크 마사요시 손(Masayoshi Son) 회장은 스프린트의 다른 선택을 찾기 위해 자신이 설립한 비전펀드에 1000억 달러의 펀딩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애널리스트들은 “T모바일이 없다면 스프린트는 네트워크(통신망)에 투자하고 포화상태에 이른 통신시장에서의 경쟁에 필요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스프린트가 자체 생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양사의 합병은 지난 2014년 대두된 반독점 규제법에 발목을 잡힐 우려가 여전하다. 소비자 보호단체들은 “4개의 주요 통신사업자들의 경쟁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할인을 받고 있지만 합병은 이러한 추세를 바꿀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미 법무부 독점금지국(Antitrust Division) 캐롤린 홀랜드(Caroline Holland)도 “양사는 합병을 통해 버라이존과 AT&T와 보다 효과적인 경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매우 회의적”이라며 “4개 회사의 경쟁이 소비자에게 더욱 유익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