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기획부동산업체에 대한 일제 심층조사에 나선 것은 투기를 조장하는 비정상적인 기획부동산업체를 근절하지 않고서는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국세청 한상률 조사국장은 23일 "국세청은 지난 3월말 법인세신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법인세신고내용을 토대로 기획부동산업체에 대한 집중적인 분석을 벌여왔다"며 "23일 오전 투기조장 기획부동산업체 95개에 대해 일제 심층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심층세무조사는 과거의 '특별세무조사'와 같은 유사한 것이다.
한 국장에 따르면 기획부동산업체는 대부분 자금을 제공하는 실사업자가 소위 '바지사장'을 내세워 강남의 테헤란로 주변의 고급빌딩에 여러 개의 법인을 설립, 전국에 걸쳐 국지적으로 투기적 가수요를 부추겨 토지가격을 상승시키는 부동산투기 주도 세력이다.
이들은 법인단위로 지방의 임야·농지 등을 수십만평씩 대량으로 저가 매집한 뒤 이를 100∼200평 단위의 소규모로 분할, 텔레마케팅과 다단계판매를 이용해 단기간에 3∼5배의 가격으로 고가에 매도하고 있다.
한 국장은 "토지양도로 거액의 매매차익을 얻은 실사업주는 자금을 회수한 뒤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추징 회피와 투자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항의 및 고발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법인을 폐업하는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실례로 서울 강남 역삼동에 소재한 A기획부동산업체는 북제주군 구좌읍 소재 임야 1만여평을 지난 2003년 1월 평당 1만원에 취득, 2005년 1월 토지를 잘게 나눠 취득가액의 20배인 평당 20만원에 양도해 19억원의 양도차익을 챙겼다.
또 다른 업체인 서초구 서초동에 소재한 B기획부동산업체는 충남 당진군 소재 농지 및 임야 2910평을 지난 2003년7월 평당 2만원에서 2만3000원에 사들인 뒤, 지난해 8월 토지를 나눈 뒤 약 13배인 평당 23만원에서 30만원으로 팔아 8억원의 양도차익을 올렸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이들 업체에 대해 23일 오전 544명의 세무조사요원을 투입해 일제히 장부를 압수했으며, 앞으로 60일간 압수된 장부를 토대로 심층세무조사를 벌이게 된다.
국세청은 이번 심층조사에서 이들 기획부동산업체 대부분이 소위 '바지사장'을 내세워 영업하고 있다고 보고, 실사업주를 찾아서 엄정하게 과세하고 조세채권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아울러 일부 업체의 실사업주는 법인자금을 해외로 불법유출한 혐의를 잡고 외국환관리법 위반 여부도 검토할 계획이며, 토지취득가격을 원소유자로부터 확인해서 취득원가 과대계상 여부도 조사할 예정이다.
또 양도한 토지의 거래상대방으로부터 실제거래 가격을 확인하여 매출액을 줄여서 신고하였는지를 집중체크하고, 동시에 텔레마케터 인건비와 일용노무비의 과대·허위계상 여부도 조사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특히 취득·양도 과정에서 허위계약서 작성 및 미등기전매 등의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하여 탈세범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철저히 검토, 조사결과 탈루세금 추징은 물론 조세포탈범으로 검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한 국장은 "조사결과 이들 업체들이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 관련 법규위반사항이 밝혀지면, 관계기관에 통보할 것"이라며 "이들 업체는 토지가액의 30% 과징금 부과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기획부동산업체들이 전국에 걸쳐 허위개발계획을 유포하는 등으로 국지적 땅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을 감안, 이들 업체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도 높게 세무조사를 실시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