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문고로 유명한 영풍그룹의 장형진 회장 남매가 부친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토지를 가족회사에 저가로 양도했다가 12억여 원의 세금을 부과받았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영풍문고로 유명한 영풍그룹의 총수 남매가 부친인 고(故) 장병희 전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토지를 가족회사에 저가로 양도했다가 억대의 세금이 부과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박양준 부장판사)는 최근 영풍그룹 장형진 회장 남매가 제기한 양도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장 회장이 가족회사에 토지를 양도한 행위는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춰볼 때 경제적 합리성을 결한 비정상적인 것"이라며 장 회장의 청구를 기각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장 회장과 장 회장의 누나 현주씨는 2002년 아버지 장 전 회장으로부터 서울 영등포의 토지 약 1312평(4338㎡)을 다른 2명의 형제와 함께 4분의1로 나눠 상속받았다.
장 회장과 현주씨는 2015년경 상속받은 토지 지분을 장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가족회사인 '씨케이(CK) 유한회사'에 개별공시지가로 계산한 38억3000여만 원(제곱미터당 354만원)에 각각 양도했다. 이후 장 회장과 현주씨는 같은해 12월 양도소득세 9억8000만원을 각각 신고·납부했다.
과세당국은 2016년 1월경 장 회장 측이 소유한 토지의 공시지가가 통상적인 시가보다 낮으며 씨케이가 장 회장 측과 특수관계에 있다는 점에 의심을 품고 시가 탐문조사에 나섰다.
국세청이 장 회장 측이 소유한 토지 주변의 공인중개사 사무소 2곳을 방문해 조사한 결과 그 일대 토지는 통상적으로 평당 2000만원~2700만원(제곱미터당 615만원~816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이에 국세청은 장 회장과 현주씨가 씨케이에 토지를 저가로 양도한 의혹이 있다고 보고 감정평가법인 2곳에 시가감정을 의뢰했다.
그결과 장 회장 측이 보유한 토지 지분의 시가는 54억3300만원(제곱미터당 501만원, 한국감정원) 또는 54억9800만원(제곱미터당 507만원, A감정평가법인)에 해당되는 것으로 감정평가법인에 의해 조사됐다.
이에 과세당국은 감정평가금액을 평균한 54억6600만원(제곱미터당 504만원)을 정당한 시가로 보고 2016년 장 회장과 현주씨에게 각각 6억9000여만 원(가산세 7900만원 포함)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장 회장 측은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은 토지를 씨케이에 개별공시지가로 양도하게 된 것은 별다른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토지의 지분 거래여서 매수희망자를 찾을 수 없었고, 고령인 장 회장 등이 토지를 빨리 처분하길 원했기 때문"이라며 과세처분에 반발했다.
이어 "양도 당시에 토지의 객관적인 가치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개별공시지가에 따라 거래한 뒤 그 거래가액을 신고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국세청은 위법하게 장 회장과 현주씨를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해 조사했으므로 위법한 세무조사에 근거한 처분 역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국세청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임의로 의뢰한 감정결과를 시가 보아 과세했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토지가 저가양도 됨에 따라 장 회장의 양도소득세 부담이 감소했고, 장 회장이 양도가액으로 신고한 개별공시지가는 국세청이 의뢰해 받은 감정가액의 약 70%에 불과하다"며 "장 회장이 보유한 토지에 대한 매수희망자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개별공시지가로 거래할 수밖에 없었다는 장 회장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이 사건 토지는 지하철역에 인접한 역세권의 토지로서 향후 개발이나 매매가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의 감정가액은 소득세법과 상증세법 시행령이 명시하고 있는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이 평가한 감정가액이 있는 경우'에 해당돼 더욱 신뢰도가 높다"면서 "양도 당시 토지에 대한 감정가액이 존재했으나 그 감정가액이 적정하지 않은 경우에만 새로운 감정이 허용된다는 장 회장 측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현주씨가 양도 당시 해외에 거주했기 때문에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장 회장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국내에 소재하는 양도소득에 따른 소득이 있는 비거주자에 대해서는 거주자와 같은 방법으로 분류해 과세할 수 있으므로 현주씨의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참고판례 : 2017구합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