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교가 축제를 여는 5월,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대학축제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인 '주점' 운영에 대해 국세청이 불법사항이라며 적발시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원칙을 밝히면서 학생회가 비상에 걸렸다.
학생회가 주점 운영을 강행하느냐, 포기하느냐 기로에 선 가운데 국세청이 실제 단속에 나설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학생회에서는 축제기간 동안 학교 운동장 등 노상에 주점을 열고 학생들에게 술과 안주를 판매해 그 수익금을 학생회 운영자금으로 충당해 왔다. 대학주점 운영을 포기하게 되면 학생회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 국세청이 처벌 의지를 밝히면서 각 대학 학생회가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현행법상 노상주점은 명백한 불법이다. 주류판매업 면허를 받지 않고 주류를 판매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지만 그동안은 학생회에 술을 판매한 주류도매업자만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처분만 받고 학생들은 봐주는 식으로 운영되어 왔다.
하지만 지난해 인하대학교 축제에서 학생회가 주류판매 허가없이 주점을 열어 술을 판매한 것이 논란이 되면서 분위기가 돌변했다. 일각에서는 주점을 운영한 주체인 학생회는 제쳐두고 애꿎은 주류도매업자만 처벌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국세청은 교육부에 대학축제기간 동안 주점을 운영하다가 주세법을 위반해 벌금처분을 받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고 교육부는 이를 전국 각 대학에 보냈다.
불법으로 운영하는 대학주점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그동안 대학주점에 대해서는 작동하지 않았던 법을 적용하는 것 뿐이라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차원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애매한 구석이 존재한다.
직접적인 '현장 단속'을 하겠다는 얘기는 빠져있기 때문이다.
대학주점 불법 운영은 단속하지 않으면 사실상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국세청이 정말 대학주점 운영을 막으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국세청이 대학주점을 처벌하겠다고 나선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대학주점을 불법으로 운영하면 처벌을 하겠다고 전국 방방곡곡 알리면서 각 대학 스스로 주점 운영을 포기하게끔 만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사전 성실신고 안내문'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국세청은 납세자들이 어떻게 세금신고를 하면 되는지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것이 성실신고 안내문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해당 납세자가 대개 어떤 식의 탈루를 하는지, 어떤 경비를 사용했으니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 설명해주고 이대로 신고하지 않으면 살펴보겠다는 '경고문'이다.
국세청에서 각 대학 학생회에 경고를 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불법으로 대학주점을 운영했다고 신고나 제보가 들어온다면 그 때는 봐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인하대 사례 때문에 국세청이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대학주점을 불법으로 운영했던 인하대 학생회에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학생들을 처벌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의견이 대두 되면서 국세청은 대학주점 불법 운영을 다시 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학생들에 대한 처벌을 유예하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대학주점 불법 운영 제보가 또 들어온다면 그 때는 국세청 입장이 애매해진다.
인하대는 봐주고, 타 대학은 처벌한다면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국세청이 전국 대학에 사전 경고를 하고 그 이후 들어오는 제보에 대해선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원칙을 만천하에 공개한다면 '처벌에 대한 명분'이 생기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세청에서 직접 단속에 나서지는 않지만 대학주점 불법 운영에 대한 제보가 많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면서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학생들을 가혹하게 단속한다는 비판은 피해가고 처벌의 명분은 찾는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