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심'의 지속가능한 경제를 구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 노선인 'J노믹스'가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 한국 경제 곳곳에서 균열이 생기고 있다.
고용·소득분배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지표가 악화되는가 하면 최근 오름세를 보이던 소비도 내수 부분에서 부진을 면하지 못하면서 '소득주도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혁신도 지연됨에 따라 투자가 부진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경제여건에 따라 정부도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3% 달성을 포기했다.
상반기 경제운용 '낙제점'
그간 정부의 경제정책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에서 사람중심 경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저소득·중산층의 소득을 늘려주면 소비 확대로 이어진다는 소득주도 성장과 신산업 분야를 발굴해 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혁신성장이 정책 기조다.
그러나 정책 체감도가 낮다는 게 정부의 진단 결과.
정부는 18일 발표한 '하반기 이후 경제여건 및 정책방향' 자료에서 상반기 경제운용평가에 대해 "패러다임 전환이 효과를 내기까지 시차가 존재하고 기업 활력 약화, 이해대립 등으로 체감할 만한 혁신성장 성과가 부족하다"며 "저소득층 일자리·소득 개선이 지체되고, 양극화 등 민생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에 따르면 6월 취업자 수(2712만6000명)는 1년 전보다 10만6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취업자 증가폭은 5개월 연속 10만명대 이하에 그치면서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지표를 보였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등 구조적 요인으로 향후 고용 전망도 밝지 않다.
대표적 분배지표인 5분위 배율은 5.95배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0.60배 포인트 늘어난 규모로, 1분위 가구(소득 하위 20%)와 5분위 가구(소득 상위 20%)의 소득 격차가 벌여졌다는 의미다.
1분기 민간소비는 1년 전보다 3.5% 증가했지만, 내수와 밀접한 소비는 되려 줄었다. 실제 같은 기간 숙박음식은 전년보다 2.7% 감소했고, 1분기 해외소비는 7.3% 증가한데 반해 국내소비 증가율은 2.9%에 그쳤다. 차·조선 등 주역업종의 대내외 수요둔화와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진단도 내놨다. 여기에 규제혁신이 지연되면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데도 지체되는 상황이다.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정부는 3%로 내걸었던 경제 성장 목표치를 낮췄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2.9%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보다 0.1%포인트 내려잡았다.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심화, 유가 상승 등 대내외 리스크로 확대로 인해 하반기 수출·소비 회복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수출은 1년 전보다 증가폭이 둔화된 5.3%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민간소비는 1분기의 증가율(3.5%)에 못 미친 2.7%로 관측되고 있다.
고용시장도 먹구름이 예상된다. 올해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18만명 증가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작년은 취업자 수가 전년대비 32만명 늘었다. 다만, 고용률은 전년(66.6%)보다 다소 개선된 66.9%로 예상되고 있다.
물가는 농축수산물 가격 등이 지난해보다 안정되며 1.6%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는 유가 상승에 따른 원자재 수입 확대 등에 따라 작년(785억 달러)보다 감소한 640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현 상황에 대한 해결노력이 없을 경우 성장·고용 등 어려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체감·효과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평가하며, 사람중심 경제 패러다임 착근에 초점을 두고 경제정책을 운용해 나가기로 했다.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대상을 늘리는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핵심규제를 풀어준다는 게 정책 기조다. 여기에 불공정거래 근절 등 공정경제 정착을 위한 대책을 추진하고,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서 거시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