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리스크는 기업의 의사결정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위험으로서 미래에 접하게 될 불확실성의 정도이다. 그리고 경영리스크 관리는 이를 적정한 수준이하로 낮추는 과정을 말한다. 무역 실무 절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영리스크는 신용리스크, 환리스크 그리고 시장리스크가 대표적이다.
1. 무역 시장리스크
필자의 친구 중 한 명은 중남미의 작은 나라로 신발을 수출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그 나라에 외환위기가 생겼고, 달러의 가치가 급격히 올랐다. 예를 들면 1켤레당 U$10에 수출하여 현지에서 100원에 팔리던 신발이 300원에 팔리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자 이 친구의 바이어는 자국의 긴박한 상황을 하소연하며 기존의 계약된 가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발 가격의 인하를 요청하였다.
이 때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져 달러화 강세를 보였기 때문에 켤레당 상당 부분을 할인해주고, 지불 기간을 유예하여 해결한 적이 있다. 이처럼 무역을 하다보면 시장의 상황이 바뀌어 수출자 혹은 수입자가 수익을 내지 못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를 시장리스크라고 한다.
무역시장 리스크는 시장 상황의 극단적인 변화에 기인해 수출기업과 수입 기업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불확실성과 관련된 리스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무역시장 리스크의 발생 원인을 보면 각각 교역 상대국의 정치, 경제, 금융 측면 뿐만 아니라 문화 측면에서도 찾을 수 있다. 또한 해당 무역 거래와 무역시장, 교역 상대국의 특성까지 포함된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즉, 상품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물품을 인도 인수하고, 그 대금을 결제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교역 상대국 간의 국가 정책의 변화, 물품 가격, 이자율, 시장 변동성과 같은 시장 상화의 변화가 수출입 기업의 거래에서 수익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증대되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시장리스크는 경기 변동에 의한 생산과 고용, 소비, 투자 , 정부지출, 물가, 이자율 등 경기 변동에 의하여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시장리스크는 시장 가격의 변동이나 상품 수요의 변동으로 나타난다. 가격은 상품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돈으로 나타낸 것으로 가격은 항상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상황에 따라 변동한다. 또한 상품에 대한 수요는 그 가격이 싸면 늘어나고 비싸면 줄어든다. 시장리스크를 당하면 수출자로서는 야속할 수 밖에 없다.
이미 무역 계약 조건에 따라 완벽하게 이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어의 사정에 따라 다시 거래 조건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 시장리스크는 실제 해외 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다기 보다는 바이어의 악의적인 계약 재조정의 핑계거리로 활용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북한에서의 시장리스크가 일어날 수 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매우 규모가 작고 구매력이 낮다. 아주 작은 외부의 변수로도 북한 시장 전체가 요동을 칠 수도 있다. 일단 남북교역이 재개되고, 대외 경제 개방이 된다면 자체적으로 외부의 충격에 대한 흡수력이 거의 없게 된다. 더구나 남한과의 경제가 밀접하게 연계되면 남한 시장에서 일어나는 불안정이 그대로 북측에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재채기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는 말이 있었다. 앞으로 '남한이 재채기하면, 북한은 독감에 걸리'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남북한 시장 상황은 증폭되어 더 나빠지기 쉽다. 그런 경우 남북교역에서 서로에 대한 시장리스크를 핑계로 가격인하나 반출입 계약 물량의 축소 또는 조정이 일어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2. 신용리스크
동남아시아 지역에 기능성 워킹화를 막 수출하기 시작한 중소기업 A사는 수출지역을 다변화하기 위해 해외바이어 초청 수출박람회에 참여했다. 날씨가 무더운 중동 지역의 바이어들이 초경량인 기능성 워킹화에 많은 관심을 보이던 중, 두바이에서 온 한 바이어가 박람회장에서 바로 계약 체결을 제안했다. 계약금액은 30만 달러였다.
바이어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과 제품 선적 후 60일 뒤에 T/T로 대금을 받는다는 조건 때문에 불안한 생각이 교차했다. 망설이던 중 A사 대표는 무역보험공사(K-sure)의 '국외기업 신용조사 서비스'를 떠올렸다. 곧 바로 해당 바이어의 기존 신용 정보라도 참고하기 위해 조회해 본 결과, 해당 바이어가 신용불량 기업(R등급)임을 알게 되어 결제 리스크를 피할 수 있었다.
수출기업들은 수출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수입업체를 현지 실사하고 계약까지 진행했지만, 수출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물며 박람회처럼 정신없고 불안정한 상황에서 절차를 생략하고 부스에서 계약을 체결할 때는 더할 것이다.
위 사례에서 만약 수출 초보 중소기업인 A사가 성급하게 계약을 체결하고 수출을 진행했다면, 30만 달러를 회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의 신용조사팀장은 “해외 바이어의 신용정보는 수출기업 입장에서 위험한 바다의 구명조끼와도 같다”며, 수출기업의 눈과 귀가 되어주는 '국외기업 신용조사 서비스'를 이용할 것을 당부했다. 무보는 전 세계 신용조사기관과 협약을 체결해 매년 5만 건 이상의 국외기업 신용조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외신용조사기관으로부터 입수된 수입자 신용정보를 근거로 자체적인 평가 기준에 따라 신용등급을 평가한다. A등급이 최고 등급이고, A등급부터 F등급까지는 인수 가능 등급, G등급 및 R등급은 인수 불가 등급이다. (한국무역신문, 2017.10.26.)
신용리스크는 거래 상대방의 부도 가능성으로 인해 일정기간동안 발생할 수 있는 금전적 손실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신용리스크는 거래 주체별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한다. 물품 무역거래의 경우 통상 대금 결제 조건에 따라 신용리스크를 부담하는 주체가 결정된다.
후불 결제 조건으로 수출한 경우 수출기업이 외상매출 채권이 미회수 위험에 노출되는 반면에, 선불 결제 조건일 경우 수입기업이 선수금의 미회수 위험에 노출된다. 한편, 금융기관은 대출, 지급보증, 채권 및 파생 금융 상품 거래등 금융 자본 거래에 참여하므로 물품 매매거래에 참여하는 무역기업과는 다른 형태의 신용 리스크에 노출된다.
신용리스크는 보통 수입자의 지급불능, 파산, 지급거절, 물품의 인수거절 등의 형태로 발생된다. 남북교역에서의 신용리스크는 문제가 좀 더 복잡하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무역거래와는 달리 남북한 은행간의 직접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국과 같은 제3국 은행을 통해서 송금해야 한다. 또한 이전의 사례로 보면 중간의 브로커를 통해서 남북 기업이 거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재개되는 남북교역 또한 당분간은 직접거래보다는 간접거래가 일반화된다. 이럴 경우 브로커의 신용도가 남북한 당사자의 신용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래 개시 전에 남한 기업은 북한 기업은 물론이고 중개인인 브로커의 신용도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북한 기업의 신용조사 기반을 만들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적어도 중국이나 러시아 등의 기업들에 대한 신용평가 기반은 갖추어 놓았을 것이다. 무역보험공사는 해외 지사는 물론 전 세계 신용 조사기관과 협력하여 해외 소재 기업의 기본 정보, 재무 정보등의 신용조사를 실시한 후 의뢰인에게 신용조사 보고서를 제공한다. 비용도 매우 저렴하다.
3. 환리스크
핀란드의 파트너에게 발가락 양말을 수출하고, 신발을 수입하는 필자는 물물교환을 할 때가 있다. 양말값을 받는 대신에 신발로 받을 때도 있다. 이렇게 하면 좋은 것이 은행에서 달러를 바꾸는 환전 수수료, 환전한 달러를 핀란드로 보내는 송금 수수료 등이 절감된다. 그리고 가장 좋은 점은 환차손을 볼 수 있는 외환리스크가 감소된다.
무역을 하는 사람들에게 외환리스크는 매우 심각하다. 하루에 0.1%만 바뀌어도 연간으로 따지면 36.5%나 된다. 환율 변동폭이 무역거래로 인한 마진을 모두 까먹거나 두 배로 만들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역회사의 주 목적은 금융으로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실물거래로 수익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환차손은 될수록이면 피하도록 해야 한다. 수출입하는 중소기업들이 외환차익을 보겠다고 했다가 큰 손해를 입었던 KIKO 외환 파생상품 사태도 있었다.
이런 환리스크는 국제간 거래에서 채권. 채무에 대한 결제 수단, 즉 외국환이 결부되어 발생되는 리스크이다. 수출입 기업등은 해당 굮가의 다른 통화로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환율이 변동되면 환노출액으로 인해 기업의 손익을 확정지을 수 없다. 이러한 환노출액이 외환리스크 관리 대상이 된다. 기업의 외환리스크 관리는 환노출액을 환율의 변동에 따라 어떻게 줄여주느냐에 맞춰져 있다.
남북교역에서 환리스크는 역시 큰 문제이다. 우선 남한이 무역의존도가 높아서 국제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늘 환율의 변동성이 크다. 북한 역시 환율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 환율의 변수는 북한 화폐경제의 달러라이제이션(달러를 자국 통화처럼 쓰는 현상)이다. 북한에서는 달러와 위안화를 자국통화처럼 쓰고 있다.
달러라이제이션은 인플레이션과 환율의 불안정성을 초래하여 북한경제의 불안정 및 소득격차를 심화시키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신뢰를 상실한 북한 원화 대신 외화가 화폐의 기능을 부분적으로 담당함으로써 시장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을 활성화시키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북한 당국 역시 한편으로는 외화를 정부에 집중시키고, 민간의 외화 사용을 억제하려고 노력하면서 동시에 주민들의 외화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외화로 거래되는 시장을 스스로 창출하여 외화를 흡수하는 등 달러라이제이션을 통하여 창출된 외화 시장을 활용하려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외화통용 현상으로 인하여 외화부문이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북한경제의 작동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외화가 어떻게 축적되고 사용되는지, 그리고 북한 당국은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경제규모가 매우 작다. 경제 개방으로 달러나 위안화의 공급이 크게 늘어나면 북한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장은 매우 크다. 북한 당국에 의한 외화 부문의 처리 방향은 향후 북한경제의 진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적절한 제도를 통하여 외화를 경제순환으로 유인하지 못하고 지금처럼 인플레이션과 환율 상승을 초래하는 단기적인 대응 및 활용방안이 지속된다면 북한경제는 더욱 불안정해 질 것이다.
또한 거시경제 불안정성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외화통용의 양태는 북한의 체제전환 전략의 수립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남한의 원화'도 북한 달러라이제이션의 한 축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북한 장마당에서 남한의 원화가 통용되기도 하고 있다. 보통의 달러라이제이션이라고 하면 미국 달러화만 자국 화폐처럼 통용되지 북한처럼 2개국의 화폐가 같이 통용되는 경우는 없다. 개방의 진척에 따라 남한 원화까지 북한에서 통용된다면 환리스크의 문제는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북한 경제 규모에 따라 외환 수요는 절대적으로 작은 규모인데, 외환 공급이 늘어나면 북한 당국이 이를 용인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향후 '북한 원화'와 '남한 원화'의 교환 비율과 방법이 어떻게 정해질 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