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상열 화백
인간의 오감(五感)은 '삶'이라는 미스터리와 '사랑'이라는 히스테리에 전전긍긍하는 가운데서도 가동을 멈추는 법이 없다. 예민한 감각의 소유자 중 어떤 이는 음향에서 색채를 보고 또 어떤 이는 그림을 통해 냄새를 묘사한다.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문학 작품도 꽤 된다. 귀 밝은 사람 중에는 눈 내리는 소리를 듣는 이도 있다고 한다. 후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의 주인공인 그루누이는 후각을 통해 사물의 이름을 익힌다. 감각의 상호 교류로 탄생한 육감이랄까. 여운이 길다.
가을의 입구, 고단한 영혼을 어루만지며 깊고 깊은 기억의 근원으로 내려가는 길목에서 조용히 손내미는 작가를 만나자. 영남대 겸임교수 김상열 화백이 9월 5일부터 10월 19일까지 호서대 학술정보관 갤러리에서 'Secret Garden-Time'을 주제로 초대전을 갖는다. 뉴에이지의 계절에 딱 어울리는, 관람객의 감성을 촉촉히 적셔줄 전시회다.
◆…Secret garden, acrylic on canvas, 227X546cm, 2018
초대전에는 자연에서 채집된 오브제를 캔버스 위에 올린 Secret Garden, Dream 시리즈 수십 점이 소개된다. 작품 속의 자연은 단순한 재현을 위한 대상이 아니라 예술의 본질을 향한 사유의 공간이다. 청명한 하늘, 잎사귀 위로 떨어지는 반짝이는 햇살, 춤추는 수양버들, 가을 달빛을 품은 댓잎, 겨울의 움츠린 나뭇가지, 바람소리, 이른 아침 피어오르는 물안개, 연못에 담긴 물 그림자 등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오롯이 담겨 있다. 작가의 불확실한 기억들이 조합돼 친숙하게 다가오는 풍경들이 다정하다. 형식과 재료의 경계를 벗어나 변화를 받아들이는 새로운 실험 작업의 결과물이다.
◆…Secret garden, acrylic on canvas, 162X130cm, 2018
김상열 화백은 영남대 서양화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다수의 개인전과 아트 페어에 참여했으며 2010년 서울에서 개최된 작가아트페어에서 최우수 작가로 선정됐다. 과천 현대미술관과 대구 미술관, 뉴욕과 몬트리올 갤러리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김상열 초대전이 열리는 호서대 학술정보관 갤러리. 사진=김상열 작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