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동국제강, 모그룹 부진·외국 통화 가치하락에 울상
◆…2017~2018년 상반기 철강 빅3 영업이익 변화.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 빅3의 상반기 실적이 회사마다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포스코가 유일하게 영업이익을 17% 가량 끌어올린 반면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영업이익이 줄어들엇다.
포스코는 2016년이후 지속적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대내외 환경 악화로 작년에 이어 재차 내리막길을 걸어간 모습이다.
◆…2017~2018년 상반기 철강 빅3 영업실적 증감률.
다만 포스코가 올 1분기 1조 50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으로 최근 7년 새 최고점을 찍은 뒤 2분기 다소 둔화된 모습을 보인 반면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2분기에는 다소 개선된 실적을 보여 한숨을 돌렸다.
◆…2017~2018년 상반기 철강 빅3 영업이익 변화.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각 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는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31조 9456억원, 영업이익 2조 7400억원, 당기순이익 1조 6639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6.4%, 16.9% 10.4%씩 늘어난 규모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7.8%에서 8.6%로 0.8%p 뛰었다.
이 회사의 반기 영업익은 실적 반등을 보인 2016년부터 2년 연속 오름세다. 2016년 1조 3383억원에서 2017년 2조 3441억원으로 75.2% 증가한 뒤 올해 다시 늘어났다. 경쟁사의 영업익이 같은 기간 계속 줄어든 것과 대조를 이루며 홀로 치고 올라간 모양새다.
부문별로 주력인 철강사업이 전년도보다 25% 늘어난 2조 1831억원의 영업익을 거둬 회사 전체의 80% 비중을 차지하며 호실적을 견인했다. 매출면에선 1조 5000억원 가량 올라 비중이 지난해 49%에서 51%로 과반을 넘겼다. 무역부문도 26% 상승한 2264억원의 영업익을 올렸다.
반면 건설(E&C)과 기타부문은 영업익이 각각 22.4%, 18.2% 줄어들었다. 특히 건설부문은 지난해 말 4150억원의 영업익을 거두면서 2016년 5146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해 효자 역할을 톡톡히했으나 올 상반기 다시 후퇴해 아쉬움을 남겼다.
상반기 실적 흐름도 좋지만은 않다. 지난 1분기 매출 15조 8623억원, 영업익 1조 4877억원, 순익 1조 835억원을 찍었던 이 회사는 2분기 매출은 16조 833억원으로 1.4% 늘었으나 영업익이 15.8% 줄어든 1조 2523억원, 순익이 46.4% 감소한 5803억원을 기록했다. 각 사업부문별 영업익도 4~50% 가량 일제히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10조 2337억원, 영업이익 6692억원, 당기순이익 3669억원의 성적표를 내놨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4% 늘어 빅3 중 가장 큰 외형 확장세를 보였으나 영업이익이 4.5%, 순이익이 23.6% 줄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7.6%에서 6.5%로 1.1%p 하락했다.
이 회사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한 모습을 보였다. 해외진출 강화 등으로 의존도 줄이기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아시아·미주·유럽 등 해외지역의 매출 비중이 14.6%로 전년도 15.2%에서 0.6%p 떨어졌다. 영업익 비중도 7.6%로 1.1%p 오르는데 그쳤다. 이 기간 해외지역의 매출은 6.4% 늘어난 1조 5001억원, 영업익은 11.0% 증가한 507억원으로 집계됐다.
80% 이상의 매출 비중과 90%가 넘는 영업익 비중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국내 지역은 매출이 8조 73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늘었으나 영업익이 6137억원으로 같은 기간 5.7% 감소했다. 이 가운데 내수 매출이 10.7% 줄어 5조 3415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수출 매출이 3조 3921억원으로 전년도보다 81.2% 증가한 것은 고무적이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출 매출인 3조 9276억원의 86.4% 수준까지 달성한 결과다.
포스코와 달리 실적 지표가 1분기에 비해 2분기 일제히 개선된 점도 눈에 띈다.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5조 4477억원, 영업이익은 3756억원, 당기순이익은 1900억원으로 각각 전분기 대비 13.8%, 28.0%, 7.3% 늘어났다. 영업익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하락세를 걷다 약 4분기 만에 반등한 것으로 2016년 4분기 3875억원 이후 3500억원을 밑돌다 처음으로 3700억원대를 넘어섰다.
동국제강은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2조 9132억원, 영업이익 529억원, 당기순손실 2291억원으로 집계했다. 전년 동기에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7%, 52.8%씩 줄고 순이익에서 적자가 지속된 양상이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률도 1.8%로 전년도 3.7%에서 1.9%p 떨어졌다.
이 회사는 사업이 다각화된 포스코·현대제철에 비해 국내 건설경기에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이다. 올해 건설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가운데 동국제강의 상반기 철강 부문 영업이익은 368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53.8% 줄어들었다. 철강 부문은 회사 전체 영업익의 78.6%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외형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으나 지역별로 국내 매출이 2조 5746억원으로 3.1% 가량 감소했다. 해외 지역 매출은 10% 내외로 비중이 미미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중국·일본·멕시코 등에서 각 지역별로 10~50% 가량 증대가 이뤄졌다.
지난해보다 2000억원 가량 늘어난 순손실에는 브라질 CSP제철소의 지분법 손실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CSP는 자체 고로 확보란 회사 숙원을 약 60년 만에 풀게 해준 사업장으로 동국제강이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6년 하반기부터 본격 상업생산에 돌입한 CSP는 지속적으로 생산량을 늘려 올 상반기 270억원 규모 첫 흑자를 기록했지만 문제는 사업장이 위치한 브라질의 헤알화 가치하락이다.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는 인접국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 자국 정치적 불안 등의 영향을 받아 지난해 초 달러당 3.0510헤알(모닝스타 기준)에서 올 6월 말 3.8760헤알까지 올라갔다. 환율이 오르는 만큼 통화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원화 기준 올 상반기에는 1월 최고 헤알당 340.25원(서울외국환중개)에서 6월 최저 273.67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른 CSP의 지분법 손실이 상반기 171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손실 규모가 732억원 가량 증대됐다.
다만 동국제강도 상반기 매출과 영업익 지표는 개선세를 나타냈다. 2분기 매출은 1조 5118억원으로 1분기 1조 4013억원 대비 7.9% 늘었으며 영업익도 같은 기간 56.8%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3분기부터 포스코 외에도 철강사들의 실적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상반기 원재료값의 급등도 철강사의 실적을 주춤하게 만든 요인으로 꼽히는데 2분기부터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철광석은 중국 칭다오항 수입가 기준 지난해 말 톤당 70달러 내외에서 올 초 80달러 가까이 치솟았으며 제철용 원료탄도 동호주 항구 기준 같은 기간 톤당 230달러 수준에서 260달러대까지 올랐다. 이후 철광석은 2분기부터 지난달까지 톤당 64~68달러 정도를, 제철용 원료탄은 톤당 190달러 내외를 기록 중이다. 또 상당 기간 침체됐던 주요 수주처인 국내 조선업계가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최근 중국 철강제품 가격이 뛰는 등 실적 회복의 긍정적 요인이 확대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