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유럽순방에 앞서 영국 BBC와 청와대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대담자는 BBC 서울특파원 로라 비커기자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들은 국제적인 제재의 틀 속에서 그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유럽 순방을 하루 앞두고 이날 청와대에서 영국 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을 지금과 같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데에는 국제적인 경제 제재가 큰 효과를 거둔 것"이라며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도록 하기 위해 이런 국제적인 제재 공조는 유지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지난 11일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으로 정부 부처·여야는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논란이 된 점에 대한 적극적인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 장관 발언과 관련 '미국의 승인 없이는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외교적 결례를 범한 데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일정한 단계까지 우리가 구제적인 제재에 대해 한미 간에 긴밀하게 협력하고 보조를 맞춰나가야 한다는 원론적인 발언이었다고 본다"며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문 대통령은 연내 종전선언 가능성에 대한 질문엔 "종전선언은 사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서 미 측과 충분한 논의를 한 것"이라며 "가급적 일찍 조기에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점에 대해서 한미 간에 공감대가 있었다. 그래서 종전선언은 시기의 문제일 뿐, 반드시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확신했다.
종전선언 외에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기대하는 다른 조치들에 대해서 문 대통령은 "제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발표했던 '싱가포르 성명' 속에는 네 가지 약속이 담겨있다"며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 미군 병사 유해 송환, 미국과 북한과의 오랜 적대 관계를 종식과 북한의 안전 보장과 북미 관계 정상화이다. 이것은 서로 교환적인 것이므로 포괄적으로 함께 진행돼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미군 유해 송환, 핵실험과 핵미사일 실험 전면 중단, 하나밖에 없는 풍계리 핵실험장 전면 폐기와 더불어 미사일 엔진 시험장과 발사대 폐기 등 스스로 몇 가지 조치를 취했다"며 "그에 이어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등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줄 경우 계속 폐기해 나가겠다고 약속을 하고 있다. 종전선언은 그 중 하나일 뿐이고 종전선언은 미국과 북한 간의 오랜 적대 관계를 종식하겠다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라고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전세계 지도자들에게 언급했던 점을 재차 강조했다.
또 "그렇게 되면 앞으로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서 평화 협상이 시작되고, 종국에는 비핵화의 완성과 동시에 평화협정을 체결하게 될 것"이라며 "그런 프로세스로 나아가는 것이 미국이 취해 주어야 할 상응하는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UN 차원의 제재나 또 미국의 독자 제재 해제 추진과 관련 "북한이 그럴 수 있도록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들을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계속 실천해 나가고,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상태까지 왔다고 판단되면 그때는 UN의 제재들이 이렇게 완화되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당장 경제 제재의 완화가 어렵다면 경제 제재하고는 무관한 인도적 지원 허용, 문화예술단 상호 교환 방문, 앞으로 경제 제재가 풀리고 난 이후의 준비를 위해서 경제시찰단교환이나 북한에 미국의 연락사무소를 개설한다든지 하는 등의 조치들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며 "물론 북한의 비핵화가 어느 정도의 단계에 도달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서서히 완화해 나가는 것까지도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대규모 투자 준비를 제재 레짐(regime)이 유지되는 동안에 어떻게 풀어 나갈 건가는 질문에는 "남북 간에 본격적인 경제 협력은 이 제재가 풀리거나 또는 제재에서 남북 간의 경제 협력이 예외적인 조치로 그렇게 용인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라며 "우리는 본격적인 경제 협력은 그 제재의 완화에 따르되, 그때까지 경제 협력을 위한 사전 준비들을 미리 해 두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공동 조사 또는 연구 또 앞으로의 방안들에 대한 협의 등이 포함된다"며 "그것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옳은 선택을 할 경우에 북한의 경제적인 번영이나 아주 밝은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그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미국 중간선거 이후로 늦춰진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선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미국의 상응 조치와 함께 속도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타임 테이블에 대해서 양쪽 정상들이 통 크게 합의를 했으면 하는 기대"라며 "저는 이 프로세스의 진행에 대해서 아주 강한 낙관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이 강력 요구하는 북한 인권 개선과 관련 "북한 주민들의 인권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북한도 보편적인 그런 인권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그 인권은 국제적으로 압박한다고 해서 그 인권 증진의 효과가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가장 실질적으로 개선해 주는 방법은 남북 간의 협력, 국제사회와 북한 간의 어떤 협력, 또 북한이 개방의 길로 나와서 정상적인 국가가 되어 가는 것, 이런 것들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빠르게 개선하는 실효성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