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일자리 vs 단기 일자리 = 정부가 지난 24일 발표한 일자리 정책을 놓고 야당 의원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정부는 기업 지원과 투자활성화를 위해 금융지원과 유턴기업 보조금 강화,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 등의 대책을 발표했으며 연말까지 5만9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일자리 창출 주요내용은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이나 라돈 측정서비스, 산불이나 전통시장 화재감시, 국립대 에너지 절약 도우미, 농한기 농촌 생활환경 정비 등이다.
25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는 정부가 전날 발표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맹공이 펼쳐졌다.
정부가 5만9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면서도 일자리의 내용이 국립대학 전등 끄기 등 아르바이트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일자리를 만들어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의 여유를 활용해 이런 대책이라도 시행해야 한다며 야당 의원들과 맞섰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등 고용참사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조급증이 발생해 정부가 단기일자리 대책을 발표했다"며 "원인분석을 정확히 하고 대책을 내놔야 하는데 대책이 실종되고 있다. '언 발에 오줌누기'"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정부는 상용직이 늘어서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질 나쁜 단기 아르바이트를 급조했다"며 "산과 전통시장을 돌아가면서 화재를 감시하는 일지리를 만든다고 했지만 중소벤처기업부는 2020년까지 화재감시 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다. 도로공사 풀뽑기의 경우 잡초 제거하는 것을 다 용역주고 있다. 이런 식의 일자리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어 "최저임금을 많이 올렸으니 시행경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거나 업종별 차등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이런 대책이 안 나오니 고용상황이 좋아질 리가 없다"며 "이 정부는 하느님이나 신인 것 같다. 이 대책은 고용의 양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것 뿐이지 도로 원상으로 돌아간다. 정부가 듣는 시늉이라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명재 한국당 의원 역시 "어제 일자리 대책을 발표하면서 희한한 직업들을 만들어놨다"며 "국립대에 전기불을 끄는 직업 등은 고용참사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에 불과하다. 일각에선 이 대책은 혁신성장을 주장하는 '김동연 일병 구하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동조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번 대책은 아쉬움이 많다. 국감 내내 단기 일자리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다시 5만9000개의 단기 일자리를 얘기했다. 이 정부는 '마이동풍'"이라며 "통계조작을 위한 분식일자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는 일자리 정책이 아니라 복지정책"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대책의 주안점은 시장과 기업의 기살리기다. 민간투자와 규제혁신, 노동시장에서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맞춤형 일자리의 경우 질 좋은 일자리냐, 항구적 일자리냐에 대해선 경청하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금년도 여유 재원으로 이런 것이라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명했다.
투자애로 해소, 금융지원 등의 혁신성장 대책도 경제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쓴소리도 쏟아졌다.
김광림 한국당 의원은 "경제정책이 혁신성장으로 가야하는데 계속해서 소득주도성장으로 가다보니, 성장도 빗나가고 일자리도 형편없다"며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없이 혁신성장만 하는 것이 낫지 않았나 생각한다. 일자리 대책은 세금으로 지속가능하지 못한 단기 일자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정부가 경제정책을 단기 대책으로만 모아놨다"며 "비전없는 혁신성장은 안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고속도로를 놓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IT고속도로를 놨는데 전 작년 대선 때 생태고속도로를 놓는다고 했다. 중국은 다 전기충전소를 깔았다. 다른 나라는 친환경자동차 경쟁을 하고 있다. 정부기 일관되게 혁신비전을 제시하고 인프라 투자를 해야 민간이 자발적으로 투자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의 결과로 나오는 성과가 일자리다. 거기에는 단기도 있고 장기도 있다"며 "민간투자와 규제개혁 등과 궤를 같이 한다. 내용은 많이 담겨져 있다"고 답변했다.
이밖에 이날 국감에서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삼성일가가 차명 부동산을 이용해 편법증여를 했음에도 국세청에 봐주기 세무조사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같은 당 김경협 의원은 태광그룹이 전현직 공무원들에게 골프와 술접대 등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세무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승희 국세청장은 삼성일가에 대한 봐주기 의혹에 대해 "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답했으며 태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에 대해선 "그 정도 규모의 기업들에 대해선 5년마다 순환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