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보호관'
납세자를 보호하는 일을 하는 직책으로 업무의 특성상 과세 업무를 하는 국세청과는 대립점에 서 있게 된다. 쉽게 말해 국세청 조직 내부의 '야당(野黨)' 역할인 것이다.
2009년 이전까지 납세자보호 업무는 지방국세청 이하 단위에 소규모로 편성, 운영되어 왔다. 이 틀을 바꾼 것이 백용호 전 국세청장(재임기간 2009년 7월~2010년 7월)이었다. 국세청 조직이 극도로 꺼리는 '외부인 출신' 국세청장이었던 그는 큰 변화를 몰고 왔다.
기존 본청 납세지원국을 확대 개편, '납세자보호관'
국세청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국세청이 아닌 납세자의 권리를 대변해야 하는 납보관은 언제든지 소속된 조직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어야 하는데 국세청 출신들을 앉힐 경우 제대로 쓴소리를 할 수 없다는 백 전 국세청장의 운영철학이 낳은 산물(産物)이다.
지난 2009년 9월 사상 첫 여성 본청 국장이라는 '프리미엄'까지 얹어 판사 출신이었던 이지수 변호사(현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초대 납세자보호관으로 영입하며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내년이면 납세자보호관 제도 출범 10주년이 된다.
지금, 국세청 납세자보호관 제도는 어디까지 와 있는 것일까.
민간인 납보관, 임용기간 얼마나?
국세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이라면 납세자 입장을 보다 효과적으로 대변해 줄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국세청 납세자보호관은 2~3년 주기로 민간인 대상 공모를 통해 '적임자'를 선발해 왔다.
현행 제도상 납세자보호관 임기는 기본 2년을 포함 최대 5년 근무가 가능하다. 현 김석환 납세자보호관 선발 당시(2017년 2월) 보장 임기는 기본 3년으로 늘었다(최대 임기 5년).
하지만 김 납세자보호관이 '학교(원 소속 강원대학교)'로 돌아가겠다며 임기 2년만 채운 상황에서 사의를 표명, 국세청은 또 다시 공모 절차에 착수하는 등 조직 차원의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김 납세자보호관의 결정만 타박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이후 현재까지 5명의 납세자보호관 중 임기를 꽉 채우고 물러난 케이스는 2명에 불과하다. 김 납세자보호관의 전임자인 이재락 변호사만이 임기를 연장해 근무했을 뿐이다.
지난 2009년 9월 초대 납세자보호관이었던 이지수 변호사는 서울법대와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해 판사로 재직한 화려한 이력서를 자랑하는 '재원'으로 주목 받았었다.
임기 2년을 보장받고 화려하게 국세청 무대에 데뷔했지만 달랑 1년만에 '건강상 이유'로 국세청을 떠났다. 2010년 12월 이 변호사의 뒤를 이은 박훈 교수(서울시립대)도 임기 2년을 다 채우지 못한채 사임했다(1년4개월).
이후 국세청은 후임자 물색에 온갖 난항을 겪다, 공직 근무 경력을 갖춘 신호영 교수(고려대)를 영입했다. 당시 신 교수를 납세자보호관에 모시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어렵게 영입한 신 교수는 임기 2년을 채운 후 물러났다. 신 교수의 후임자 선발 과정은 굉장히 치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당시 유력하게 거론되던 교수 출신 인사를 '막판 뒤집기'를 통해 제압하고 제4대 납세자보호관에 오른 인물은 이재락 변호사였다.
2014년 2월 임용된 이 변호사는 임기 2년을 채운 후 임기를 1년 연장, 총 3년을 근무했다.
현 김석환 납세자보호관은 이 변호사의 뒤를 이어 지난해 2월 임명됐다.
하편 [막강한 권한 쥐게 될 새 국세청 납부관, 누가 거론되나?]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