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말 아꼈지만 당권 도전 기정 사실화
보수 대권주자 지지율1위 인사 입당, 전대 미궁속으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유한국당에 입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진=더 팩트)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자유한국당 입당 선언에 당권 경쟁 등 당내 질서가 재편될 것으로 보여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자유한국당의 변화와 혁신에 힘을 보태고, 우리가 지켜온 소중한 대한민국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바쳐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밝혔으며, 15일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황 전 총리가 다음달 치뤄질 한국당 전당대회(전대) 출마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시점 상 당권 도전에 나섰다는 점에 대해 대체로 이견이 없다.
황 전 총리도 입당 시점에 대해 "입당하겠다고 하니 많은 분들께서 '왜 지금'이냐고 물으셨다"면서 "당에 들어가려면 더 일찍 들어갔어야 하고, 대권에 도전할 생각이면 좀 더 늦춰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말씀들을 참 많이 하셨다"고 했다. 이어서 "나라가 크게 흔들리고 국민들께서 힘들어하고 계신데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황교안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의견이 엊갈린다. 친박계에서도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로 갈리는 모양새다. 김진태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교안 전 총리 한국당 입당을 환영한다. 전당대회에서 선수끼리 제대로 경쟁해보자"고 반응했다.
윤상현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에 "황 전 총리의 입당은 좋은 변화"라며 환영했다. 황 전 총리에 비우호적인 당내 인사들에게는 "섣부른 정치평론식 재단으로 이 입당의 의미를 작게 만드는 건 같은 당원 동지로서 건실하지 못하다"고 일침을 놨다. 그는 "황 전 총리의 입당이 나라를 구하는 모든 힘을 모아나가는 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황 전 총리의 캠프에 자신의 보좌진을 지원 인력으로 파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왜 이제와 입당을 하느냐'는 불만도 제기된다. 황 전 총리가 전대 출마를 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진로를 그리던 의원들이 그렇다.
마찬가지로 전대 출마를 선언한 친박계 심재철 의원은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계파 갈등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유력한 대선 후보를 보존하는 측면에서도 당 대표 선거(전대)에는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문종 의원은 "황 전 총리는 (친박계로부터) 탄핵 때 뭘 했느냐는 질문, (비박계로부터) 울트라보수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을 수 있다"며 "예민한 입장 때문에 양쪽(친박·비박) 모두 외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시즌2'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는데 오히려 '반기문 시즌2'가 되는 게 아닐지 우려 된다"고 했다.
황 전 총리 측에서는 탄핵사태 이후 보수정치의 구심점이 사라진 상황에서 대권주자로서 지지율이 굳건한 점, 박 전 대통령에 우호적인 보수층 여론이 굳건한 점을 고려해 당내 기반을 조기에 다져놓을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 전 총리의 입당은 향후 당권 경쟁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국당 차기 당권 주자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앞선 가운데, 김진태·정우택·정진석·주호영·조경태·심재철·안상수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 김무성 전 대표, 김성태 전 원내대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의 출마설도 나오고 있다.
황 전 총리 입당 전까지만 해도 비박계이자 인지도가 높은 오 전 시장과 친박계의 대표 주자로 뛰어난 소통 능력을 겸비한 김 전 지사 두 후보를 중심으로 이합집산이 이뤄질 것이란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 진영 대권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황 전 총리가 합류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당장 비박계에서는 유력 후보인 오 전 시장과 그를 지지하는 의원들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비박계지만 원내 지지기반이 다소 약해진 홍 전 대표로서는 황 전 총리가 전대 출마를 선언할 경우 자신의 당권 도전에도 명분이 강해져 출마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거론되는 친박계 후보들도 황 전 총리 아래로 뭉칠 지, 거리를 두고 독자노선을 그릴 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