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지 통한 영업외수지 5500억 개선
◆…SK이노베이션 최근 4년 분기별 영업실적. 2018년 4분기는 잠정실적.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4분기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출렁인 영향으로 4년 만에 분기 영업적자가 적힌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다만 영업손실에도 불구하고 5500억원대 영업외이익을 거둬 순이익은 흑자기조를 이어가며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 최근 4년 분기별 영업실적. 2018년 4분기는 잠정실적.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3조 9481억원, 영업손실 2788억원, 당기순이익 2423억원으로 잠정 집계해 31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1.4% 늘었지만 순이익이 18.3% 줄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한 결과다. 전분기 대비로는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6.8%, 47.3%씩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역시 적자전환으로 기록됐다.
이 회사가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국제유가가 100달러 수준에서 50달러대까지 반토막이 나 크게 흔들렸던 2014년 4분기 4702억원 손실 이후 4년 만이다. 이번에도 유가 급락이 정유 부문 재고관련손익에 악영향을 미쳤다.
작년 4분기 3개월간 국제유가는 연간 최고·최저점을 모두 찍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두바이유 기준 유가는 10월 초 84달러 수준에서 12월 말 49달러대까지 하락했는데 정유사들은 보통 원유를 사서 제품으로 판매하기까지 걸리는 1~2개월 동안 유가가 떨어지면 도입·판매가 차액으로 인해 손실을 본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석유사업이 4분기 재고관련손익 5860억원, 영업손실 5540억원을 기록했다. 그나마 화학사업이 2495억원, 윤활유사업이 740억원, 석유개발사업이 799억원 등 비정유 부문에서 흑자기조를 유지해 더 큰 손실을 막았다. 회사측은 "4분기 글로벌 경기 둔화에 의한 수요 감소와 미국 셰일오일 공급 과잉 우려로 인한 유가 급락, 제품 마진 약세 등으로 석유사업이 부진했다"면서 "그동안 유가와 마진 등 외생변수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진해온 체질개선 작업의 영향으로 2700억원대 분기 적자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장 우려와 달리 순이익은 흑자 유지에 성공했다. 유가 변동에 따른 손익 악화를 방어하기 위한 환-유가 헷지를 통해 4분기 영업외이익 6556억원, 영업외손익 5577억원을 시현해 세전이익 2788억원을 기록했다는 것이 SK이노베이션의 설명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외수지가 2974억원을 기록했던 상황에서 4분기 5500억원대 영업외이익이 더욱 돋보이는 결과다.
작년 누계 매출액은 54조 5109억원, 영업이익은 2조 1202억원, 당기순이익은 1조 687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에 비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4.2%, 21.3%씩 감소했으나 매출은 11.4% 증가했다. 50조원대 외형 회복은 2014년 65조 8607억원 기록 이후 4년 만으로 2016년부터 2년간 이어졌던 최대 영업익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지속 감소했던 고민을 덜게 됐다.
이 회사는 이번 실적부터 배터리사업도 구분해 공개했다.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본격적인 수주·투자가 진행되면서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결정됐다. 배터리사업은 지난해 영업적자 3175억원으로 전년 대비 손실폭이 854억원 가량 커졌으나 수주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글로벌 증설, 대규모 인력 충원, 연구개발(R&D) 비용 등이 발생한 영향을 받았다. 이 기간 배터리 설비는 1.1GWh에서 4.7GWh까지 증설됐으며 올 연말 19.7GWh 확장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석유사업은 글로벌 정제설비 신증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국제해사기구(IMO)2020 황 함량 규제 도입을 앞두고 경유 중심의 우호적인 시황이 전망된다"며 "윤활유 사업에서도 공급량 확대 등에 따라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원가 절감과 판매량 증대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