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 세발심에서는 '간편납세제' 도입과 관련한 갑론을박이 치열했다. 자영업자 소득파악 문제가 절실한 시점에서 이를 역행하는 제도도입은 불가하다는 입장과 영세사업자들의 세무행정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도를 도입해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또 내년부터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줄이는 문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던 반면 올해 연말정산부터 적용되는 현금영수증 제도에 대한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와 함께 정부가 젊은 세대로의 '부'의 조기이전 촉진을 통한 경제활력 증진을 목적으로 도입키로 한 '창업자금 사전상속 제도' 도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은 민간전문가들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용민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간편납세제도는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중소사업자에 초점을 맞춰 도입되는 것으로 현행 간이과세제도를 점차 폐지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것" 이라며 "앞으로 국회 심의 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오늘 나온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반영할 부분은 최대한 반영할 것" 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토론 주요 요지이다.
■ 장지종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올해 일몰 예정이었던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제도를 폐지하지 않고 균형발전 세액감면제도로 전환한 부분은 중소기업에 상당한 도움이 될 만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수도권 소재 소기업 비중이 41%인데도 이들을 완전히 제외한 것은 문제가 있다.
수도권 소기업들의 지방이전을 촉진하자는 정책 목표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수도권 소재 기업들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점을 감안할 때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수도권 기업에 대한 감면율을 낮게 적용하는 등 지원해야 한다.
기업어음 제도를 개선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거래는 적용 배제했는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현금성 결재 촉진을 위해 당분간 지속할 필요가 있다. 현재 30일 이내, 60일 이내로 세혜택 폭을 나누고 있는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30일 이내의 거래에 대해서는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울러 사전상속제도 신설의 연장선상에서 중소기업 가업승계가 원활해 지도록하는 세제상 혜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임향순 한국세무사회 회장
-현 상황에서 간편납세제 도입은 부적절하다. OECD회원국 과세자 비율이 80%, 우리나라는 50%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 근로자는 세금을 많이 내고 자영자는 실소득 파악이 어려워 세금을 적게 내고 있다. 그런데 간편납세제가 도입되면 자영자 소득파악이 더 어려워 질 수가 있다.
또한 정부가 중장기 조세개혁 방향으로 간이과세자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했지만 이 제도는 간이과세자를 오히려 늘려 조세개혁 방향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 정부가 매출액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정한다고 했는데 매출액 기준을 20억 미만으로 설정하면 전체 사업자의 75%, 10억 미만으로 했을 때 60%, 5억 미만으로 했을 때 50%의 사업자가 해당된다. 예외적으로 범위를 축소해 선택적으로 운영해야 함에도 범위가 너무 넓어지는 문제도 있다.
정부가 개발하는 전자장부를 가지고 간편납세제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과연 전자장부만 가지고 성실성이 보장될지 여부도 의문이다. 지금도 세무사에게 의뢰해 기장하는 사업자들이 가져오는 증빙이 잘못된 것이 많은데 전자장부에 매출 매입 경비를 입력했을 때 나오는 그 숫자의 성실성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의 문제도 심각하다.
■ 이우택 한양대학교 교수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세제혜택을 확충한 것은 그동안 경직적이던 세제당국의 태도에서 벗어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부분은 본질적으로 변한 것이 없다.
우리 나라 기업구조조정 세제의 특징은 상법상 합병 분할에 국한돼 있다. 그러나 외국은 상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합병을 지원하는 등 상당히 발전적이다. 이를 우리 세제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기업 구조조정에 있어서 조세 지원은 장벽을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후에 제도의 남용을 막는 별도의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제도 남용을 우선하다 보니 원활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간편납세제에 의문점이 간다. 기본적인 법규정 절차를 다 밟아야 하도록 되어 있는데 과연 뭐가 간소화된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납세협력비용 축소라는 것도 지금과 같은 '아웃소싱 시대' 에 맞지 않다고 본다. 또 간편납세제도 도입되면 별도의 행정시스템을 국세청에 만들어야 되는 문제도 생긴다.
■ 이만우 고려대학교 교수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조삼모사(朝三暮四)식으로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메시지가 상당하다. 공제율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균형발전 세액감면제도 도입은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중소기업 등을 돕겠다는 취지이지만 이러한 제도 보다는 창업을 하는 사람에게 최저한세 적용을 배제해 주는 등 제도 도입이 바람직하다. 게다가 (균형발전) 세제혜택을 받으려고 기업들이 지방으로 가려고 할지도 의문이다.
■ 김성은 경희대학교 교수
-현금영수증 제도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 아직까지 우리 나라는 현금거래 사회이기 신용카드 사용으로 투명화되지 않은 50%를 조세제도를 통해 파악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신용카드 제도는 성숙단계에 있다. 그러나 현금영수증은 그렇지 않다. 세원확보의 인프라로서 현금영수증 제도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현금영수증 지원 확대가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겠다는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
현금영수증 제도가 정착되면 형평성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다. 현금영수증 제도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현금영수증 사용비율이 신용카드 사용액에 10%에도 못 미친다고 하는데 이대로 두면 제도가 사장될 수도 있다.
■ 김재옥 소비자문제연구시민의 모임 회장
-세제개편을 할 때 정부가 조세정책 개편을 통해 세금을 어느 정도만큼 떠 가져갈 것이냐 문제만을 보지 말고 국민에게 얼마만큼의 부담이 가중되느냐의 측면도 봐야한다.
기업의 기부금 관련해서 장려를 해야될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세수에 별로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로 이를 축소했다. 이월공제 기간도 축소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창업자금 사전상속 제도도 문제가 있다. 창업하는 자녀들에게 미리 거액을 주는 데 세제상 혜택을 주는 제도가 불러올 (부모와 자식간)사회적 갈등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반 소비자들과 깊은 관계가 있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축소도 현행 유지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 장기주택 마련 저축, 세금우대종합저축 등 온 국민과 관련된 감면제도들을 장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축소해 장벽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권택호 여수대학교 교수
-노후자금 마련에 세제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적절하다. 그러나 연간 300만원으로 소득공제 한도를 정한 것은 문제다. 연간 300만원 저축이란 것은 노후 생활 지원의 측면에서 하찮은 것에 불과하다. 이를 대폭 확대해 노후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 김종상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
-간편납세제 도입을 근본적으로 막는 것은 지나치다. 이 제도를 세련되게 다듬고 일부 사업자에 대한 예외적인 제도로 활용해야 한다. 따라서 대상을 대폭 축소해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인의 경우 5억원 미만 사업자, 개인의 경우 3억원 미만 사업자에 대해 납세자의 희망에 따라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본다.
■ 허정옥 탐라대학교 교수
-간편납세제도와 관련해 지방 소도시에서 사업하는 사업자들의 경우 세무대리인 등에게 아웃소싱을 하려해도 이들 전문가 문턱을 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비록 대상 사업자를 축소 하더라도 국민이 선택해 자신이 편하게 하도록 하는 데에 있어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도를 다듬어서 사업자들이 자기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선택해 적용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 문형표 KDI 연구부장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연금저축에 대한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 나라 개인연금 저축 불입액에 대한 소득공제의 문제는 가구기준이 아닌 개인기준이란 데에 있다. 개인기준에서 가구기준으로 전환해 소득이 없는 배우자에 대해서도 연금을 가입해 때 같은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
■ 조성표 경북대학교 교수
-기업의 연구개발에 대한 세제지원 부분이 부족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금은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많이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세제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차등해 연구개발에 혜택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리 나라 기업들의 연구개발 기반이 매우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연간 100억원, 600억원 정도 연구개발 투자를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지원을 해 연구개발을 많이하도록 장려할 필요가 있다.
■ 이계원 조선대학교 교수
-에너지 절약시설 세액공제제도를 연장했는데 이 부분에 더해 친환경 에너지, 대체 에너지 관련한 세제혜택을 빠른 시간내에 만들어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있어야 한다.
간편납세제도는 그동안 정부가 시행해 온 간이과세자 등과 같은 제도의 시행착오를 거듭할 위험성이 있다. 현재 사업자들은 월 5만원만 주면 세무사들로부터 기장대리는 물론 컨설팅까지 받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사업자와 대리인이 서로 윈-윈을 하고 있다. 제도를 신중하게 검토해 시행을 하되 완전히 시장에 맡겨야 한다. 다시 말해 대상 사업자가 이를 전적으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 이필우 납세자연합회 회장
-기업의 기부금 제도를 활성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축소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또 현재 법인의 경우 5%로 제한되어 있는 지정기부금 비용인정 범위도 10%로 올려 기부를 활성화해야 한다. 기업 등의 기부를 활성화하면 빈부격차 해소나 사회복지에 더욱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 권영준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소장
-현재 신용카드 사용은 포화상태이다. 그러나 현금영수증 제도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해 자칫하면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정책적으로 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 현금영수증 활성화를 위해 일정기간 동안 지원을 해야 한다.
간편납세 제도는 일부 이익단체에서 반대를 하고 있지만 자영업자 입장에서 볼 때 좋은 것이다. 세무사회 등 이익단체에서 무조건 폐지하자고 해서는 안된다. 제도를 보완하자고 해야 한다고 본다.
또 이익단체 등에서 공익사업 차원에서 무료 기장, 무료 상담 창구를 만들어서 활용해보고 그 다음에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제기하는 게 낫다고 본다. 또한 일단은 간편납세제도를 출범시키고 이후에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한 문제지적이 순서가 아닐까 한다.
■ 김정태 경영자총협회 상무
-퇴직급여 손비인정 한도를 40%에서 30%로 축소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법정 퇴직금 제도보다는 퇴직연금제를 활성화시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기업에서는 노사가 퇴직급여와 퇴직연금을 협의해 결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업장, 대기업 노조에서는 법정 퇴직급여를 더 선호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노조의 반대로 법정 퇴직금 제도를 당분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비인정 한도를 줄이는 것은 기업부담의 측면에서 아직 이르다고 본다.
■ 임주영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올해 10개의 비과세·감면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했지만 이 제도 폐지로 늘어나는 세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 일몰예정이었던 농·어민 생산활동 지원 부분의 감면제도는 세수가 매우 크다. 또 지금까지 문제시됐던 것처럼 감면혜택이 농민이 아닌 유통상, 제조업자에게 가고 있는게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런 제도들을 폐지하는 것이 실효성 있는 세입기반 확충 방안이될 수 있다.
간편납세제도는 기본적으로 제도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다만 간편납세제라는 이름이 주는 혼란을 감안할 때 용어사용을 적절히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 은방희 여성단체협의회 회장
-요즘 '부모들은 절대로 죽기전에 자식에게 재산을 주지 말라' 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또 현금을 꼭 가지고 있으라는 말도 많이 한다. 제도를 보면 부동산 등 양도세 과세 대상 재산은 제외한 것도 문제가 있다. 지금도 자식들이 창업자금을 핑계로 부모의 재산을 가지고 가려고 해서 사회적인 갈등이 많이 생기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정부가 출산율 저하, 고령화 사회 진전을 이유로 부의 조기이전을 촉진한다는 취지아래 제도를 도입하려 하고 있지만 이는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것과 역행하는 제도로 간주된다. 사전상속제도 도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