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을 감안할 경우 현재 유가수준이 70년대 오일쇼크 당시의 90달러 수준에는 못미치지만 생산여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수요는 급증하고 있어 세계 경제에 또 다시 `오일쇼크`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유가 상승은 개인들의 가처분 소득을 줄여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라 기업들의 실적도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인상이 예상되고 있으며 금리인상과 기업실적 악화는 증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유가상승으로 인한 선진국의 경기회복 둔화는 한국 등 이머징 마켓의 수출주 등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70불 시대 도래.."올 것이 왔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영향으로 29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 시간외거래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10월 인도분은 70달러를 돌파했다. WTI는 이날 배럴당 68.6달러로 출발한 뒤, 곧바로 70.8달러까지 치솟았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영향으로 셰브론, 엑손모빌 등 멕시코만의 주요 석유업체들이 일부 생산을 중단했으며, 하루 약 100만배럴의 생산 차칠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들어 가파르게 상승한 유가는 이미 세계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워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고유가 영향으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0.8%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국제유가가 허리케인이라는 일시적 요인이지만 배럴당 70달러 이상으로 상승함으로써 세계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급상황이 열악한 상황에서 올해 허리케인이 유난히 강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일단 심리적 저지선을 돌파한 유가가 쉽게 고개를 꺾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유가 상승은 휘발유 가격인상 등으로 소비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친다. 미국 휘발유 가격은 사상 최고치 행진을 경신하고 있으며 휘발유 가격 상승 등으로 미국 물가는 3%이상 올라 노동자들의 임금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인플레 가중, 소비·투자위축..세계경제 먹구름
근로자들이 실질임금 감소는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소비가 전체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를 둔화시키는 것은 물론 세계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국제 유가로 지난주 발표된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는 3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소비심리 급랭의 영향으로 뉴욕증시는 큰 폭 하락했다.
기업들도 원재료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마진 압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업들의 우가상승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인플레가 가속화되고,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는다면 기업들의 실적악화는 불가피하다.
고유가 파장은 선진국과 이머징마켓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확산된다. 국제유가의 상승으로 유로존 12개 국가의 7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동기 대비 2.2% 상승하며 7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과 일본, 한국 등 주요 원유수입국의 경우 고유가 부담으로 무역수지가 압박을 받고 있고, 인도네시아의 경우 원유수입 비용 증가 등으로 통화가치가 급락, 제2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 중국, 일본 등 `빅3` 원유 수입국의 수입비용 부담이 큰 폭으로 증가한 나타났다. 세계 3위 원유수입국인 일본의 경우 6월 원유수입이 48.5% 급증했고 중국도 7월 원유 수입액이 61% 급증한 42억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원유수입국인 미국의 경우 6월 원유수입액이 전달보다 9.8% 늘어난 199억달러에 달했고 6월 무역적자는 원유수입 부담으로 인해 역대 3번째로 많은 588억달러를 기록했다.
◇고유가 우려 목소리 갈수록 커져
고유가에 따른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로드리고 라토 IMF 총재는 지난주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 인플레 압력이 고조되고 있는 국가들을 사례로 들며, 고유가가 아시아 경제성장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토 총재는 중국과 인도, 미국 등의 원유 수요가 강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유가가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아시아의 성장은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급등으로 미국에서는 전략비축유(SPR) 방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9월 정례 회의에서 유가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가 파장을 줄이기 위한 각국 정부 및 기업의 대응책 마련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데일리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