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사업자에 부담, 사업자는 소비자에 떠넘길 우려
정부의 부동산제도 개혁안에 따라 지난 2004년에 수명을 다한 개발부담금제가 전격 '부활'된다.
이는 개발로 인해 직접 혜택을 입는 사람에게 시설비용도 부담한다는 '기반시설부담금'과는 달리, 투기를 잠재우기 위한 주 목적으로 토지개발에 따른 땅값 상승 차익을 환수한다는 점에서 시행에 따른 효과가 주목된다.
건설교통부는 31일 '부동산제도 개혁방안' 발표와 함께 내년부터 전국의 일정규모 이상 토지개발사업에 대해 개발부담금 제도를 도입해 재부과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택지개발·공업단지·관광단지·온천·골프장 등 전국의 30개 사업에 대해 개발이익의 25%를 개발부담금으로 부과하게 된다. 단 재건축·재개발·기업도시 등은 부과대상이 아니라고 건교부는 덧붙였다.
개발부담금이 부과되는 사업은 부과대상 가운데 도시지역의 경우 200평 이상, 비도시지역의 경우 500평 이상이며, 준공후 3개월 이내에 부과된다.
다만 국가의 모든 사업이나 택지개발 등 지자체의 5개 사업은 100% 감면되고, 지자체의 기타 25개 사업·택지개발 등 정부투자기관의 5개 사업 등에 대해서는 50%를 감면해준다.
개발부담금제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으로 생기는 '개발이익' 중 일정한 비율을 환수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지난 1989년 개발이익환수법이 제정된 뒤 비수도권은 2002년, 수도권은 2004년까지 시행됐다.
부과방식은 사업종료 시점의 땅값에서 사업착수 시점의 땅값·개발비용·정상 땅값상승분 등을 뺀 '토지개발이익'에 부과율별로 부담금이 매겨지는 형태다.
제도가 중지되기 전까지 1990∼1997년까지는 50%의 부과율이 적용됐으며, 1998∼1999년에는 면제, 2000∼2003년에는 25%의 부과율이 적용됐다.
부담금으로 거둬들인 수입의 50%는 해당 지자체에, 나머지 50%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에 편입된다. 부담금은 제도가 시행된 지난 15년 동안 연평균 1086억원씩 모두 1조6290억원이 징수됐다.
정부는 이번 개발부담금 재도입을 통해 '자신의 노력에 의하지 않은' 땅값 상승에 따른 차익을 환수해 토지에 대한 투기를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제도시행에 따라 부담금의 대부분이 수요가 많은 지역의 경우 소비자에게, 공급이 많은 지역에서는 개발사업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개발의욕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건교부는 이에 대해, 그동안 부과 경험에 비춰 개발부담금 부과로 인한 가격상승이나 부담전가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공공기관 시행사업 및 서민주택 등에 대해 부과면제·감면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부담전가나 가격상승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개발의욕이 위축된다는 지적에 대해 "과거에 개발부담금이 개발을 위축시켰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며 "개발사업은 주로 거시경제 상황과 부동산시장의 여건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라고 말했다.
개발부담금이 본래 의도대로 부당한 이익을 거둬들이고 투기를 잠재우는데 일익을 해 낼지, 아니면 또다른 형태로 수요자에게 전가되는 '부담'으로 작용할 지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는 부담금관리기본법을 개정, 내년 1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