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공동취재단] 이산가족 상봉행사 20년만에 웃지못할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김종하(75) 할아버지는 지난 26일 열린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꿈에도 그리던 북녘 가족들을 만나게 되어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반세기 넘도록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과 상봉할 날을 기다리며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김 할아버지는 이번 상봉에서 북녘 가족들과 만나지 못했다. 북한 조선적십자회가 상봉대상자로 정한 북측 주민이 김 할아버지와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김 할아버지는 지난 26일 11차 이산상봉행사에서 '사촌동생' 2명을 만났다. 그러나 김 할아버지는 이들과 가족·친지의 안부를 묻는 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양측 적십자회가 다시 점검해본 결과, 이들 남북 가족은 아무런 친인척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 할아버지는 "내 작은아버지는 김창렬인데, 북쪽에서 나온 사람들은 김○섭이라고 했다"며 "또 부친은 4형제인데, 6남매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측은 적십자회 관계자를 김 할아버지에게 보내 사과했고, 가족을 꼭 찾아주겠다고 약속했다. 남측 행사관계자는 "북측이 생사·주소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다소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김 할아버지가 북측 가족과 만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상봉장에서 다른 사람들은 상봉을 하는데 나는 하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면서도 "북측이 다시 찾아주겠다고 하니 사촌동생보다 더 가까운 가족을 만난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지 않겠냐"라며 마음을 달랬다.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엉뚱한 상대가 나와 상봉하지 못한 것은 85년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실시된 이래 20년만의 처음 있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