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제공]
다양한 맛을 앞세운 수입맥주가 국내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대체할 맥주업계가 정부의 눈치 보기와 국회의 파행으로 고사위기에 처했다.
7일, 맥주세제 개편의 키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 김병규 세제실장은 정부 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종량세로 전환하는 개편안의 발표시기가 지연되고 있다”면서 “최대한 빨리 조율해 발표할 예정이비만 구체적인 일정을 단정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주종 간, 동일 주종 내에 일부 이견이 있으며 이를 조율하고 실무적인 검토를 위해 추가 시간이 필요한 상황으로 마무리 되는 대로 다시 언급할 예정”이라며 “소주와 맥주 가격은 변동이 없는 것을 기본으로 증세가 되지 않는 방향을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반복된 약속파기에 따라 '공염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7월 맥주 종량세 백지화 및 재검토에 이어 11월, 국회기획재정위의 2019년3월 개편안 제출 약속이 무위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연구용역 의뢰 중으로 4월말이나 5월초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오늘(7일) 또 다시 특별한 이유 없이 '무기한 지연'을 밝힘으로써 빈사상태에 빠진 맥주업계를 더욱 어려운 처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정부의 소극적 태도와 의회의 방관이 지속된다면 4조 원이 넘는 국내 맥주시장을 외국 업체에 넘겨주는 것은 물론 관련 산업의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막대한 투자가 이뤄진 업계의 존폐가 달린 사안이 특별한 사정없이 계속 표류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 답답하기만 하다”며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부정책 기조에 근본적인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가 개편을 요구하는 종량세제는 현행 출고가격에 세금을 부과하는 종가세와 달리 출고되는 물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제도로 정부에서는 세제개편에 따라 고가, 고급 주종의 세금이 인하되는 문제와 함께 일부 수입맥주의 가격이 인상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조세연구원이 개최한 '맥주 과세체계 개선 방안' 공청회는 '수입맥주 4캔 만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여론에 밀려 흐지부지 됐다. 하지만 과세형평성과 국내산업 육성 및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도 종량세 전환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한결같은 요구다.
실제 국내 맥주 제조사들의 생산시설 가동률은 역대 최악으로 현재와 같은 불공평한 과세체계가 지속될 경우 해외로 이전해 생산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오비맥주의 경우 지난해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제품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으며 하이트진로의 경우 맥주부분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03억 원을 기록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다.
시설 가동률을 보면 5년 전인 2014년 49.27%, 2015년 49.7%로 최고점에 달한 후 외산 맥주가 본격적으로 시장을 확장한 2016년에는 44.19%로 꺾였다가 2017년에는 처음으로 40% 선이 무너지며 38.08%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맥주 생산설비 일부를 소주로 전환했음에도 사상 최저인 36.76%에 그쳤다.
클라우드 맥주와 처음처럼 소주 상표를 가진 롯데의 주류매출은 2014년 8237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5년 7591억 원 2016년 7331억 원, 2017년 7643억 원, 지난해 7567억 원으로 7500억 원에 그치고 이에 따라 영업이익도 2014년 449억 원에서 지난 2015년 452억 원, 그리고 2016년에는 274억 원으로 감소했다.
롯데의 공장가동률은 2014년 98.4%, 2015년 94.1%로 90% 선을 넘은 후 2016년 68.1%로 급락했고 충주 제2공장이 가동을 시작한 2017년 62.57%의 가동률을 보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55.8%에 그쳤다. 소주설비와 구분해 공개되고 있지 않지만 맥주설비 가동률은 30%선을 겨우 유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결할 방법은 정부나 국회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복잡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즉 맥주나 소주에는 종량세를 적용하고 나머지 주종에 대해서는 기존처럼 종가세를 적용하는, 주종에 따른 과세체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업계관계자는 “불공평한 세제를 개편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언제까지 정부 당국자의 입만 바라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업계의 의견을 모아 입장문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