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사회적 가치 상쇄할 만큼의 고용증진 등 효과 낸다면 인하 필요 있어"
김병욱 "공제 자격요건 까다롭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떨어져"
기업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 내는 가업상속세를 공제 내지 인하하자는 의견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의 가업상속세율은 최고 6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상속세가 너무 크다 보니 가업승계를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상속세 공제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제한 조건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조세일보는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김병욱 두 의원에게 가업상속세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담 : 허헌 정치부장, 조성준 정치부 기자>
<질문> 정치권에서 가업상속세율 인하 논의가 진행 중인데.
◆ 박찬대 = 중소기업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업력 30년이 넘는 중소기업 CEO의 평균연령이 63.3세다. 이들이 은퇴하고 세대교체를 통한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승계 프로세스를 마련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 가업상속세율 인하 요구가 커지고 있는 큰 이유로 본다.
◆ 김병욱 = 국내 제조업에서 가족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85%정도 된다. 미국도 92%, 유럽도 60% 이상으로 높다. 국가산업을 밑받침하는 제조업의 약 85%는 가족기업이므로 이들이 세대를 뛰어넘어 명문장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상속세제를 정비해야 할 때라는 당위론적 필요성에 동감한다.
◆…김병욱(왼쪽),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가업상속공제 논의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사진=임민원 기자)
<질문> 한국의 가업상속세율은 OECD 최고 수준이다. 이에 가업 승계를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 박찬대 = 가족에게 주식으로 기업을 물려줄 경우 실제 상속세 부담은 우리나라가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주식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더 크게 만들어가야 할 것인데, 기업 오너 입장에서는 현금화 해서 물려주는 것이 더 이득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OECD 35개국 중 30개국은 직계비속 기업승계 시 상속세 부담이 없거나(17개국), 세율인하 혹은 큰 폭의 공제 혜택을 제공(13개국)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직계비속에게 기업승계 시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이 기존 50%에서 30%로 인하되며, 큰 폭의 공제 혜택까지 적용되면 실제 부담하는 최고세율은 4.5%로 낮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김병욱 = 가업상속세율을 두부 자르듯이 몇 %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냐는 쉽게 예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서는 기존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 50%를 25%로 절반 가량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에서는 주식할증까지 포함한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65%)을 OECD 평균 수준인 26.6%로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용민 연세대 법무대학원 교수 등 일부 학자들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소득세 최고세율(42%) 수준으로 내리고, 최대주주 할증과세(최대 30%)는 폐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진단과 주장이 나오고 있어 어느 수준의 완화가 적절하고 사회적 이견이 적을지 고려해야 한다.
<질문> 상속 공제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의견도 나온다.
◆ 박찬대 = 우리나라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과거에 비해 공제상한액이 1억원에서 500억원으로 확대됐고, 중소기업에서 이제는 중견기업까지 대상이 된다. 하지만 사업영위기간 10년 이상, 10년간 대표직 및 지분 유지같은 외국보다 까다로운 요건으로 활용이 저조하다.
이로인해 고율의 상속세를 피해 매물로 내놓은 알짜배기 회사가 수 백개나 된다고 한다. 지난해 한국 M&A거래소에서 매각을 의뢰한 기업 730곳 중 상속하는 대신 팔아서 현금을 물려주겠다는 기업이 118곳이라고 한다. 요건이 까다롭다보니 상속세 부담을 짊어질 바에는 기업을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 김병욱 = 중소·중견기업에서 상속세를 내려다가 자식에게 물려줄 경영권을 잃을까봐 기피하는 것이 크다고 본다. 통상 기업을 안정적으로 승계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부인과 자식의 지분이 최소 '50%+1주'는 돼야 한다. 창업주가 주식을 통해 기업의 경영권을 승계할 경우 기업(매출 3000억원 초과)의 실질 상속세율은 최대 65%까지 올라간다.
이때 주식양도세 22%를 또 따로 내야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추가로 세율이 올라가고, 세금을 내는 과정에서 경영권 지분을 잃게 되는 상황에 놓이는 셈이다.
◆ 박찬대 = 정부에서는 중소기업과 매출 3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에 가업상속 공제제도를 통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의 경영자가 생전에 자녀에게 가업을 계획적으로, 사전에 상속할 경우 가업상속재산의 100%를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증여세는 100억원 한도 내에서 과세 특례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요건이 까다로워 중소기업도 실효성을 거두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존재하고 있다.
가업승계 공제 혜택을 받는 기업은 1년에 평균 62곳 정도밖에 안 된다. 강소기업이 많기로 유명한 독일 역시 가업승계 공제 제도를 실시하는데, 혜택을 받는 기업 수는 연평균 1만7645개에 달한다. 격차가 큰 근원적인 이유를 분석해봐야 한다.
산업 트렌드가 갈수록 빠르게 바뀌는 환경에서 업종을 10년간 유지하는 것도 고려해볼 대상이다. 가업상속공제 제도 자체는 필요하기에 국내법은 실효성을 조금 더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데 동의한다.
◆ 김병욱=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사이클이 짧아져서 AI, 스마트팩토리 등도 나오고 있는게 현실이다. 제도에서 특히 상속 후 동종업종을 10년 이상 유지해야한다는 조건은 현실과 괴리감이 크다.
그래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유지 기간을 7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한다고도 했는데, 획기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의 기업이라는 기준도 경제규모에 맞게, 경제성장률만큼은 계속 올려주는게 합당하다고 본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 (사진=임민원 기자)
<질문> 세율 조정 외에 대안은 없나.
◆ 박찬대 = 일각에서는 '자본이득세' 체계 도입도 거론된다. 생전에는 높은 소득세율로 과세하면서 무상 이전되는 자산에 대해서는 '자본이득세' 형태로 과세하는 것이다. 즉 부모가 1000원에 자산을 산 후 1500원에 이를 자식에게 넘기면 차액인 500원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방식이다.
캐나다가 현재 이 과세체계를 택하고 있고, 자본이득세 체계를 도입한 호주의 경우 상속시점에는 미실현 이익으로 간주해 과세를 하지 않다가 상속받은 자산을 처분할 때 취득가액 등을 제외하고 차액에 과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김병욱 = 다만 이러한 자본이득 과세가 제대로 작동되려면 자녀가 취득당시의 가액 등을 추적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인프라가 다 갖추어져 있냐는 부분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질문> 가업상속 공제 내지 요율 인하가 우리 경제에 실효성을 가져올 수 있나.
◆ 김병욱 = 물론 가업상속세 공제로 경제수지나 기업환경이 바로 살아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는 심리다. 경제는 심리라는 측면에서 중견·중소기업에서 가업상속문제를 직접적으로 제기해왔고, 충분히 들어줄 가치가 있다. 결국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기업에게 이윤창출에 대한 동기부여를 강하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악화돼있는 경제활성화 심리를 제고시키고, 경제성장에 대한 모멘텀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절대 반기업 정부가 아니고, 혁신성장을 통해서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 나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런 일환으로 일부 완화하는 측면이 필요한게 아닌가 한다.
◆ 박찬대 = 가업상속공제라는 것이 상속세를 통한 부의 재분배,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같은 사회 정의를 뛰어넘는 공익적 가치, 예를 들어 일자리 창출이 가장 적절하겠다.
이런 고용증진같은 경제적 효과를 낸다면 전반적인 세율인하라든가 가업상속 공제의 폭을 넓히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 (사진=임민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