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율 증가 등 감안할 때 설탕세 도입 고려해야"
국회입법처, '설탕세 과세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
세계 각국에서 설탕 과다 섭취로 인한 비만 등 각종 성인병 예방을 위해 '설탕세(sugar tax)'를 부과하고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러한 '목적세'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설탕세를 도입한 국가의 청량음료 업체들은 자사 제품에 포함되는 설탕 함량을 낮추고 있는 추세다.
다만 국민들의 조세저항·음료 산업계의 반발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설탕세 도입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부터 선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이 같은 내용의 '설탕세 과세 동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설탕세는 당(糖)류가 첨가된 청량음료 등 식품에 부과하는 세금을 통칭한다. 현재 각국마다 세금을 매기는 방식에 차이는 있지만, 주로 당이 포함된 제품 kg(또는 ℓ)당 일정 금액의 세금을 부과하거나 당 함량 정도에 따라 누진 과세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영국은 지난 2018년 4월부터 아동 비만을 감소시킨다는 목적으로 설탕세를 부과했다. 세율은 100ml당 설탕 함유량이 5~8g 미만인 경우 ℓ당 0.18파운드, 함유량이 8g 넘겼을 땐 ℓ당 0.24파운드다.
프랑스는 2012년부터 설탕을 포함한 음료에도 설탕세를 매기고 있다. 당초엔 가당음료 100ℓ당 정액을 과세했으나, 2018년 7월부터 제품의 설탕 함유량에 따라 차등 과세(100ℓ당 설탕 함류량 1~8kg까지 차등 세율, 8kg 초과 시 고세율)하고 있다.
이탈리라는 올해 10월부터 설탕 음료에 세금을 매길 계획에 있다. 감미료가 많이 함유된 음료의 소비를 제한하는 게 주된 목적이라고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설탕세 도입으로 올해 약 5850만 유로(약 735억원), 내년 약 3억2840만 유로(약 4231억원)의 세수가 걷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설탕세를 매기려는 움직임은 있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탄산음료, 패스트푸드 등 고열량·저영양 식품에 대해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려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보고서는 "늘어나는 당류 섭취 추세·비만율 증가 추이를 감안할 때, 국민의 식습관 개선을 유도해 당류 섭취율·비만율을 개선하기 위한 하나의 정책 대안으로 설탕세의 도입이 고려될 수 있다"고 했다. 2016년 현재, 우리나라 남자 아동·청소년의 비만율은 OECD 평균(25.6%)보다 높은 26% 수준이다. 국민 평균 총 섭취열량 대비 당류 섭취량은 2007년 13.3%(59.6g)에서 2016년 15.2%(73.6g)까지 올랐다.
그러나 '설탕세의 효과가 일시적이다', '저소득층 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설탕보다 건강에 더 해로운 성분의 소비를 증대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 등 반론도 만만치 않다.
보고서는 "설탕세는 국민 부담 증가로 인한 조세저항·음료 산업계의 반발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도입 검토 시에는 관련 이해당사자, 전문가 등을 포함한 국민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