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이만희 총회장 등 신천지 측 '미필적 고의 살인' 고발
검찰 '서울중앙지검 코로나19 대응 TF' 형사2부 배당
법조계 "고의와 인과관계 입증 부족해 '미필적 고의' 미지수"
이만희, 2일 기자회견 "뭐라고 사죄할지" 큰절 두 번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측이 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평화의 궁전'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이만희 총회장이 큰절하고 있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 1일 이 총회장 등 신천지 수뇌부를 '미필적 살인에 의한 살인'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집단 감염 진원지로 알려진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이만희 총회장이 살인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해 살인죄의 성립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는 지난 1일 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과 12개 지파 지파장들을 살인 및 상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총회장 등 신천지 관계자들이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는 등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해당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주장이다.
미필적 고의는 자신의 행위로 인해 어떤 범죄결과의 발생 가능성을 인식했음에도 그 결과의 발생을 인정해 받아들이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예컨대 엽총으로 새를 쏘는 경우 자칫하면 주위 사람에게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발포했는데, 사람이 맞아 사망했을 경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된다.
서울시는 신천지 지도부가 자진해서 검진을 받고 다른 신도들도 검진 및 역학조사에 협조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조사에 성실히 응하지 않고 검진을 거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서울시는 "신천지 측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한 신도 명단이 누락되거나 허위기재가 있는 등 방역당국의 업무를 방해한 의혹마저 제기된다"며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총회장 등 신천지 수뇌부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적용하기 위해선 법리적으로 판단할 부분이 많다고 본다.
우리나라 형법은 살인죄에 대해 '고의'로 타인을 살해해 생명을 빼앗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살인죄가 성립하려면 '고의'와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A 변호사는 "신천지 신도가 죽든 말든 꼭 예배해야 한다든지, '죽어도 좋다'고 할 만큼 방치를 해야 고의성이 성립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교회에서 예배했는데 필요한 조치를 완벽히 하지 않았다고 해서 형사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A 변호사는 또 "미필적 고의는 과거에는 교과서에만 봤을 만큼 사례가 많지 않았는데 최근에서야 아동학대 사건에서 조금씩 적용되고 있다"며 "실제로 미필적 고의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사건에서 이준석 선장이 대법원에서 미필적 고의를 인정받은 것과 비교해서도 그는 "당시 세월호 선장은 분초를 다투는 위급한 상황에서 곧 탑승객들이 익사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며 "신천지의 경우 누군가가 죽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다소 힘들지 않았겠느냐"고 설명했다.
한 대형 로펌의 B 변호사도 이 총회장이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B 변호사는 "코로나19가 아직은 치사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살인의 고의가 되려면 사망하신 분들에게 직접 전염을 시켜야 성립할 것으로 보인다"며 "애초 전염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힘들고, 전염된다 하더라도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여러 가지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 총회장의 혐의를 업무상과실치상으로 볼 여지는 있겠지만 미필적 고의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면서 "서울시에서 신천지에 강력한 경고성 메시지를 주기 위해 특단의 성격으로 고발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검사 출신의 대형 로펌의 C 변호사 또한 "신천지 교회에서 신도들이 예배한 것과 사망자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찾기 힘들다"며 "다만 신도 숫자를 왜곡해서 전달한 행위에 대해선 감염병예방법 적용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서울시가 이 총회장을 고발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코로나19 대응 TF' 사건대응팀인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이창수)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신천지 측은 지난 1일 호소문을 통해 "우리는 시스템 체계를 갖춘 정당이나 대기업이 아니고 신앙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라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며 "뭔가 숨기는 듯 묘사해 신천지를 범죄 집단화하는 시도를 멈춰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은 신천지에 대한 강제수사 착수가 오히려 방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2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정부의 강압적인 조처로 인해 신천지 신도가 음성적으로 숨는 움직임이 확산될 경우 방역에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만희 총회장이 퇴장하며 엄지를 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 총회장은 2일 오후 3시10분경 경기 가평군 '평화의 궁전'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말 죄송하다. 뭐라고 사죄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총회장은 "즉각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나 정말 면목 없다. 당국에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해줘 고맙고, 동시에 정부에게도 용서를 구한다"며 큰절을 두 번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개인의 일이기 전에 큰 재앙"이라며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나라를 위해 이러한 모든 것이 해결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총회장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며 '엄지'를 들어 보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