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가 봉쇄한 이주노동자 기숙사 모습 (사진 연합뉴스)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꼽혔던 싱가포르가 지난달 중순부터 감염자가 수십 명씩 서서히 늘기 시작하다가 이번 달 중순부터 폭증해 수백 명씩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일 확진자가 1,426명 이르렀으며 지난 18일과 19일에도 942명과 596명에 달했다. 지금까지 총 확진자가 8,014명이고 총 사망자가 11명이다. 감염자는 주로 이주노동자가 거주하는 기숙사와 작업장에서 발생했다.
니케이 아시안은 좁은 환경에 머무는 이주노동자 사이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것을 다른 나라들도 주의하고 있어야 한다고 지난 20일 보도했다.
이번 대규모 확진자 중 95%가 한 방에 열 명이 생활하는 좁은 노동자용 기숙사에서 발생했다. 이들은 주로 건설현장과 조선소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와 인도에서 온 이주노동자로 싱가포르의 부유한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들이 일하는 일부 작업장도 이미 코로나19 확산의 거점이 됐다.
싱가포르를 비롯한 많은 나라가 외국인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이주노동자가 1억 6천 4백만 명에 이른다.
니케이 아시안 리뷰와 인터뷰한 호주 머독 대학의 개리 로단 교수는 "저소득층 이주노동자가 많은 나라는 이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환경에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과 한국 역시 외국에서 온 이주노동자 약 200만 명이 있으며 이들의 처우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보통 사회에서 약자에 위치한다.
신문은 이주노동자만이 아니라 저소득층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평균소득 하위 25%의 감염이 전체 감염의 35%를 차지하는 반면 상위 25%는 10% 미만을 차지했다. 블루칼라 직종은 재택근무에 적합하지도 않아 직장 폐쇄를 하지 않는 이상 노동자들이 감염될 위험이 더 크다.
◆…기숙사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싱가포르 이주노동자들. (출처 로런스 웡 국가개발부 장관 페이스북, 연합뉴스)
싱가포르 정부는 노동자 보호에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주 동안 기숙사 여러 개를 폐쇄하고 위생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기숙사 운영자와 협력하고 거주자에게 소득을 지원해줬다. 지난주 토요일, 싱가포르 노동부는 4월 20일부터 5월 4일까지 건설 노동자들이 집에 머물도록 명령했으며 고용주가 피고용인의 건강과 식사 상태를 관찰하도록 의무화했다.
싱가포르 야당은 정부가 너무 느리게 반응했다고 비판하며 지난 2월에 첫 이주노동자 감염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싱가포르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이번 사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명확하지 않다고 전하며 싱가포르는 이주노동자가 필요하고 이주노동자도 고국에 돈을 보낼 일자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로단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이주노동자의 생활 상태가 지역 사회와 국제 사회에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싱가포르 정부가 이번 위기 뒤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외교적 평판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