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한국과 홍콩시민의 협력이 코로나19 이겨내

한국과 홍콩의 성공은 '시민의 협력' 이 큰 역할
강제하지 않아도 협력하는 '시민의식' 돋보여
'높은 정부 신뢰'가 시민의 협력 이끌어
방금은 금물, 백신이 나올 2021년 중반까진 버텨야

◆…한국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과 홍콩은 전 세계 유일하게 도시를 봉쇄하지 않고도 감염자 수가 크게 줄어들어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두 나라의 방역 성공은 그저 방역체계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했기 때문이라고 오늘 (21일) 보도했다.

홍콩은 지난 월요일(20일) 거의 두 달 만에 처음으로 감염자가 없다고 보고했다. 한국도 지난 일요일(19일) 8명이 감염됐다고 보고했으며 이는 두 달 만에 최저치이다. 홍콩은 지금까지 1,026명이 감염되고 4명이 사망했으며 한국은 10,683명이 감염되고 237명이 사망했다. 홍콩의 인구는 약 720만 명, 한국은 약 5,180만 명이고 두 나라 모두 인구 밀도가 높다.

신문은 두 나라 모두 처음에 다른 나라와 달리 강력한 봉쇄를 하지 않아 심각한 비난을 들었음에도 발병의 흐름을 뒤바꿔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자유'라는 좌우명 아래 세워진 나라임에도 시민들이 집을 떠나려면 허가가 필요하나 홍콩과 한국은 시민들이 서로 거리를 두면서 자유롭게 길을 걷고 식당에 갈 수 있다. 자국의 대응에 한탄하는 서구 비평가들은 한국과 홍콩을 주목하며 재빠른 정부의 대응과 잘 조직된 검사제도가 강력한 조처를 하지 않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여기에 '시민의 힘'이 두 나라 성공의 한 축을 담당했다고 봤다. 채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정부의 노력으로 감염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해도 시민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며 "전염병 확산이 급격히 오르는 시점에 사회가 적극적으로 협조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한국과 홍콩시민들은 정부의 지침이 없었음에도 스스로 마스크를 썼으나 이탈리아와 미국 같은 서구 나라들은 정부의 지침이 내려올 때까지 기다렸고 정부의 대응이 이미 늦은 상태였기에 사태가 더 심각해졌다고 평했다.

채 연구원은 "서구 국가들은 코로나19가 지구 반대편에 국한되는 일로 생각해 가볍게 봤다"며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심각해진 상황에서도 서구 정부들이 바이러스를 가볍게 보는 탓에 서구 시민들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도록 부추겼다. 이탈리아는 "밀란은 멈추지 않는다"라는 운동을 벌이며 술집을 계속 열도록 권장했으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봉쇄를 위해 건국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콩 대학교 연구원들이 랜싯 공중보건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같이한 시민들의 대응이 바이러스를 막는 데 도움 됐다고 밝혔다.

홍콩 대학교 역학 및 생물통계학 밴자민 코울링 교수는 "다른 나라 정부에서 홍콩의 성공을 배울 수 있다"고 밝히며 "사람들이 이런 조치를 계속한다면 피로를 줄이면서도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한국도 마찬가지로 개인의 자유가 희생되더라도 바이러스와 싸우는데 서구보다 더 크게 협력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 따르면, 한국인 78.5%가 팬데믹을 막기 위해 사생활 권리를 희생하겠다고 밝혔다.

신문은 다른 아시아 나라와 달리 한국과 홍콩시민들은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운동 참여에 적극적이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두 나라 시민들 모두 팬데믹이 시작한 이래로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공공장소를 방문할 수 있었다.

반면 다른 아시아 나라들은 시민들의 협력을 이끌기 위해 더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말레이시아에 사는 19세 학생 나오미 팡은 "봉쇄가 시작했을 때, 대다수 사람이 집에 머물라는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지금은 사람들이 명령에 따르는데 정부가 사람들이 공원과 거리에 나오면 벌금 같은 처벌을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필리핀에 사는 30세 몬데카스트로는 "봉쇄 기간에 밖에 나가는 것은 무모한 행위라며, 두테르테 대통령이 밖에 사람이 보이면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싱가포르에 사는 19세 조슈아 유는 "대다수 사람이 정부의 지침을 잘 따르는데 이는 정부가 강하게 법을 집행하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이 따르지 않으면 한화 8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관찰자들은 한국과 홍콩의 앞선 기반시설이 성공 원인이라고 분석했고 한 분석가는 한국의 최정상급 공항과 지하철, 보건의료체계가 코로나19 방역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과 인터뷰한 서울대 사회학 장경섭 교수는 "지금 같은 호조는 시민들이 잘 협력하는 것에도 있지만 이는 정부에 대한 높은 신뢰에 기반한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위기 대처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한국인이 고난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고 말하며 "한국의 역사는 일본의 침략, 군사 정권의 독재, 북한의 위협을 극복해 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두 나라 모두 재확산을 막기 위해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신문과 인터뷰한 홍콩 중문 대학 호흡기내과 데이비드 후이수 청 박사는 "백신이 출시될 다음 해 중반까지 대중교통과 혼잡한 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20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코로나19가 유행과 완화를 반복하다가 겨울철이 되면 바이러스가 생기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 대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하며 "면역 형성이나 유행 진행 과정을 봐야 판단할 수 있겠지만 코로나19가 1년 혹은 몇 년간, 장기간 계속 유행이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방역 당국은 "5월 5일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 연장을 통해 부활절과 총선 투표(15일) 등 대규모 사회적 이동 및 접촉으로 인한 감염 확산이 발생하지 않는지 예의주시하겠다"라고 밝혔다.
 
신문과 인터뷰한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 존 리 교수는 "사람들이 지금 당장 위험하지 않다고 착각해 평소처럼 살아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지금 터널 속에서 보이는 빛이 터널 끝에서 들오는 빛이 아니라 기차의 불빛일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