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미국인'을 대상으로 2주에 한 번씩 검사
'비감염자'를 일터로 보내 경제 회복할 계획
'전시수준'의 국가 동원 필요
◆…뉴욕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의 확진자가 결국 100만 명을 넘겨 전 세계 확진자 가운데 3분의 1을 차지했다. 확산 속도가 여전히 빨라 하루 2만 명에서 4만 명에 이르고 있어 미국 경제를 더욱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다.
미국의 언론사 복스(VOX)는 노벨상 수상자인 폴 로머를 인용해 미국인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매일 3,500만 건에 이르는 대규모 전수 검사가 필요하다고 지난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대규모 검사'만이 경제를 살리는 길 |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관계자가 코로나19 때문에 크게 하락한 증시 전광판을 보며 한숨 짓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복스는 대규모 검사 없이는 코로나19 확산을 효과 있게 막을 수 없다며 독일과 한국 같은 선진국은 대규모 검사를 통해 확진자와 사망자를 크게 낮출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 행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 매우 높은 실업률을 기록했다고 비판하며 미국이 이번 위기 극복하고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대규모 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미국 연구기관들이 작성한 '대규모 집단검사'에 대한 주요 제안을 검토했다고 밝히며 가장 적은 제안은 주마다 75만 건, 가장 많은 제안은 노벨상 수상자인 폴 로머가 한 것으로 매일 2,200만 건에서 3,500만 건이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이런 대규모 검사가 한 사람이 한 번 받았다고 끝내는 게 아니라 팬데믹이 끝날 때까지 계속 반복해야 한다고 전하며 이를 위해 막대한 정부 예산, 잘 훈련된 보건종사자, 검사 도구 제조 및 배송 체계를 하나로 엮을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문은 이런 전수 조사가 굉장한 비용이 들지만 지금 미국이 시행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외출 금지 명령이 발생시키는 비용과 그 무딘 효과보다 더 나은 방법이라고 말하며 국가적으로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가장 적은 비용으로 미국 경제를 살리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미국 경제에 도움 되는 이유 |
◆…빠른 검사가 가능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듀크대학교 감염병학 그레고리 그레이 교수는 "(인터뷰 시점 기준) 전 세계에 지금까지 확진 받은 사람이 대략 150만 명이고 이 확진자 수가 실제 감염자의 4분의 1이라 가정하면 실제 감염자는 600만 명에 이른다. 곧 이 사람들을 뺀 나머지 사람들(전 세계 인구 76억 명)은 여전히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코로나19 감염자 한 명이 '5.7'명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왕성한 전염력 때문에 대다수 나라가 봉쇄와 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 사프라 윤리센터의 다니엘 엘런 소장은 "검사가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할 수 있다면 대규모로 빨리 실행해야 한다. 지금 미국은 검사량이 부족하며 이마저도 유증상자와 접촉자를 대상으로 해, 혹시 있을지 모를 '무증상자'가 검사받지 않고 있어 코로나19가 계속 퍼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뉴욕대 경제학과 폴 로머 교수의 집단검사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지속적인 검사가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 격리될 사람들 수를 줄이면서 감염되지 않은 사람을 일터에 되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공격적인 검사와 격리 조치가 대다수 사람이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접촉 보고 같은 개별적 대처를 하지 않게 해 개인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로머 교수는 "2주마다 미국 전체 인구를 순서대로 반복해 검사해야 하며 보건전문가, 경찰, 구급요원들은 동료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매일 검사해야 한다"고 밝히며 "가장 좋은 목표는 하루에 3,500만 건으로, 전인구를 2주마다 한 번씩 테스트할 수 있고 필수 인력 1,000만 명도 매일 검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와 같은 계산은 미국 인구 3.3억 명과 필수 인력을 고려한 것으로 매일 3,500만 명을 14일 동안 검사하면 총 3억 6천만 건에 이른다.
교수는 복스에 후속 메시지를 보내, "일부 전염병 전문가들은 3,500만 건이 부족할 수 있다고 말한다"며 "제안서에 있는 검사 횟수를 더 늘릴 수 있으며 검사 횟수를 늘리더라도 경제 봉쇄로 발생할 비용보다 더 적게 든다"고 밝혔다.
| 전시수준의 국가 동원 필요 |
◆…1943년, 미국의 한 젊은 여성이 전시 국채를 팔고 있다. (사진 미국국가기록원)
복스는 팬데믹이 끝날 때까지 하루에 수천만 명을 검사하려면 '전시수준의 국가 동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버드 사프란 연구원들은 미국이 2차 세계 대전에 구성한 전시산업위원회를 '팬데믹검사위원회'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이 위원회는 민간, 정부, 대학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대규모 검사를 실행할 수 있도록 검사 도구와 보호장비를 생산 의무화하고 검사과정 계획과 검사인력 훈련을 위한 지침도 제시한다.
신문은 검사과정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일반적인 RT-PCR 유전자 검사 방법은 한 번에 수십 개 정도 검사하는 수준이고 병원에서 실행하는 데 몇 시간 걸릴 수 있으며 특히, 다른 외부 검사 기관에 의뢰할 경우 며칠까지 걸 수 있음을 전했다.
로머 박사는 하루에 1,000만 건 검사할 수 있는 실험실 개발에 상금 10억 달러(1조 2천억 원)를 걸었으며 최근 한 다국적 연구팀은 하루에 수백만 건을 검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박사는 "하루에 3,500만 건 검사하는데 1,000억 달러(120조 원)이 든다"고 말하며 "이는 막대한 비용이나 미국의 계속된 봉쇄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으키는 손실에 비하면 적은 편"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긴장을 풀다가 다시 악화되면 더 큰 비용이 들 것"이라 말하며 "우리가 정상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미국인에게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확진 판정을 받아 자가 격리 중인 사람을 도울 수 있도록 한국처럼 음식과 청소 용품이 담긴 '구호 물품'을 보내야 한다고 밝혔으며 앞으로 이런 모든 노력을 전염병이 퍼지는 동안 계속한다면 사람들이 일터로 돌아가 얼어붙은 경제를 녹일 것이라고 봤다.
| 어렵지만 가장 쉬운 길 |
◆…구글과 애플이 블루투스를 이용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과 가까이에 있던 사람을 보건당국에 보고하고 보고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리는 기술을 개발해 배포 준비 중이다. (사진 연합뉴스)
복스는 대규모 검사로 팬데믹에 대처하는 방식이 쉽지도 싸지도 않은 방법이지만 팬데믹을 끝내기에 다른 어떤 방법보다 쉽고 싼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감독 · 접촉자 추적 · 격리 · 조기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같은 다양한 전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금 이런 방역 전술을 선택한 한국, 대만, 홍콩 같은 나라들은 코로나19 확산을 성공적으로 막고 있다.
신문은 미국이 한국과 홍콩처럼 접촉자를 추적하려면 막대한 검사뿐만 아니라 개인 정보도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위 나라들은 발병 초기부터 시작해 부담이 적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항체검사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필요하다고 밝혔다. 항체검사로 감염됐던 사람을 찾아내 바이러스 확산 경로를 추적할 수 있고 그 사람이 (강력한) 항체를 가졌다면 안전하게 일터로 돌아가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신문은 항체검사가 경제를 다시 시작하는 데 큰 도움 되지 않으며 아직 항체를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아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하버드 사프라 센터에서 집단검사에 관한 논문을 쓴 글렌 웨일 경제학자는 "대규모 검사 없이 전염병 확산을 막는 방법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밝히며 "경제와 사회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대규모 검사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