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표창장 직인 모양, 왜 다르냐" 검찰에 해명요구
검찰 "편집 과정에서 늘어난 것, 위조 정황증거"
정 교수 측 "검찰 논거 자체 성립 안돼, 대장 관리 부실"
◆…검찰은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정 교수 딸의 표창장에 찍힌 직인 모양이 원본인 정사각형 모양의 직인에서 직사각형으로 변형됐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을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부가 아들과 딸의 상장에 찍힌 직인 모양이 서로 다르다며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표창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검찰은 재판에서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을 뿐 정사각형 모양의 원본 직인이 직사각형으로 변형됐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23일 정 교수의 23차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보면 오른쪽 (정 교수 딸의) 표창장의 직인 모양이 정사각형이 아니라 직사각형"이라며 정 교수 아들과 딸의 상장을 비교하며 검찰에 설명을 요구했다.
정 교수는 딸 조모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할 목적으로 아들의 동양대 상장을 이용해 딸의 총장 명의 최우수봉사상을 위조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정 교수가 2013년 6월경 아들의 상장을 스캔한 뒤 총장 직인 부분을 오려내 한글 파일에 갖다 붙이는 방식으로 딸의 가짜 표창장을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아들 표창장에 있는 '최성해 동양대 총장 직인' 하단 부분을 오른쪽(딸의 표창장)으로 전부 이동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정확하지 않은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직인 모양을 보면 정사각형이 아니라 직사각형으로 늘려졌다"고 말했다.
검찰은 "(위조 과정에서) 크기를 조절하다가 늘어났다"며 "편집과 스캔 과정에서 크기를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왼쪽(아들) 파일을 그대로 갖다 붙인 것은 맞냐"며 검찰에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검찰이 "행위자가 (직인을) 붙이고 늘렸다"고 답변하자 재판부는 "주신문 사항 때문에 (직인을) 늘린 것이 아니냐. 공소사실에 약간 늘렸다는 부분은 없다"고 재차 물었다.
또 재판부는 "직인 파일 모양 자체가 실제 총장 직인에 찍힌 형상과 다르다는 주장은 아직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교수 아들의 표창장에 날인된 직인은 '정사각형' 모양의 동양대 총장 직인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위조된 정 교수 딸의 표창장에 찍힌 직인이 '직사각형' 형태라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직인이) 실제로 늘려졌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직사각형 모양의 직인 자체가 동양대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검찰이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해 정 교수 재판에서 처음으로 주장하는 내용이다.
검찰은 "정 교수의 아들과 관련해 위조했다고 기소를 했기 때문에 하나의 정황 증거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검찰은 직인 자체가 위조됐기 때문에 상장대장과 직인대장에 기록될 수도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관련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정 교수 측은 표창장 기록이 상장대장에 없어 위조됐다고 주장하는 검찰의 논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정 교수의 변호인은 "대장이 관리가 부실했고, 실질적으로 발급됐던 표창장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와 관련한 부분은 나중에 반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동양대 총무복지팀에서 근무하며 총장 직인을 관리한 직원도 정 교수 측의 주장과 비슷하게 진술한 바 있다. 동양대 직원은 지난 16일 정 교수의 재판에서 "2017년 부임 이전에는 비정규직 행정조교가 상훈 업무를 관리했다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애초 행정조교가 직인을 관리해 표창장 발급 절차가 미숙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확실한 위조'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검찰은 "정 교수의 변호인도 영장실질심사 과정에 참여해 (위조된 표창장을) 다 봤다"며 "검찰은 피고인의 구속 단계부터 표창장이 정상과 다르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동안 동양대 관계자들에 대해 신문을 하다 보니 부각되지 않았을 뿐, (직인이) 약간 늘려져 정상적인 정사각형보다 늘려졌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전 재판에는 동양대 강사휴게실 PC에 대해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던 대검찰청 디지털수사과 직원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