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 전체를 폭발시킬 수 있다"고 6개월 전 경고 받아
폭발 피해당한 도시에서 벗어나고자 30만 명 탈출해
질산암모늄 과다 노출시 폐울혈, 전신 산독증 일으켜
레바논인들 국제기구를 통해 지원 호소..."이 정부 통하면 안 돼!"
◆…4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베이루트 항구 창고 현장 (사진 연합뉴스)
엄청난 폭발로 사상자 수천 명과 이재민 30만 명을 낸 베이루트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질산암모늄이 계속된 경고에도 수년 동안 방치됐으며 불과 6개월 전에 화물 조사원이 “베이루트를 폭발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일(현지시각)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일어난 대규모 폭발로 지금까지 최소 135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상처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디언의 6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불과 6개월 전까지 화물 조사원들이 베이루트에서 질산암모늄을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으면 “베이루트 전체를 폭발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레바논 정부는 2014년 이후 질산암모늄 3천 톤이 창고에 위탁 보관돼 있었다고 인정하며 폭발성 높은 물질이 어째서 주거지역으로부터 100ｍ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보관돼 있었는지 조사하기 위해 항만 관계자들을 가택연금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4년, 러시아 소유 화물선에서 폭탄으로 사용될 수 있는 비료가 압류돼 베이루트 항구 창고로 옮겨졌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항구에 있는 한 창고에 불이 붙기 시작한 뒤 질산암모늄이 저장된 창고에까지 옮겨붙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 폭발로, 베이루트 동쪽 상당 부분이 주거 불가능 지역으로 바뀌었으며 시민 30만 명이 도시를 탈출했다. 질산암모늄에 고농도 노출 시, 호흡기 점막을 자극해 폐울혈, 호흡곤란 등을 유발하고 과량을 흡입할 경우 전신 산독증, 비정상 헤모글로빈을 생성하며 만성 기관지염과 신경근병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레바논 정부는 경제 파탄으로 이미 민심을 잃은 가운데 이번 폭발 사고로 정부에 대한 의구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레바논 의사인 패디 하다드는 “우리를 돕고 싶다면 믿을 수 있는 (국제) 기구를 통해달라”고 말하며 “이 정부를 통해 지원해주면 안 된다”고 탄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