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겨냥 "공동선 외면하는 특권, 종교 영역 아냐"
전광훈 보석·보수단체 집회 허용 재판부도 비판
행정법원 "최소 범위 집회 제한 처분 아냐"…집회 허용
중앙지법 "증거인멸, 해 끼칠 염려 이유 없어"…보석 석방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의 보석과 광화문 대규모 집회를 허용한 재판부를 겨냥한 듯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의 보석과 서울 광화문의 대규모 집회를 허용한 법원의 판단을 비판하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추 장관은 18일 오전 페이스북에 "길을 잃은 법치"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고, '선을 선으로 대하고 악을 정의로 대하라'고 한 독일 실존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의 말을 인용했다.
추 장관은 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집단감염 진원지인 사랑제일교회와 전 목사를 겨냥해 비판했다. 그는 "법과 정의는 공동선에 이르는 것이다. 종교의 지상과제는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일 것"이라며 "그런데 이웃과 사회가 코로나 위험에 빠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동선과 대중의 보호를 외면하는 특권이 종교의 자유 영역도 아닐 것이며 자칭 종교지도자에게 주어진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단체의 대규모 집회를 허용한 사법부의 결정도 지적했다. 추 장관은 "법 집행자가 법이 지향하는 공동선의 방향 감각을 놓치고 길을 잃을 때 시민과 사회를 얼마나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뜨리는지 중대한 각성이 필요한 때"라고 꼬집었다. 코로나19가 대유행 조짐을 보임에도 법원이 전 목사의 보석과 대규모 집회를 허용한 것에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4·15 부정선거 국민투쟁본부(국투본)'가 서울시의 옥외집회 금지 통고처분에 대해 신청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인용한 바 있다. 재판부는 "집회 자체의 개최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이 사건 처분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필요 최소범위 내에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위법하다고 볼 소지가 작지 않다"고 밝혔다. 그동안 서울 중심부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의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고, 관련 확진자가 속출하자 법원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적인 여론이 들끓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8·15 광화문 시위를 허가한 판사의 해임 청원'이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서울시의 자가격리 통보에도 불구하고 '광복절 집회'에 참석한 전 목사는 지난 1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서울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주최 측 추산 1만여 명이 참가한 이날 집회에서는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고 음식을 나눠 먹는 집회 참가자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결국 '광복절 집회'는 지방으로 코로나19 전파를 확산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사랑제일교회 철야 예배와 광화문 집회 참석한 사람 중 전주와 군산시민 1명이 각각 확진 판정을 받았고, 충남에서도 18일 오전9시 기준으로 광화문 집회 참석자 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경북 포항에서는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시민이 4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돼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높아진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1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전 목사를 석방한 재판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허선아 부장판사)는 지난 4월 증거를 인멸하거나 관련자에게 해를 끼칠 염려가 있다고 믿을 충분한 이유가 있지 않다는 이유로 전 목사에 대한 보석을 허가한 바 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사건과 관련될 수 있거나 위법한 일체의 집회나 시위에 참가해서는 안 된다"는 보석 취소 조건을 달았다. 또 주거지를 현 주거지로 제한하고 주거 변경 시 사전에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하며,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와 장소에 출석해야 한다는 조건을 부과했다.
앞서 검찰은 21대 총선과 관련된 사안으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보석 허가에 대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지만, 재판부는 결국 형사소송법 제95조의 각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조계는 전 목사가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확정됐기 때문에 누범에 해당돼 보석을 제한할 사유가 충분하다고 본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누범에 해당하거나 상습범인 죄를 범한 때'에는 보석을 허가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전 목사는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고 이에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제2부는 전 목사가 법원의 보석 조건을 어겼다며 지난 17일 전 목사의 보석 취소를 청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