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해경선으로 보이는 선박 관계자들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47)씨가 월북을 시도하다 북한 측에 피격을 당한 뒤 불에 태워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가 담배를 피우거나 보트를 점검하다 추락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5일 중앙일보는 전남 목포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린단에 근무하는 이 씨의 동료 A 씨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이 씨가 선미(배 뒷부분)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보트를 점검하다 추락했을 수 있다”며 “전에도 한 명이 보트를 점검하다 추락사한 적 있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내용을 보면 A 씨는 이 씨에 대해 “명절 때 같이 당직 서기로 했는데 북한으로 넘어가려 했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며 “실종 된 것으로 알려진 선미는 직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잠깐 휴식하는 공간”이라고 밝혔다.
평소 이 씨에 대해 묻자 “말수가 없고 내성 적이지만 직원들과 잘 어울리며 업무도 성실히 했다”고 답했고 마지막 연락은 “사고 열흘 전쯤 명절 때 같이 당직 서기로 했지 (월북에 대해)아무 언질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고 당시 소식을 들었을 때에 대해서는 “당시 라이프재킷(구명조끼)을 입었다고 들었는데 배에서는 그걸 입는 게 정상이다”라며 “그 친구는 평소 담배를 피우는데 직원들은 보통 담배를 피울 때 선미나 보트 뒤쪽으로 가서 많이 피운다. 담뱃불(꽁초)을 옆에서 던지면 배에 다시 들어올 수 있어서다. 이 씨가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선미는 직원들이 담배 피우고 잠깐 휴식하는 공간이다”라고 말했다.
이 씨의 월북 이야기에 대해서는 “지금은 (바닷물) 온도가 차서 오랫동안 못 견디는데 그렇게 먼 거리에서 북으로 넘어가려 했을지 의문이다”라며 “(바다에서) 30시간 이상 표류하면서 버텼다고 하면 대단한 건데 그렇게 무모한 짓을 했을까 싶다”고 전했다.
평소 북한 이야기를 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고 어머니가 아프셔서 병원에 자주 갔던 만큼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자녀에 관해서는 “8살짜리 딸이 하나 있고 18살짜리 아들이 있는데 늦둥이 딸을 무척 예뻐했다”고 말했다.
이 씨가 빚이 있어 '동료들한테 돈을 빌렸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하자 “돈을 빌렸으면 친한 나한테도 요청했을 텐데 적어도 나한테는 전혀 그런 게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이 씨가 근무하던 부서에 대해 “서해어업관리단에서 8년쯤 일했는데 최근엔 무궁화 13호에 있다가 무궁화 10호로 왔다”며 “한 부서에서 3년 넘게 있으면 순환 근무를 하는데 이번 사고는 9월 인사 발령 후 첫 출동 때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씨가 원양어선 선장을 하다 공무원이 된 독특한 사례에 대해 “어업관리단에는 원양어선 선장이나 기관장 출신을 특별 채용하는 절차가 있다”며 “바다에서 선장을 하던 이 씨는 육상에 정착하기 위해 어업관리단에 온 것으로 안다. 어업관리단 업무 또한 선장·기관사 경력이 많은 사람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MBC는 해당 사건이 최소한 북한 해군사령부까지는 보고됐으며 북한군이 실종된 이 씨를 해상에서 줄에 묶어 이동하다 놓치는 바람에 2시간 동안 수색 작업을 벌인 뒤 사살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전날인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비공개 보고에서 “북한 해군사령부까지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누가 사살을 결심하고 명령을 하달했는지 알 수 없다”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방위원장은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고속단정이 와서 사격했다고 보고받았다”면서 “국방부는 해군 지휘계통이 아니겠느냐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민 위원장은 “우리 군의 첩보 자산을 종합한 결과 북한 해군의 어떤 지휘계통에 의해서 그렇게 된 것으로 우리 국방부는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군사령부 윗선으로 보고가 올라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배제할 수 없다 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북한군이 실종된 우리 국민을 발견한 뒤 놓치는 바람에 2시간 동안 수색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근무 중 실종됐던 이 씨는 다음날 오후 3시 40분께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측에 발견됐고 이후 밤 10시를 전후해 북한군에 의해 피격을 당해 숨진 뒤 불에 태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