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의 옥중서신 공개 후 여당 공세 전환
민주 '공수처 도입' vs 국민의힘 '특검 관철'
◆…[사진=연합뉴스 제공]
금융사기에서 출발한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다. 여권인사 연루 의혹에 이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서신으로 야권인사 연루 의혹과 검찰 게이트로 급격히 확대, 정국의 블랙홀로 작용하며 다른 이슈들을 삼키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자필로 작성된 옥중서신을 통해 라임사태 관련 “현직 검사와 야당 인사들에게도 로비를 했다”고 폭로하면서 권력형게이트설 차단에 부심하던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과 국민의힘에 대한 대대적 반격에 나서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 카드도 던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핵심 피고인인 김 전 회장의 진술의 신뢰성을 지적하며 일축하고 있다. 오히려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하고 장외투쟁을 시사한데 이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경질하라고 요구하는 등 여권의 반격에 더 거센 강공으로 맞서고 있다.
옥중서신에 검찰 연루설이 공개되며 검찰게이트로 번질 조짐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전날 라임 사건과 윤석열 검찰총장 가족 사건 관련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법무부는 라임 접대관련 검사 술접대 의혹에 대해 남부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 ◇ 김봉현의 옥중서신에 여당 '검찰게이트' 야당 '특검해야' |
지난 16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옥중서신을 공개되며 파문이 일었다.
김 전 회장이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 따르면 라임 사태와 관련 야당 인사에게 금품 로비를 했고, 현직 검사에게도 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현직 검사 중 한 명은 라임 수사팀에 합류해 있다는 발언도 나왔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검사 출신 A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 3명에게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룸싸롱에서 10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했으며 이 가운데 1명은 실제 라임 사팀에 합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당 정치인들과 청와대 강기정 수석을 잡아주면 윤석열 검찰총장에 보고 후 보석으로 재판을 받게 해주겠다”고 말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협조하지 않으면 공소 금액을 키워서 중형을 구형하겠다는 협박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김 전 회장은 야당 정치인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라임 펀드 판매 재개 관련 청탁으로 우리은행 행장 로비와 관련해서 검사장 출신 야당 쪽 유력 정치인, 변호사에게 수억원을 지급한 후 실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우리은행 행장, 부행장 등에게 로비를 했고 검찰 면담 조사에서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오직 여당 유력 정치인들만 수사가 진행됐다”고 폭로했다.
옥중서신이 공개되자 여권 인사들은 당장 이번 사태를 야권·검찰게이트로 규정하는 모양새를 보이며 프레임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라임사태의 핵심 인물이 옥중서신을 통해 검찰이 검사 비위와 야당 정치인 로비 의혹을 알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며 “이제라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가동을 서두르겠다”며 압박했다.
반면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최근의 라임·옵티머스 사건과 관련해서 적지 않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며 “라임 사태의 피의자 한 사람이 옥중에서 쓴 편지로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 사이에 도대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논쟁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당에서 공식적으로 제의한다”며 “이 사태를 가장 객관적이고 말끔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 김봉현 전 회장 진술, 신빙성 있나? |
◆…라임사태의 전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4월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라임 사태 관련 전주로 지목되는 김봉현 전 회장의 주장이 신뢰성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남는다.
여권에서는 입장문에 로비한 인원, 시간, 장소, 금액을 모두 적시했고 짜맞추기 수사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묘사해 신뢰성이 비교적 높을 것이라 보고 있다. 반면 보수 야권에선 라임 사건 핵심 피의자로서 확인된 것이 없는 일방적 주장으로 검찰 수사를 자기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게 하려는 고도의 술수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 지난 18일 김 전 회장에 대한 직접 감찰을 실시한 결과 “김봉현 전 회장이 '여권인사 비위' 의혹과 함께 '검사 및 수사관에 대한 향응 및 금품수수 비위', '검사장 출신 야권 정치인에 대한 억대 금품로비' 등의 의혹을 검찰에 진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은 “법무부 발표 내용은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으로서 검찰총장에 대한 중상모략과 다름없으며 전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우발적 감정으로 쓴 것 같지 않고 상당히 육하원칙에 의한 신빙성이 있어보인다”며 “이 편지를 미리 써놓고 강기정 법정진술로 국민적 관심을 모아놓은 상태에서 편지를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로 밝혀진다면 본인에게 불리할 수 있는데 이렇게 한 것은 신빙성이 있다. 검찰수다 농단사건, 검찰게이트로 불이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태경 국민의당 의원은 같은 방송에서 “법원에서 위증하면 처벌을 받기 때문에 법원 증언이 중요하다”며 “편지는 거짓말 할 수 있지만 법원에서는 상당히 부담히 크다”고 말했다.
이어 “편지에는 강기정 수석이 문제없다 했고 법원 증언에는 문제있다 했을 때 어디에 무게를 둘 수 있는가는 국민이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 라임·옵티머스 국감된 법사위, 여당 '라임' 야당 '옵티머스' 초점 |
여야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라임·옵티머스펀드 사건 수사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
전날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김 전 회장 옥중서신에서 폭로된 내용을 바탕으로 검사 비위와 야당 정치인에 대한 로비 의혹을 밝혀야 주장하고 나섰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법사위의 서울고검 등 국감에서 “라임사건 수사가 왜 여권만을 향했는지 보니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와 부인 사건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말했다.
이어 “라임 관계사의 이사는 윤 총장 장모의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저축은행 대표와 동일 인물이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한 이모씨는 라임 관련사의 부회장”이라며 “검찰이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옵티머스 사태에 초점을 맞췄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혁진 전 대표가 운영 중인 '오병이어 마켓' 홈페이지에 연락처 등을 상세히 적었는데도 검찰에선 손을 쓰고 있지 않다”며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이모 변호사가 권력형 비리 의혹 사태 한복판에 있는데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비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정부 및 여권 인사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파문도 일었다. 하지만 이들 명단은 동명이인인 일반인으로 밝혀졌고 민주당은 20일 유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하기로 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0일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을 발표하는 잘못된 정치행위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윤리위에 제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