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원, "처분청 별도 노력 없이 공시송달은 부적법"
현행 세법에는 납세고지서를 납세자가 수령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등기우편' 으로 보내도록 하고 있다.
만약 등기우편으로 보냈어도 해당 주소지에 납세자가 살지 않는 등의 이유로 확인이 어려울 경우 '공시송달' 의 방식을 통해 납세자에게 납세의무가 있음을 전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한 등기우편으로 고지서를 보냈어도 수취인 부재 등으로 반송된 경우에도 세무공무원이 2회 이상 납세자를 직접 방문해 서류를 교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시송달이라는 강제규정을 발동하기 전에 최대한 납세자의 편의를 봐주도록 하고 있는 것.
최근 국세심판원은 이처럼 법에 규정된 의무조항을 '자체 무효화(?)' 한 뒤 납세자의 재산을 무작정 '압류' 한 세무공무원의 명백한 부실과세를 바로잡는 결정을 내렸다.
국세심판원은 3일 1차례 납세고지서가 반송됐다는 이유로 납세고지서를 공시송달하고 세액만큼(600여만원) 자신 명의의 보험금을 압류한 국세청을 상대로 청구인 A씨가 제기한 심판청구에서 "처분청의 과세는 부당하다" 며 취소결정을 내렸다.
심판원에 따르면 청구인 A씨는 지난 1991년 지인으로부터 비상장 주식 200주를 증여받은 뒤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7년 뒤 1991년도분 증여세 600만원을 뒤늦게 결정고지하면서 납세고지서를 등기 송달했으나 주소불분명으로 고지서가 반송됐다.
이에 국세청은 현행 법 절차에 따라 납세고지서를 공시송달 한 뒤 결손처분 했다가 지난 2003년 A씨 명의의 보험금을 발견하고 이를 압류해 버렸다. 그러나 A씨는 당시 주소지에 처가식구들이 살았고 단 1차례 반송됐다는 이유로 공시송달 한 뒤 보험금을 압류한 처분은 부당하다며 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던 것.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조사결과 A씨는 장인인 B씨와 함께 2002년까지 해당 주소지에 거주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며 "A씨가 처분청 공시송달 당시(1998년)지방 등에 잠시 거주했다 해도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이전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고 설명했다.
심판원은 이어 "처분청이 주소지 직접방문 등 추가적인 노력을 했다면 고지서를 송달할 수 있었음에도 재송달을 위한 별도 조치 없이 공시송달한 것으로 판단된다" 며 "현행 법상 우편송달이 어려울 경우 세무공무원이 2회 이상 납세자를 방문해 서류를 교부토록 하고 있는데도 이러한 노력 없이 바로 공시송달한 것은 적법한 조치라고 볼 수 없다" 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