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내 쌍두마차인 정동영(鄭東泳) 김근태(金槿泰) 전장관간의 양자 대결구도에 유의원의 입각이 '의미있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잠재적' 주자를 행정부로 보내 '대권수업'을 거치도록 하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로 볼 때 그의 입각이 '적재적소형' 인사 차원을 넘어서는 정치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지 않느냐는 분석이다.
물론 유 의원의 정치적 위상을 유력 주자에 반열에 오른 두 전직장관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데는 한계가 있고, 이미 이해찬(李海瓚) 총리와 천정배(千正培) 법무장관 등이 내각에 진출해있는 터라 표면적으로 '방점'을 찍기 어려운게 사실.
그러나 개혁당파를 축으로 한 무시못할 당내 지분과 '정치공학'적 능력, 노 대통령의 깊은 신뢰 등을 감안할 때 현 양자구도를 깰 수 있는 '파괴력'을 갖춘 인물이라는데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의 입각이 두 전직장관이 선점하고 있는 여권의 대권구도를 다자화 하는 차원을 넘어 '정(鄭)-김(金)-유(柳)'의 삼각구도로 만들어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성급한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두 전직장관의 영향력 하에 놓인 여당 내에서 특정인의 입각에 그토록 강력한 '비토'를 놓는 움직임이 나온 것은 역설적으로 유 의원 입각이 갖는 정치적 영향력을 반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그의 입각은 노 대통령의 구심력이 약화되고 두 전직 장관을 축으로 한 원심력이 강화되는 흐름에 적절히 '제동'을 거는 성격도 띠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장 그의 입각은 양자구도로 짜여진 여당내 역학질서를 뒤흔들어 놓았다. 입각파동을 거치면서 정동영계와 유의원간의 대립은 심화되고, 김근태계와 유의원간의 연대는 강화된 측면이 강하다.
물론 유의원 입각반대 움직임은 계파간 구별없이 전개된 성격이 강하지만 상대적으로 당내 최대계파로 볼 수 있는 정동영계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느냐는게 일반적인 관측.
이미 4.2 전대 당시 유의원의 '반정(反鄭)-친김(親金)' 선언, 작년말 당헌.당규 개정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으로 양측의 관계가 회복불능의 상태에 이르렀다는게 정설. 양측 관계자들은 서로 "당운영을 같이할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하고 있다.
반면 김근태계는 내부 이견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유의원 입각반대에 적극성을 띠지 않음으로써 유의원측과의 '연대'를 유지했다고 볼 수 있다.
이날 유의원 입각발표를 놓고 두 전장관계의 스탠스에 미묘한 차이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도 무관치 않다. 김근태계는 일단 유 의원 입각을 수용하자는 입장을 정리하고 있지만 정동영계는 내심 탐탁지 않아 하는 기류가 엿보였다.
주목되는 점은 친노진영 내부의 분화다. 그동안 친노직계 그룹인 의정연구센터가 정동영계, 유 의원이 속한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가 김근태계를 지원하는 구도였지만 이는 이번 입각파동 과정에서 바뀌었다. 의정연이 유 의원 입각 옹호 쪽으로 돌아서면서 정 전장관계와 대립하는 구도가 설정된 것이다.
친노진영의 입장변화는 향후 대권구도와 관련한 '노심'(盧心)의 소재와도 관련됐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같은 세력질서의 변화는 내달 18일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경쟁 구도에도 고스란히 투영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다시말해 정동영계와 김근태계-참정연측이 팽팽한 세균형 속에서 치열한 '사투'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5월 지방선거 이후부터 본격화될 대권레이스 경쟁구도를 한층 더 예측불허의 혼전양상으로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