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뇌는 약 천억 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뇌의 활용도에 따라 하나의 신경세포는 다른 신경세포와 수천에서 수만 개의 시냅스로 연결되어 엄청난 양의 신경회로가 존재한다. 살아가는 동안 매일 5만~10만개 정도의 세포가 죽지만 평생 소멸되는 뇌세포는 전체의 5% 정도에 불과하며 다른 신체 기관에 비하여 노화의 속도가 늦다. 뇌도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노화되어 인지기능이 저하되지만 다른 신체 부위에 비하여 관리를 잘 하면 생산성을 유지하고 기능의 저하를 지연시킬 수 있으며 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
지능은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나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인지능력'이라고 하지만 지능을 창출하는 원동력은 뇌이다. 뇌의 부피와 연결되어 있는 시냅스의 구조에 따라 지능이 높으며 파충류나 조류에 비하여 포유류가 지능이 높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현재 세계적 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지능 측정 도구는 웩슬러 (Wechsler)라는 미국의 심리학자가 개발한 WAIS(Wechsler Adult Intelligence Scale)인데 학창 시절에 누구나 한 번 쯤은 검사해 보았으며 흔히 IQ(Intelligence Quotient)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지능이 쇠퇴한다고 하지만 지능의 본질은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웩슬러가 주장하는 정형화된 IQ 점수만으로 이야기 하기는 어렵다. 어느 한 가지 측면 또는 몇 가지 측면에 의한 측정은 지능의 복합적인 내용을 설명할 수 없고 측정 되는 지능의 내용에 따라 연령의 차이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혼(Horn)과 카텔(Cattel)은 지능의 내용을 유동적(流動的) 지능(fluid intelligence)과 결정화(結晶化) 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으로 나누고 두 가지 지능이 연령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주장하였다.
유동적 지능(fluid intelligence)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부문으로 추리력, 공간 지각력, 언어 유창성 등을 포함하고 결정화 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은 주로 경험, 교육 및 훈련에 의하여 습득된 후천적인 것으로 언어적 의미, 단어의 연상, 사회적 판단, 수리능력, 종합적 판단 능력 등을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유동적 지능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하락하는 반면 결정화 지능은 오히려 증가한다고 한다.
한편 데니스(Dennis)는 19세기까지 살았던 인문학, 과학, 예술 분야에서 창의적인 사람들의 생애 업적을 연령별로 조사해 본 결과 전반적으로 40대에 가장 많은 업적을 창출하였으며 그 이후에는 약간 감소하였다. 과학자의 경우는 60대 이후에 업적이 상당히 떨어졌으며 예술가의 경우는 40대 이후부터 70대까지 계속해서 크게 떨어졌으나 인문학 분야의 학자는 70대까지도 40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활발한 업적을 나타냈다. 이는 결정화 지능을 상대적으로 많이 활용 하는 인문학자가 과학자나 예술가에 비하여 노년기에 더 많은 업적을 냈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화와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태도는 역사적으로 거의 모든 사회에 있어 왔으며 우리나라도 늙은 부모를 산 채로 깊은 산중에 버리던 '고려장'이라는 악습이 전해져 오고 있다. 대가족 제도의 붕괴와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치매라는 복병을 만난 지금의 사회는 가족이 부양할 수 없는 노인을 요양병원으로 모셔야 하는 현대판 고려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간의 노화는 불가역적(不可逆的)인 현상이고 장수(長壽)는 축복받은 것인데 치매라는 공공의 적으로 인하여 인생의 황혼기를 요양원에서 마무리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노인성 치매는 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육체적인 활동과 더불어 촉각을 활용하고 사고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면 뇌가 활성화되어 노화 속도를 지연시킬 수 있다. 죽을 때까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배우려는 생각으로 평생학습을 해야 한다. 직장에서 은퇴하고 소일하다가 인생을 마무리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60세에 은퇴를 하더라도 최소 3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새로운 도전 없이 무의미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이 나이에 무엇을 새로 배우고 시작하겠느냐!”라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2015년 103세에 작고한 호서대학교 설립자이며 총장을 역임했던 강석규는 65세에 은퇴하여 95세가 되던 해에 “내 65년 생애는 자랑스럽고 떳떳했지만 이후 30년의 삶은 부끄럽고 후회되고 비통한 삶이었다. 만일 내가 퇴직할 때 앞으로 30년을 더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난 정말 그렇게 살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제 나는 하고 싶었던 어학 공부를 시작하려 합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10년 후 맞이하게 될 105번째 생일날 95살 때 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라고 회고했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신중년은 노인성 치매 예방과 노년기의 행복한 삶을 위하여 뇌를 춤추게 해야 한다. 자신의 능력에 적합한 운동을 찾아 육체적 활동을 지속해야 하고 디지탈 시대에 역차별을 받지 않기 위해 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IT 활용에 적극적으로 대처 하며 독서, 어학, 악기, 그림 그리기, 작문, 자서전·일기 쓰기 등을 통한 뇌의 활동을 활성화 해야 한다. 단기간에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은퇴 후에는 10만 시간이라는 여유 시간이 있으니 말이다.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기 위한 1만 시간의 법칙을 10번이나 할 수 있는 긴 시간이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