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사태는 일단락 되어가는 형국이지만 상처 받은 국민들의 마음을 수습하는 것과 더불어 '황우석 사태' 가 낳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정부도 후속대책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청와대를 비롯해 정책라인선상에 있는 정부 당국자들에 대한 인책론이 불거지고 있고 과학기술부를 중심으로 황교수팀에게 지원된 금액에 대한 논란도 가중되고 있다.
지원된 액수의 규모에 대한 논란도 논란이지만 황 교수가 이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다. 일부 언론에서는 황 교수가 지원받은 연구비 등을 개인적으로 유용했고 국회의원들에게 정치 후원금까지 전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과기부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소속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과기부를 포함해 3개 중앙부처에서 지난 1998년부터 올해 10월까지 황 교수팀에 지원한 연구비는 총 409억6400만원.
이 금액은 모두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이다. 결과적으로 황 교수는 국민 세금을 지원 받아 희대의 사기극을 꾸며낸 셈이다. 황 교수의 책임여하도 분명하지만 황 교수의 연구성과가 가져다 준 '희망' 이라는 마취제에 빠져 성급한 판단을 내린 정부도 1차적인 책임을 져야 함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는 11일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를 열고 황교수에게 부여된 '제1호 최고 과학자'를 박탈함과 동시에 감사원에 연구비 지원체계에 대한 감사를 요청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모든 사실을 알아버린 정부가 뒤늦게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한 것은 말 그대로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경우' 에 해당된다 할 것이다. 국민 세금이 사용될 분야에 대해 황 교수 본인과 정책책임자 이야기만 듣고 지원을 한 것도 문제지만 그 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 지에 대해서도 사후관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정부가 허둥지둥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겠다고 하니 국민들은 국민적 영웅이 사라진 허무함에 한 번 울고 땀방울을 흘려 가며 낸 세금과 관련한 정부의 안일한 행정운영에 또 한 번 울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황 교수가 논문 조작을 지시해 허위 연구 실적을 토대로 연구비를 받아 낸 것으로 확인되면 사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또 청와대나 과기부, 정보통신부 고위 인사 등이 '허위연구' 사실을 알고도 무리하게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면 이들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국민의 혈세를 헛되이 사용한 것에 대해 책임은 분명히 지워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고위 인사 몇 명을 처벌하는 선에서 끝나서는 안되며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부처 모두가 스스로 근본적 책임을 지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황 교수 사태를 통해 국민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는 결과적으로 사태 수습에 나선 정부의 태도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눈매를 더욱 매섭게 할 것이다. 단순히 책임 떠 넘기기식의 안일한 사태 수습은 결코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