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첫 고발 '핫핑크돌핀스', 29일 공수처 수사의뢰
울산 고래고기 사건 당시 검사·변호사 모두 '혐의없음'
조약골 대표 "검사 무혐의 오만한 결정, 공수처 수사해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29일 정부과천청사 정문 앞에서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수사 의뢰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홍준표 기자)
검·경 갈등을 촉발한 이른바 '울산 고래고기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시민단체와 여권 측에서는 검찰과 전관예우 변호사, 지역 유지들과의 유착 의혹이 있는 만큼 공수처에서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처음 이 사건을 고발한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29일 오전 11시 정부과천청사 정문 앞에서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을 공수처에 수사 의뢰하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단체는 당시 한찬식 울산지검장을 비롯해 최성남 차장검사, 김덕길 부장검사와 고래고기 사건을 담당했던 황모 검사, 불법 포경업자 변호인 한모 변호사를 수사 대상으로 의뢰한다고 밝혔다.
'핫핑크돌핀스'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울산 검찰이 지휘라인을 통해 담당 검사에게 부당한 환부 지시를 내려 포경업자들에게 막대한 특혜를 베풀었다는 의혹을 공수처가 해명해 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기자회견 후 '고래고기 환부 사건 공수처 수사의뢰서'를 공수처에 우편으로 접수할 예정이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고래고기 무단 환부 사건은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불법을 뿌리 뽑아야 할 검찰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오히려 불법 포경업자들 손을 들어준 꼴"이라며 "사법기관이 포경업자들과 이들이 고용한 전관 변호사의 적극적 기망행위에 속아 고래 불법포획과 고래고기 유통을 용인해 준 것은 아닌지 재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사법기관으로서는 매우 치욕스러운 일로, 검찰은 이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거나 겸허히 잘못을 인정해야 마땅하지만 울산 검찰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 대표는 "이 사건의 배경에 한모 전관 변호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혹시 울산 검찰에 어떤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은 없는지, 또는 울산 검찰이 2억원을 수임한 전관 변호사에게 특혜를 베푼 것인지에 대해 공수처가 나서 철저히 수사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전날(28일) 검찰이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으로 고발된 검사와 변호사에게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한 것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전관예우 변호사에 대한 울산 검찰의 무리한 특혜 제공과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방해 또는 비협조로 인해 이 사건은 진실 규명에 실패하게 됐다"며 "결국 울산 검찰은 자신 스스로에 대해 제기된 혐의에 대해 모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제 식구 감싸기'를 넘어 법 위에 군림하고, 자신들은 아무런 법적 실수나 오류가 없다는 매우 오만스러운 결정"이라며 "검찰이 자기 비위나 실수, 불법에 대해 제대로 수사할 의지도 없고 오히려 당사자들에게 면죄부를 줬기 때문에 공수처가 결국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검사가 공수처의 수사대상인 만큼, 공수처가 당시 검찰 지휘라인과 전관 출신 한모 변호사의 커넥션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는 취지다.
■ 황운하·전재수 "공수처, 고래고기 환부 사건 조사해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울산사건 기소 1년'을 맞아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권 측에서도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을 공수처에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건 당시 울산경찰청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2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고래고기 환부 사건은) 울산 사건의 뿌리"라며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경찰은 검사 출신 변호사의 전관예우 의혹을 포함한 담당 검사의 직권남용 의혹 등에 대한 범죄 정황을 확보했지만, 검찰의 영장 불청구 또는 담당검사의 해외연수 등 검찰의 비협조로 실질적인 수사의 진전을 보지 못했다"며 "고래고기 환부 사건, 김기현 형제의 토착비리 의혹 사건, 울산 사건의 진실은 서로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가 고래고기 환부 사건을 공수처에 의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며 "부디 공수처에서 신속하게 고래고기 환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 역시 공수처 출범 하루 뒤인 지난 22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울산 고래고기 사건 같은 경우 검찰 권력뿐만 아니라 검찰 출신 변호사, 지역 유지들과의 유착 관계 등이 전부 버무려진 사건"이라며 유력한 공수처 '1호 수사 후보'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아무래도 공수처 1호 사건은 검찰과 관련된 사건이 되지 않을까"라며 "내사권·수사권·기소권·공판권까지 다 갖고 있던 검찰 권력을 견제와 균형의 원리 위에 굳건하게 세우는 것이 검찰개혁의 핵심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차원에서 공수처 1호 사건이 선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 고래 환부 담당 검사, 불법 유통업자 변호사 모두 '무혐의'
◆…'울산 고래고기 사건'을 처음 고발한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의 조약골 대표가 29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의뢰서를 펼쳐보이고 있다. (사진=홍준표 기자)
'울산 고래고기 사건'은 2016년 4월 울산 경찰이 밍크고래 불법포획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 27톤 중 21톤을 울산지검이 일방적으로 피의자들인 유통업자에게 되돌려주면서 문제가 됐다. 이후 피의자의 변호사가 울산지검 검사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경찰이 이를 수사하며 검경 갈등으로 비화했다. 당시 수사는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현 민주당 의원)이 진두지휘했다.
이후 이 사건은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으로 이어졌다. 고래고기 사건으로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심해졌고, 울산경찰청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수사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청와대 특감반이 고래고기 사건 감찰을 위해 울산에 내려갔고, 당시 야권 측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을 위한 것'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이어 2019년 5월 송철호 울산시장 등 관계자들이 고발됐지만, 조 전 장관 일가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시점인 2019년 11월 사건이 울산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된 것을 두고 검찰개혁 법안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불법 유통된 고래를 피의자에게 돌려준 황모 검사와 유통업자를 대리한 한모 변호사는 모두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이에 검찰이 전·현직 검사가 의혹을 받는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울산지검 서민다중피해전담부는 29일 "황모 검사가 고래고기를 돌려준 것은 당시 압수된 고래고기가 불법 유통된 것으로 단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또 "경찰관에게 압수물 처분 권한이 없기 때문에 황모 검사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다"고 했다.
불법 유통업자를 대리한 한모 변호사도 공문서부정행사와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 검찰은 "고래유통증명서는 해양경찰서장이 혼획된 고래를 신고자에게 발급하는 것일 뿐, 매입자를 특정해 주는 것이 아니어서 사용권한자와 용도가 특정 공문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