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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물납' 개정안…미술품으로 세금낼 수 있을까

조세일보 | 이현재 기자 2021.08.0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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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 미술품 물납 허용 개정안 발의

당초 정부안으로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의원 입법으로

상속세 납부 위한 급매로 미술품 해외 유출 우려

부자 특혜라는 의견 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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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전시 개막 첫날인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사전예약자들이 관람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미술품 물납제도가 도입되면 삼성 가(家)의 기증 미술품도 물납이 허용되느냐'는 질문에, "2023년 1월 2일 이후 상속이 개시되는 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라며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미술품을 세금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물납'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의원 입법이 쏟아지고 있다.

미술품 물납 관련 법안은 지난 7월 정부 세법개정안을 통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부는 당정협의 과정에서 이를 제외시켰다. 취지에 대해선 공감 했으나, 여러 가지 논의와 심도 있는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국회에 세법개정안이 제출되면 함께 논의를 하겠다"며 "그 과정에서 필요하면 정부 입법안보다는 아마 의원 입법안으로 법안이 발의되어서 같이 논의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 미술품 상속 과정에서 해외로 유출 vs 부자 특혜

현재 우리나라는 상속세, 재산세에 있어 현금으로 납부가 어려울 땐 물납(금전 이외의 것으로 조세를 납부하는 것)을 허용해주고 있다. 부동산, 유가증권 등으로 세금을 납부할 수 있는 것. 하지만 미술품에 대한 물납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간 미술품 물납제 도입 논의는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적정한 가치평가나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실제 제도화 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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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사진)은 미술품을 물납 적용대상에 포함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인 소장의 문화재·미술품이 상속과정에서 급히 처분되고, 일부는 해외로 유출되면서 막대한 문화적 손실을 초래하는 경우가 발생했고, 한 사례로 최근 재정난을 겪고 있는 간송미술관이 국가보물로 지정된 금동 불상 2점을 경매에 출품했다는 것.

이에 따라 국가보존가치가 큰 문화유산을 정부에게 세금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물납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박 의원은 설명했다.

실제 문화유산 물납제도는 이미 여러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법률상 등록된 특정 등록미술품에 한해 상속세 물납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영국에서도 예술적·역사적 가치가 높은 미술품, 원고, 문화재, 역사적 문서 등의 물납을 허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문화유산을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보존하고, 박물관과 미술관에 전시하고 있다.

하지만 박 의원은 국내 현행법상 물납 적용대상은 부동산 및 유가증권에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문화재·미술품은 상속과정에서 처분 및 유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문화예술 발전과 문화유산 가치 향상을 위해서 문화재·미술품 확보는 매우 중요하지만, 처분·유출된 문화재·미술품 확보는 많은 국가예산과 시간이 소요되고, 상황에 따라 확보 자체가 어렵기도 하다는 것.

박 의원은 이에 "문화재·미술품을 물납 적용대상에 포함해 체계적 보존 및 관리를 통해 문화재·미술품의 가치 및 수명을 연장하고, 이를 공공박물관 또는 미술관에 전시해 국민 문화향유권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개정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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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도 지난달 물납제 개선을 위한 국유재산법, 상속·증여세법, 지방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양 의원은 상속세와 재산세에 한해 허용된 현행 물납제도가 '부자 특혜'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고 개정안을 통해 형평성과 재정수입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의원은 우선 현금으로 세금을 납부하기 어려운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물납을 허용하도록 했다. 현행법에서는 금전 납부 가능 여부와 관계없이 물납이 허용된다.

또한 물납을 '양도'로 간주해 납부자가 부동산 물납 시에는 양도소득세, 유가증권 물납 시에는 금융소득세를 추가로 납부하도록 규정했다. 고액 자산가가 주로 내는 상속세를 물납할 경우 해당 자산을 다른 방식으로 처분할 때 내는 양도소득세 등은 내지 않도록 한 것은 '이중 특혜'라는 것.

양 의원은 다른 개정안과 달리 물납 대상으로 부동산과 유가증권만 언급해 미술품 물납은 원칙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민주당 이광재 의원과 전용기 의원은 미술품 물납 허용을 골자로 하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이미 발의한 상태다.

이광재 의원은 지난해 11월 "프랑스의 대물변제 제도, 일본의 등록미술품에 대한 상속세 물납 특례제도 등과 같이 예술적이고 역사적 가치가 큰 미술품을 물납 대상으로 포함함으로써 국가적으로는 미술품과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개인적으로는 상속세의 금전 납부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정용기 의원은 올해 4월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일제강점기 때부터 독립운동 차원에서 국가의 문화재를 지켜온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최근 상속세를 부담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국가지정문화재 2점을 경매에 붙인 바 있다면서 상속세 및 증여세 납부 시 문화유산 및 미술품의 물납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미술품 물납 허용 이전에 물납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 미술품 물납 자체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 등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물납 제도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어떤 방향으로 처리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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