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9일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 고려해 가석방 결정' 밝혀
민주 "법무부 결정 존중...백신 확보, 반도체 문제 해결에 적극적 역할 해주길"
국힘 "경제발전 기여 및 사회적 책임 다해야" 정의당 "경제권력에 굴복한 것"
靑 침묵했지만 '특별사면' 보다는 '가석방'으로 절충안 제시한 듯...부담 줄여
◆…법무부가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8.15 가석방을 결정했다. 지난 1월 '국정농단 뇌물 혐의'로 법정에 향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법무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정부가 고심 끝에 가석방을 결정한 만큼 삼성이 백신 확보와 반도체 문제 해결 등에 있어 더 적극적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코로나19 장기화와 대내외 어려운 경제 여건 가운데 (정부가)의미 있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삼성은 국가 경제,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을 감안, 앞으로도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의당은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이 ‘살아있는 경제 권력에 굴복’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대한민국이 삼성공화국이자 0.01%의 재벌 앞에서는 법도 형해화(形骸化·내용은 없이 뼈대만 있게 된다는 의미) 된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법 정의가 무너진 것은 물론이거니와 문재인 정부가 살아있는 경제권력 앞에 무릎을 꿇는 굴욕적 상황"이라며 "통탄스럽다"고 청와대를 직격했다.
청와대는 이 부회장 가석방에 침묵했지만, 이번 법무부의 가석방 결정엔 청와대의 의중이 실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청와대가 반대했다면 가석방 결정이 안 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 가석방에 우호적인 여론도 청와대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분석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부회장 사면에 찬성하는 응답은 60~70%대를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이 부회장 사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재벌 특혜는 없다’는 원칙을 고수해왔지만 올해 들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회복에 중점을 두면서 국민정서를 고려한 사면 가능성도 언급했다.
하지만 원칙과 유연성 사이에서 고민을 한 결과 특별사면이 아닌 가석방 형식으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경제 회복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주마가편(走馬加鞭)의 효과를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도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삼성전자·현대차·SK·LG 등 4대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을 특별사면 해달라'는 재계 요구에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특별사면과 관련해선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마음대로 결정할 사안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해 마지막에 가석방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이 부회장 가석방과 관련해선 법무부에 맡긴다는 입장을 보였다.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부회장 가석방 가능성에 대해서 "가석방은 법무부 가석방심의위원회가 규정(기준)과 절차에 따라서 진행하는 것이고, 청와대가 언급할 사안은 아니다"면서 "오늘 2시에 시작한 그 회의 결과가 나오겠죠. 그렇지만 그에 대해서 특별한 코멘트는 없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