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 "확진자 수 줄이는 데 효과 없는 거리두기,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엄중식 "사회적 거리두기 유효...위드 코로나 선택할 준비 부족"
◆…지난달 15일 새벽 전국자영업자비대위 소속 회원 등이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비상등을 켠 채 정부의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불복하는 1인 차량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정부가 9월 말, 10월 초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 방식으로 방역정책 전환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고 여권 대선주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드 코로나 관련 국가 예산을 반영한 공약을 화두로 던져 방역 정책을 전환하자는 논의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방역을 견디는 데 한계가 온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이 정책의 지속 여부에 대해선 엇갈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와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2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전화로 '위드 코로나 방역 전환'과 관련해 토론을 진행했다.
◆김윤 "확진자 수 줄이는 데 효과 없는 거리두기,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김 교수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2년째 진행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소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서울대 의대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를 예시로 제시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는 효과는 적은데 사회경제적 피해는 막대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소화하거나 폐지하는 대신 신속한 검사 역학조사 격리를 강화하고 충분한 병상과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드 코로나는 독감 등과 같이 일상을 유지하며 환자가 발생하면 중증, 사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치료하는 방역 접근법을 뜻한다. 코로나19의 예방 효과를 고려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기약없이 길어지면서 경제적 피해만 유발하는 등 시민들과 자영업자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김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해 피해는 비례해서 증가하나 확진자 수를 줄이는 효과가 이제 거의 없어져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의대 연구팀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이동량 변화 여부와 이동량 변화가 확진자 수 증가와 연관성이 있는지 등을 검토한 결과, 작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면 이동량이 떨어졌으나 올해는 그 양상이 보이지 않았고 이동량이 늘지 않아도 확진자 수가 증가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진행자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폐지되면 확진자 발생이 늘어나지 않느냐'고 묻자, 김 교수는 "당연히 늘어난다"며 "확진자 수를 줄이는 데 효과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대신 확진자 수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신속한 검사와 역학조사, 확진자 격리 등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국민 피해가 적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접촉자 격리와 역학조사·검사, 병상과 인력 확보 등을 통해 환자를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사회적 거리두기 유효...위드 코로나 선택할 준비 부족" 반면 엄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가 여전히 유효하며 이로 인해 유행이 억제되고 있다고 맞받았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효과가 없다면 델타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에 우리나라의 사회적인 구조상 더 많은 확진자가 나와야 한다"면서 "그러나 백신 접종 속도가 느린 점을 사회적 거리두기가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할 때 얻을 수 있는 피해와 이득을 따져볼 시기라는 것은 분명하나 위드코로나를 선택할 준비가 아직 안 돼 있다고 반론을 폈다. 그는 "영국은 백신 접종률이 70% 이상 올라간 상태에서 거리두기를 중단해 매일 2만 명씩 확진자가 나왔고 매일 100명에서 200명 정도 사망자가 발생했다"라며 "우리나라가 갑자기 방역을 완화하는 등 검증 작업 없이 델타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상황이 되면 감당할 수 있겠느냐. 2000명 정도 환자가 나와도 델타변이 바이러스의 속도를 못 잡고 있고 준비가 안 됐다"라고 위드 코로나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지난 23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현행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인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주간 연장했다. 특히 식당과 카페 영업 제한 시간을 기존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로 1시간 줄였고 오후 6시 이후 백신 접종자가 2명 포함된 경우에만 4명까지 모임을 허용했다.
이 같은 영업시간 단축이라는 방침에 자영업자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 단체인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 비상대책위(비대위)는 최근 정부 방역 조치와 관련 입장문을 내고 25일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부산에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연장을 규탄하는 1인 차량 시위를 한다고 밝혔다. 부산 시위에는 자영업자 차량 300여 대가 몰릴 것으로 추산된다.
비대위는 "4단계 유지에 따른 자영업자의 고충을 호소하고 호프, 공간임대업, PC방, 식당 등 자영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두 동참할 계획"이라며 "우리는 살려고 나온 것이고 생계가 달려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진행한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