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성폭행으로 다시 불붙은 촉법소년 폐지 논란

유승민 "보호소년법 제정...촉법소년 연령 12세로 현실화"

최재형 "만 10세 이상 형사처벌...형법 개정 필요"

전문가들 "나이가 면벌부...형사 정의 부적합" vs "교육 통해 재사회화해야"

최근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들이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처벌을 피해가는 일이 속속 발생해 촉법소년을 폐지하거나 연령 상한선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유승민 "보호소년법 제정...촉법소년 연령 12세로 현실화" 

유승민 전 의원은 31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소년법을 폐지하고 변화된 시대 상황에 맞게 '보호소년법'을 제정해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2세 미만으로 현실화하겠다"며 "촉법소년에 우는 피해자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행 형법 제9조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14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의 형벌을 받을 범죄를 저지른 형사미성년자를 말한다.

유 전 의원이 공약한 '보호소년법'은 만 8세 이상 만 12세 미만으로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고 회복적 사법 절차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법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도 형사처벌 대상에 들어가게 된다.

유 전 의원은 이 같은 공약을 발표한 배경으로 최근 발생한 사건들을 예로 들었다.

얼마 전 중학생에게 성폭행 당한 딸을 둔 어머니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렸는데, 가해자가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며 억울하다고 호소한 것, 훔친 렌터카로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중학생들이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피한 것, 아파트 옥상에서 던진 벽돌에 맞아 무고한 가정주부가 사망했으나 가해자들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사건 등이다.

이 같은 사건들은 형사미성년자임을 악용해 발생하는 범죄들로, 아이의 부모가 '자신의 아이는 촉법소년이니 처벌받지 않는다며 알아서 하라'라고 말하는 뻔뻔스러움에 피해자가 눈물을 흘리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유 전 의원은 이어 1953년 전쟁 통에 정해진 형사미성년자 연령이 현재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14세 미만으로 정한 규정은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요지부동"이라며 "청소년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성장이 빨라졌고 청소년들의 범죄 또한 저연령화, 흉폭화됐다"며 "70여 년 전에 만든 낡은 규정으로는 더이상 이러한 불공정과 범죄를 막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전 의원은 그러면서 "범죄피해의 고통은 가해자의 나이가 어리다고 가벼워지지 않는다. 촉법소년의 성폭행이나 성인의 성폭행, 모두 똑같은 흉악범죄"라며 "피해자에게 고통을 평생 남기는데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촉법소년 가해자는 처벌에서 벗어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중학교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2세 미만으로 낮추는 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최재형 "만 10세 이상 형사처벌...형법 개정 필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날 SNS를 통해 유 전 의원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학교폭력, 성폭력, 기타 중범죄의 경우에 한해 형법 제9조 규정에서 예외를 두고 만 10세 이상은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 전 감사원장도 유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이 같은 공약을 발표한 데는 중학생 딸이 또래 중학생에게 성추행과 영상 촬영을 당했는데도 가해자가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은 이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최 전 원장은 그러면서 "촉법소년 연령을 전체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심각한 중범죄나 반사회적 범죄에 대해 소년부 송치를 제한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때"라며 "소년은 사회안전망이 필요한 대상이기도 하지만 날로 증가하는 소년범죄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나이가 면벌부...형사 정의 부적합" vs "교육 통해 재사회화해야"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와 박인숙 변호사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최근 10대 범죄가 늘고 있어 촉법소년 연령 하향과 관련해 토론했다. 나이가 하나의 면벌부가 되는 면에서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촉법소년의 연령을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과 청소년들의 나이를 낮춘다고 청소년 강력 범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 맞섰다.

이 교수는 촉법소년의 경우 나이가 하나의 면벌부가 되기 때문에 형사 정의에도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1954년도에 14세 기준이 정해졌지만 2021년 연령의 조정이 필요하지 않는가 생각한다. 아이들이 이른바 '촉법소년 찬스'를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형사들에게 자신이 촉법이니까 빨리 끝내고 가자고 실제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아이들에게 엄벌을 보여줌으로써 본인의 악행에 불이익이 있고 재범도 막고 형사정의에도 부합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이어 "나이만 어렸지 실제 범죄는 강력범, 살인 강간, 10대 포주 등 성인 범죄 못지 않다. 만성적 소년범죄들에게 우리 사회가 일정한 엄벌을 가하는 것이 정의에 맞다"라고 논리를 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촉법소년 범죄 비행이 13세부터 14세에 가장 많았고 1년에 20건 30건 정도, 강도 300건, 강간 사건 2000건, 방화도 수천 건 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반면 박인숙 변호사는 12~13세 아이들은 뇌의 전두엽이 자라는 시기이기 때문에 형사 절차를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한 면이 있으나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는 문제가) 감정적으로 결정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해 개정된 UN 아동권리협약도 우리나라에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4세 유지권고를 했다"며 "이는 형사 책임을 지울 수 없는 연령이 13세 이하라는 것으로 형사 책임을 지울 수 없는 연령"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촉법소년이 만성적 범죄를 저지른다는 주장에도 "근거가 있나. 전체적으로 경미한 사건들이 많고 우리나라는 우범이란 규정이 있다. 아이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경우에도 가정불화나 가출로 거리 배회하는 등 본인의 잘못이 아닌 경우도 아이들이 처벌받고 있다"라며 "촉법이 그 정도로 위험한 상황인지 궁금하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박 변호사는 아울러 촉법소년의 비행 통계에 대해 "수천 건 말씀하시는데 무슨 기준으로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납득할 수 없다"라며 "소년보호 혁신위에서 논의했던 것 중 하나가 촉법에 대한 통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반문했다.

끝으로 박 변호사는 촉법소년을 교육을 통해 재사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매주 서울 소년원에 가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그는 "성인 범죄자들과 달리 아이들은 그것을 왜 하지 않아야 하는지 정확한 인식을 못 한다"라고 했다.

아이들이 자신이 한 일이 범죄이고 잘못된 것이며, 피해자의 마음에 대해 인식할 경우 (아이들이) 바뀌는 것을 직접 봤기 때문에 처벌과 교육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