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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약 베끼기' 공방...'준비 부족' 강조 위한 전략?

조세일보 | 조문정 기자 2021.09.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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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표 "제 당대표 선거공약 80%, 현 대선후보들이 써...서로 활용해야"

김성완 평론가 "'베끼기 공방'은 정치 신인의 '준비 부족'을 강조하는 전략"

신율 교수 "공약 베끼기, 유권자들 입장에서 구분 기준 사라져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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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월 23일 국민의힘 2차 TV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유튜브 '오른소리' 캡처]
 
"집이 없어서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어보진 못했다"
"제 공약 쓰시고 싶은 분은 얼마든지 쓰시라. 특허권이 없다"
"제 공약을 제대로 안 보셨다"는 지적에 "제가 베낀 건 아니네요"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날 국민의힘 2차 TV토론회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의 발언은 위의 세 가지다. 주로 다른 후보들이 윤 전 총장에게 제기한 '공약 베끼기' 의혹에 대한 해명과정에서 나온 '실언'성 발언이다.

첫 포문은 유승민 전 의원가 열었다. 그는 "여야 대선 후보 중 군 의무복무자에게 주택청약 가점을 5점, 군 의무 복무한 전 기간에 대해서 국민연금 크레딧을 준다고 말씀하시는 분은 윤 후보와 저밖에 없다"며 공약 베끼기 공세를 펼쳤다.

윤 전 총장은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어 본 적이 있느냐'는 유 전 의원 질문에 "저는 집이 없어서 만들어보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이에 유 전 의원이 '집이 없으면 (청약통장을) 만들어야죠'라고 하자 그는 "한 번도 해본 적은 없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윤 전 총장은 이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런 정책을 얘기해왔고 저희는 이걸 보고 베낀 것이 아니라 우리 전문가 그룹에서 제대한 청년들을 일일이 인터뷰한 결과"라며 "100여 가지에 가까운 외교안보 공약 중 하나를 가지고 공약을 베꼈다고 말하는 것은 어폐(語弊)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낸 공약 갖다 쓰시고 싶은 분은 얼마든지 쓰시라. 여기에는 특허권이 없다"고 말해 다른 후보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홍준표 의원도 "윤 전 총장의 원가주택 공약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송영길 민주당 대표, 유승민 전 의원의 공약을 짬뽕해놨다"며 "그렇게 해서는 윤 후보의 공약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아마 여러 후보의 공약들을 보신 것 같은데 소상공인 또는 코로나 회생공약에서는 아마 제 공약(10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회복 프로젝트)이 제일 완벽해서 고스란히 갖다 쓰신 것 같은데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윤 전 총장이 "이렇게 한꺼번에 100조원을 집어넣기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냐"고 되묻자, 원 전 지사는 "윤 후보님께서 제 공약을 제대로 안 보고 지금 하셨다는 게 지금 드러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윤 전 총장은 "제가 베낀 건 아니네요"라며 웃었다.

한편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공약 베끼기라며 윤 전 총장을 질타하는 후보들과 입장을 달리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공약 베끼기 공방이 정치신인에 대한 기성 정치인들의 전략이라고 분석했고,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실효성보다는 이미지 만들기용 공약이 서로 유사해지면 유권자들의 판단 기준이 흐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문표 "제 당대표 공약 80% 현 대선후보들이 써...활용해야"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제가 당대표 나왔을 때 공약의 80%를 지금 우리 후보들이 나눠서 쓰고 있다"며 "저는 그렇게라도 활용해서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정책은 알리고, 국회 입법이나 전문가들의 손으로 법이 만들어진다면 참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어 "각자가 더 좋은 정책을 만들어서 자기 걸로, 또 이걸 국민에게 돌려주는 방법을 우리가 만들어야지 '내가 먼저 했는데 네가 왜 쓰느냐' 하는 식은 정책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또 후보로서 그렇게 좋은 모습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같은 당의 동지로서 후보들이 제가 만들었던 정책을 쓴다면 개인적으로 아주 잘하는 일이라며 박수를 쳐주겠다"며 "앞으로 남은 기간 정책을 내 거니 네 거니 하는 것보다 어떤 절차로 어떻게 국민에게 실효성 있게 할까 하는 문제를 후보들이 논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양재진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제 토론을 시청하지 않았다"면서도 공약 베끼기 공방과 관련해 "국정철학이나 정책방향에 큰 차이가 없는 보수진영 후보들이니, 공약이 비슷하리라 본다. 서로 (크게) 다른 게 더 이상한 것"이라고 했다.
 
김성완 "'베끼기 공방'은 정치신인의 '준비부족'을 강조하는 전략"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뒤늦게 노출된 후보라 정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른 후보들의 공약을 갖다 놓고 좋은 점을 취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면서도 "'베꼈다'라고 공격하는 것은 '윤석열은 아직 대선 후보 자격이 없다', '준비가 부족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는 이어 "정책이 비슷하다고 해도 '베꼈다'고 보통은 말하지 않는다. '당신의 그 정책이 내 정책과 이렇게 비슷하더라'고 얘기하는데 윤 전 총장이 정치 신인이기 때문에 베꼈다는 얘기가 통하는 것"이라면서 "'베꼈다'는 표현으로 사람들에게 굉장히 자극적으로 들리게끔 노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윤 전 총장의 '탈원전 발언'과 '안동대 발언', TV토론에서 자료 뒤적이기를 지목하며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김 평론가는 "윤 전 총장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즉흥적으로 한 발언 중에 실수가 많았다"며 "정치적 소신과 철학을 갖고 어떤 사안에 대해서 판단하고 하는 말이 아니라, 대선 출마를 준비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들은 말을 체화하지 않고 그대로 쏟아낼 때 실수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은 TV 토론 중에 끊임없이 자료를 뒤적거렸는데 자료를 계속 뒤적뒤적하는 건 TV토론의 금기 중 하나"라며 "준비가 안 됐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신율 "공약 베끼기, 유권자 입장에서 구분 기준 사라져 좋지 않다"
지난 9~10일 양일간 진행된 국민의힘 국민면접 '국민 시그널 면접'의 사회자였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날 토론회는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면서 "공약 베끼기가 논란이 되는 상황이 흔하진 않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대선 공약은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보다는 추상적이더라도 후보의 이미지를 상승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내세운다"며 "공약 이행률이 총선보다 낮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후보들이 공약을 통해 서로 다른 이미지를 주려고 하는데 공약이 겹치면 유권자들 입장에선 구분 기준이 사라져 베끼는 사람에게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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