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협 "변시 1억9250만원 vs 사시 3억2590만원"

서울지방변호사회가 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사법시험 일부 부활’ 발언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김정욱은 9일 서울지방변호사회 홈페이지에 게시한 성명서를 통해 “로스쿨 도입 취지를 간과하고, 로스쿨 제도를 무너뜨릴 수 있는 대선후보의 ‘사법시험 부활’발언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지난 5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행정고시를 없애버리는 것은 옛날에 과거시험을 없애는 것과 비슷한데, 저는 사법시험도 일부 좀 부활했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해당 발언 이후 보도를 통해 '사시부활'이 대선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지난달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해가 첨예한 지점이 있어 사법시험 부활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변회 김 회장은 “로스쿨 제도 시행 이후 13년이 흐른 오늘날에는 로스쿨 제도를 폄하하는 주장과 편견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다”며 “지난 2016년에는 사법시험 존치를 목적으로 구성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조인 양성 제도 개선 자문위원회’에서조차, 로스쿨의 순기능을 확인하고 검토 끝에 사법시험 존치 의견을 뒤집은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 가장 많이 언급된 편견은 ‘사법시험은 신분 상승의 사다리이고, 로스쿨은 금수저들만 가는 곳’이라는 루머이다”며 “하지만 지난해 물가 기준으로 변호사 자격 취득을 위한 비용을 구체적으로 산출할 경우, 변호사시험은 1억 9,250만 원이 소요되는 데 반하여, 사법시험은 3억 2,590만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회장은 “ (로스쿨) 전체 재학생 3분의 1은 절반 이상의 학비를 면제받고 있고 입시에서도 신체적·경제적·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다양한 특별전형이 보장된다. 선거 때마다 구태하게 반복되는 ‘사시 존치’카드는 시대를 역행한다. 진정한 ‘개천의 용’은 장기간의 수험생활을 강요하는 사법시험 제도가 아닌 폭넓은 장학제도를 보장하는 로스쿨을 통해 배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미 법조계에서는 사법시험 폐지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진 지 오래”라며 “이러한 시점에, 정치권에서 다시금 사법시험 부활론을 꺼내 드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주장에 불과하며, 불필요한 갈등만을 조장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앞으로는 로스쿨 제도를 더욱 발전시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며 “로스쿨 도입 당시 약속했던 것과 같이 과열된 법조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유사직역을 단계적으로 통폐합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로스쿨 제도는 지난 2009년 도입됐다. 사법시험이 법조 직역의 획일·폐쇄화를 강화해 왔다는 비판을 없애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