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두환 평가 말 바꾸기에 야권 일제히 맹비난

이재명, '전두환 비석 밟아(10월)→'경제성과 인정'(11, 12일)→'중범죄자'(13일)

이준석 "이재명, 전두환 재평가한다고 TK펴 오겠나...참 보기 딱한 부분"

심상정 "희대의 내로남불에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올 지경...석고대죄하라"

진중권 "尹이 하면 나쁜 전두환 찬양, 李가 하면 좋은 전두환 찬양?...궤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오락가락하면서 반대 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당하자 13일 전 전 대통령을 향해 "국민을 살해한 용서할 수 없는 범죄자"라고 다시금 직격했다.

이 후보는 TK(대구·경북지역) 매타버스 일정 마지막 날인 13일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10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방문한 포항공과대학교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11일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해 ‘전 전 대통령의 경제성과를 인정한다’고 발언한 지 이틀 만이다. 또한 전날(12일) "모든 게 100% 다 잘못됐다고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 그중 하나가 3저 호황을 놓치지 않고 능력 있는 관료에 맡겨 경제가 성장한 것"이라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전 전 대통령이 경제수석에 경제를 맡겨 성과가 있었다고 한 발언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말 바꾸기를 한 셈이다.

이 후보는 이어 "전두환은 인권 탄압으로 국민의 자유를 빼앗고 살해한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자다"라며 "나는 광주에 갈 때마다 (전두환의) 비석도 예외 없이 밟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전두환은 중범죄자임을 분명히 말씀 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흑백논리에 지나치게 빠져선 안 된다. 종합적으로 평가하되 상대진영은 100% 나쁘고 우리는 100% 옳다는 건 마땅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을 놓고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엇갈리는 평가를 해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그는 지난 11일 경북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 즉석연설을 통해 "우리 편이면 다 옳고 상대 진영이면 다 그르다, 오로지 흑 아니면 백만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사회의 가장 심각한 병폐가 흑백논리, 진영논리"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전두환도 공과가 병존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3저 호황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인 게 맞다"며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업적을 평가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에서 표퓰리즘을 노린 발언이라고 일제히 비판하며 이 후보의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 이준석 "이재명, 전두환 재평가한다고 TK표 오겠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이재명 후보의 전두환 경제성과 인정 발언에 대해 "진보진영에서도 가장 왼쪽에 있었던 분이 이런 발언을 한 것은 결국 본인이 표의 확장성을 더 가져오지 못한다면 이번 선거에서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본다"고 힐난했다.

이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후보의 전두환 대통령 언급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 재평가를 TK에서 한다고 해서 민심이 이 후보를 향하거나 이렇게 보지 않는다"며 "참 보기에 딱한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지난 2월 전당대회 때 저는 대구에 가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정당했고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된다고 연설해 대표가 됐다"며 "단순히 평면적으로 이 후보같이 접근하는 것이 결코 표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심상정 "이재명 '희대의 내로남불'에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 '전두환의 경제성과 평가' 발언이 문제가 되자 이 후보가 '진영논리에 빠져서 사실을 부정하면 안 된다'고 반박한 데 대해 "희대의 내로남불에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라고 질타했다.

심 후보는 "이재명 후보는 불과 한 달 반전에 '집단 학살범도 집단학살을 빼면 좋은 사람인가?'라며 윤석열 후보가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고 한 발언을 맹비판한 적이 있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재명 후보가 재평가한 그 사실부터가 틀렸다. 전두환의 경제는 한 마디로 '노동자 고혈 경제'였다"며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왜 일어났겠나? 전두환의 국가 전복기 시절에 자행된 극악한 노동탄압에 노동자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제가 바로 증인이다. 구로공단에 있으면서, 수많은 노조간부들이 머리채 잡혀서 삼청교육대에 끌려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더 지독한 놈이 나타났다'고 하셨던 이소선 어머님의 육성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또한 "전두환은 쿠데타 성공하자마자 ‘제3자 개입 금지’ 규정 만들어서 노조 압살에 나섰다. 노동자는 자식이고, 기업주는 아버지라며 전근대적이고 굴종적인 노사관을 강요했다"며 "수많은 노동자들이 의문사, 행방불명, 행려병자가 되어 사라져 갔던 것이 바로 전두환 경제의 실체"라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가 전두환을 100% 부정하지 않고, 정치는 잘했다고 평가했을 때 '호남을 능멸했다, 석고대죄하라'고 분명히 말했다. 민주당의 모든 정치인들이 참담하다, 수준이 낮다, 사과하라 맹폭했다"면서 "긴말하지 않겠다. 양심이 있다면 똑같이 하기 바란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 진중권 "尹이 하면 나쁜 전두환 찬양, 李가 하면 좋은 전두환 찬양?“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2일 이재명 후보가 자신의 '전두환 성과' 발언을 일부만 떼서 공격하고 있다고 반발한 데 대해 "윤석열의 말도 일부만 떼서 공격했으면서"라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그때 윤석열은 '정치인의 말은 언제든지 편집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말하는 나의 의도보다 그 말이 국민들 귀에 어떻게 들리는가가 중요하다'고 사과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역시 이재명은 다르군요"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암튼 그때 입에 거품 물고 전두환 욕하던 이들이 이젠 전두환도 잘한 거 있다고 쉴드치는(무조건 감싼다는 뜻) 모습이 매우 흥미롭다"라고 비꼬았다.

또 다른 글을 통해선 "윤석열이 하면 나쁜 전두환 찬양, 이재명이 하면 좋은 전두환 찬양. 지식인이라는 자들이 궤변을 늘어놓고 있으니 그들에게 5.18은 대체 무엇이었는지 한심한 일이다"라고 이 후보를 옹호하는 집단을 겨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두환을 찬양하는 민주당 후보, 이게 상상이 가능한 일입니까?"라고 반문한 뒤, "그 당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알 수 있죠"라고 이 후보와 민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