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분쟁에 유럽가스 가격 역대최고가…EU “러 의존도 줄이자”

천연가스 지표 네덜란드 TTF 이달에만 40% 급증

노드스트림-2 제동·우크라 분쟁에 러시아 가스 공급 축소 우려

EU 집행위 2050년부터 가스 장기계약 금지…사실상 러시아 겨냥한 조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유럽과 영국의 천연가스 가격이 또다시 역대최고가를 찍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050년부터 비(非) EU 국가와의 천연가스 장기계약 체결을 금지하기로 했다.

현재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예상보다 적은 러시아의 공급량과 추운 날씨로 인한 수요급증으로 인해 상승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EU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에서 11월 러시아에서 EU로 들어오는 가스양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줄었다.

이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 가스 공급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유럽의 가스 가격이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유럽 천연가스 지표인 파생상품 네덜란드 TTF 가격은 14일(현지시간) 메가와트시(MWh)당 131유로까지 급등했다. 이는 이달에만 40% 이상 상승한 수치다.

이에 유럽은 러시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도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15일(현지시간) 탄소배출 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2049년 이후 非EU 국가들과 천연가스 장기계약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가스 시장 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는데 이는 사실상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다.

천연가스 소비량의 43%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은 코로나19 이후 수요급증과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로 올해 천연가스 가격이 600%까지 치솟는 등 사상 최악의 에너지 대란을 겪고 있다. 러시아로부터 유럽에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노드스트림-2의 개통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이 대두되고 서방국과 러시아의 대립이 심화되면서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천연가스관 노드스트림-2 개통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미국은 노드스트림-2에 대한 제재를 가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재개할 경우 가스관의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국은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노드스트림-2가 개통될 시 러시아가 유럽에 가지는 영향력이 증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독일 에너지 규제기관 또한 지난달 유럽 에너지법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노드스트림-2에 제동을 걸며 승인절차가 일시 중단된 상태다.

EU 집행위는 16일(현지시간) 정상회의에서 추후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후 EU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과반수 동의가 있을 시 해당 법안은 유효하게 된다.

EU의 최대 천연가스 공급국이자 장기계약을 선호해온 러시아 측은 EU의 이러한 결정이 또다시 가격 상승과 불안을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