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없는 정책토론... 李·金 모두 '품격' 올라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새물결) 대선 후보와의 첫 TV 토론이 2일 CBS 주최로 진행됐다. 양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네거티브 없는 철저한 정책 토론으로 모두 '품격 토론'을 벌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6시 25분부터 'CBS 한판승부'의 박재홍 앵커의 진행으로 시작된 토론회는 양 후보의 모두발언, 공통질문-Ⅰ·Ⅱ, 주도권 토론-Ⅰ·Ⅱ, 마무리발언 등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진행이 됐다는 평가다.

다만 김동연 새물결 후보의 경우 기재부 차관·경제부총리 등 경제수장을 지낸 경험과 역량을 토대로 ‘디테일한 정책’에 중점을 둔 반면, 지자체장으로서 국정운영에 참여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경우 ‘정책의 큰 방향성’에 중점을 둔 부분은 다소 대조를 보였다.

이재명 후보는 모두발언에서 코로나19 위기를 이겨내는 것이 결국은 '진짜 실력'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위기를 단순히 극복하는 것을 넘어서서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정말 실력을 보여주겠다"며 "현재의 어려움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만드는 유능한 경제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자신이 적임자임을 힘줘 말했다.

김동연 후보는 지금 대선판이 네거티브 공방으로 이어지면서 미래와 비전, 정책 토론이 없음을 개탄하면서 "이번 대선 후보간 토론에서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대선판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 국민들을 기쁘게 해드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주도권 토론에 임한 양 후보는 자신이 강점을 가지고 있거나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현안들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묻는 일문일답을 이어갔다.

◆ 金 "소상공인 손실보상 시급", 李 "국가가 충분히 책임져야"

김 후보는 우선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겪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대선 이전이라도 대선 후보들과 여야 정치권이 합의해 추경 확대 등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이에 이 후보는 "국가가 해야 될 가장 중요한 일이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인데 소상공인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방역을 하고 있다"라며 현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전 세계 국가들에 비해서 우리나라가 소상공인·자영업자와 국민에 대한 지원이 너무 적다"면서 "국가가 충분히 책임져야 된다"고 가세했다.

김 후보는 자신이 경제 관료로 오랫동안 재직한 경험을 들어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나중에 국가재정 측면에서 실현 가능성이 적었던 점을 지적하며 이 후보에게 공약 이행을 위한 재정 규모를 물었고, 이 후보는 ‘예산 총량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 집행임을 답했다.

이에 김 후보는 이 후보의 311만호 주택공급 공약 등 수많은 공약 이행을 위해선 "이 후보가 가용재원 내라고 한 말은 이해되지만 그렇게 안 될 것 같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공약을 실천 가능하도록 가용 가능한 예산 총량 범위 내에서 세웠다"고 맞받았다.

김 후보는 그간 경험으로 비추어 후보들이 내 공약이 과연 얼마나 실천 가능성이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을 거듭 제기했고, 이 후보는 "저는 국민에게 약속한 걸 지켜야 된다는 것을 정치의 평생 신념으로 가져온 사람"이라며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할 때 공약 이행률이 96% 넘는 이유가 사실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지금이 위기 상황인 만큼 국채 발행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며 "또 전환의 시기에 당연히 경제 성장을 위한 인프라 투자, 교육 투자, 과학기술 투자 등 분야에 대해선 아끼면 안 된다"고 강조했고, 김 후보는 "가용재정 문제는 만만히 보면 안 되고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 金 "책임자로서 대장동 입장 밝혀야", 李 "···"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도 양 후보는 부드러우면서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부동산 문제에 정치적 이념이 들어가는 것과 시장을 힘으로 이기려는 정책을 펼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 후보의 311만호 공급대책에 대해서 "현실가능성을 짚어 봐야한다"고 지적했고, 이 후보는 "임기 안에 다 짓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 대목에서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의 한 요인으로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용으로 부동산을 매집할 수 있게 만든 임대주택 활성화 대책을 언급하면서 "투자용에 대해 세금을 깎아주고, 심지어 금융혜택도 줬다"며 김 후보가 경제부총리 시절 임대주택 사업자 특혜로 부동산값 폭등의 빌미를 제공했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 후보는 이에 대장동 사태를 거론하며 '어쨌든 책임자로 있을 때 일이니 분명한 입장과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걸 했으면 어떻겠냐'고 물었고, 이 후보는 답을 하지 않았다.

김 후보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론’에 대해서도 이번 정부의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을 실패한 사례로 언급한 뒤 "후보 공약 중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은 게 기본소득"이라면서 "기본소득 (재원이) 20조 원에서 60조 원까지 간다"고 지적했고, 이에 이 후보는 "보편적 기본소득은 국민 의사를 존중해 위원회 형태로 충분히 검토하겠다. 선거 공약은 지킬 수 있는 것만 하는 게 원칙"이라고 맞받았다.

김 후보는 이밖에 이 후보에게 선거자금을 얼마나 쓸 거냐고 물었고, 이 후보는 ‘전면전’이라고 규정한 뒤, "법률상 허용되는 가능한 범위 내 많이 쓸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김 후보는 "저는 후원금이 전부다. 보조금 1원도 못 받는다"며 "선거보조금 문제, 정치 진입장벽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양 후보는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일치를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이 후보는 일자리 300만개 창출 공약과 관련, '100만개의 사회서비스· 200만개의 디지털 전환 135조 투자를 통한 일자리'를 강조했고, 김 후보는 재정으로 만든 공공일자리를 비난하면서도 '스타트업 10만개를 통한 200만개 일자리 창출'은 이 후보와 일맥상통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 金 '다선 의원, 초선 시작은 꼼수', 李 "당론 아냐"

양 후보는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도 일부 같은 입장을 표명하기도 하고, 다른 입장을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김 후보는 국회의원 3선 이상 출마 제한과 관련 민주당 지도부에서 ‘3선 이상’ 다선 의원을 ‘초선’으로 시작하는 점을 ‘꼼수’라고 비판하며 이 후보의 입장을 물었고, 이 후보는 ‘당론이 아님’을 강조하며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지난 총선에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부분에 대한 지적에도 이 후보는 ‘주권재민’ 정신을 강조하며 "위성정당은 정말 잘못된 것이며. 입법으로 막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 양 후보는 개헌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고, 이 후보는 이에 더해 일괄적 개헌보다는 순차적으로 가능한 부분을 먼저 하는 쪽에 무게를 두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권력구조 문제와 관련해서도 양 후보는 양당체제 개편, 즉 정치 진입장벽 허물기, 책임총리제, 통합정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다만 김 후보는 이 후보의 ‘국민내각’ 취지는 공감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권력을 잡게 되면 ‘인의장막’이 쳐지게 됨을 지적했다.

공직사회의 효과성·효율성 제고를 위한 양 후보의 입장 표명도 눈에 띄는 대목으로, 김 후보는 ‘실제적 권한 위임’을 강조했고, 이 후보는 ‘지휘자(리더) 문제’를 들면서 "모든 권한을 공직자에 분산해, 자율적 운영을 하게하고 그 결과는 엄격하게 평가(신상필벌)함이 필요하다"며 테크노크라드(전문관료)가 정책운영을 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에 김 후보는 공직사회가 그런 방향으로 가려면 ‘인센티브 제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점을 제안했다.

◆ 李 "'선제타격' 등은 남북문제 해결책 아냐", 金 "현 정부, 대북정책 원칙과 철학 부족"

남북문제와 대외 안보문제에 대해서도 양 후보는 공감과 다른 입장을 서로 번갈아 주고 받았다.

김 후보는 이 후보가 승리할 경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할 것이냐고 물었고, 이 후보는
“제가 집권하면 4기 민주정부라는 뿌리는 같지만 더 진화된 정부”라면서 “대결·제재 등 압박보다는 대화·타협·인내하는 정책을 펼쳐나겠다”며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 후보는 현재 야당 후보(윤석열 후보)의 '선제타격', '사드 추가배치' 등 발언에 대해 "남북간 긴장을 고취시켜 대결 국면으로 가면서 진영결집을 노리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북한의 도발에 유감을 표하며 규탄한다. 하지만 문제해결의 길을 찾아야지 윤 후보 해결방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는 대북문제에 있어 현 정부가 '원칙과 철학이 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한 문제를 지나치게 외교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고, 한일 문제의 정치적 활용 금지, 미중 문제에 대한 분명한 방향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에 이 후보는 "국가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게 공동체의 안전과 존속 등 안보가 중요하다"면서 "북한 문제도 남북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닌 미중일러 복합문제다"라고 공감했다. 이어 "세계 경제력 10대, 군사력 6대 강국 반열에 낀 우리가 입장 선택을 강요당하는 게 아니라 선택을 요구할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 국력과 정치 지도자의 현명함과 용기가 필요하다"면서 “안보 문제를 정략대상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우회적으로 여권을 비판했다. 윤 후보의 ‘선제타격론’과 ‘사드 추가배치’에 대한 비판인 셈이다.

김 후보는 대선 후보들간 글로벌 이슈에 대한 담론 제기가 없음을 지적하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글로벌 경제 전환에 대한 범국가적 대응방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자고도 제안했다. 경제 전문가다운 제안인 셈이다.

토론의 마무리 발언에서 김 후보는 모두발언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시 한 번 소상공인 대책에 대해 각 후보들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는 "(김동연) 후보께서 공통공약 추진위원회를 만들어서 모두가 같이 제시한 공통 공약에 대해서는 정말 꼭 했으면 좋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 후보는 이어 "약속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정치인을 찾아야, 다음에 약속을 잘 지키게 된다"며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위기에 강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 후보 이재명"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날 진행을 맡은 앵커는 토론회를 마무리하면서 이번 토론회를 지켜본 많은 시청자들의 반응 중에 두드러진 평가가 '고품격 토론'이라며, 두 후보의 호감도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