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한 달 앞두고 터진 '김혜경 폭탄'... 與 '한숨'-野 '휴'

설 연휴에 터진 '김혜경, 법인카드 사적사용' 보도에 민주당 한방 맞아

국민의힘, ‘김건희 사태’ 묻혀질 가능성에 '안도의 한숨(?)'

김혜경, 2일 사실 시인하며 파문 진화에 나섰지만 KBS 보도에 '파문 확산'

민주 이상민 "변호에도 한계" 탄식, 정운현 "점입가경", 윤건영 "반성해야"

이재명 "직원 일로 심려끼쳐 죄송", "법인카드 사용 문제 드러나면 책임지겠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팽팽' 또는 '약간 우세' 등으로 대선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거대 여·야당 대선 후보 간 지지율 경쟁에 설 연휴 터져 나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 관련 '메가톤급 논란'이 결정적 변수가 될 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울러 그간 세간의 관심이 쏠렸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 관련 각종 의혹은 여기에 묻혀가는 게 아니냐는 정치권의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여야가 대조적인 분위기다.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 씨는 2일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시절에 최측근인 배모씨(5급직원)를 통해 비서실 A씨(7급직원)에게 약 심부름, 음식 배달 등 각종 심부름을 시켰다는 A씨 주장에 대해 사실임을 시인했다.

김씨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있었다"며 이같이 밝힌 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다. 공과 사를 명료하게 가려야 했는데 배 씨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달 28일 첫보도가 나온 뒤 침묵으로 일관하던 김씨는 A씨가 텔레그램 대화방, 녹음파일 등을 공개하면서 파장이 확산되자 뒤늦게 사과하며 파문 진화에 나선 것이다.

그간 A씨에게 심부름을 시킨 사실을 '사실무근', '대선개입'이라며 극구 부인하고 고발까지 경고했던 배씨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사실을 시인했다. 다만 자신의 지시는 이 후보 부부와는 전혀 무관함을 주장했다. 아울러 이후 선대위에서 물러날 것임도 밝혔다.

민주당도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배씨의 ‘사실무근’ 주장에 김씨를 적극 방어해왔으나, A씨가 텔레그램과 녹음파일 등 각종 자료를 연일 공개하면서 이 후보가 내세워온 ‘공정·정의’ 이미지에 치명타가 가해지자 결국 배씨의 '돌출행위'임을 강조하며 파문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설상가상으로 설 연휴 마지막날(2일) KBS가 A씨를 인용, 소고기 심부름 등에서 벌어진 '카드 바꿔치기 결제'를 보도하면서 논란이 더 확산됐다. 이날 KBS 보도에 따르면 김씨 수행팀이 관련 회계 규정을 피하려 개인카드로 선결제를 했다가 이를 취소한 뒤 법인카드로 재결제하는 등 편법 사용을 해왔다.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인 셈이다.

김씨가 경기도청 비서실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야권은 공금 횡령과 국고손실 범죄라며 공세를 펼치며 이 후보 부부의 도덕성을 거듭 문제 삼았다.

분위기 이렇게 흐르자 민주당 측에서는 한달여 남은 대선 기간 중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악재, 즉 ‘김혜경 폭탄’이 터진 상황에 아연질색하는 분위기다. 그간 차근차근 쌓아온 이 후보 이미지를 일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치명적인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제 의전’ 갑질과 ‘법인카드 사적사용’ 등은 평소 이 후보가 주장해온 '공정'과 '정의'에 정면 배치된다. 특히 2030세대가 가장 혐오하는 구태다. 그렇지 않아도 청년층 지지율에 목말라하고 있는 이 후보로서는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그간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를 맹공하면서 "우리 김혜경씨를 보라"며 김씨의 '우월성'을 강조해온 민주당으로서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전날에 이어 3일에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김씨의 갑질, 법인카드 사용에 대한 질문을 받자 ‘김건희 씨 수사부터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냉랭했다.

이낙연 전 경선후보의 공보단장이었던 정운현(전 국무총리 비서실장)도 페이스북에 "점입가경(漸入佳境): 갈수록 더 경치가 좋아진다"는 냉소적 글을 올렸다.

친문 핵심 윤건영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어제 배모씨가 잘 보이기 위해서 일종에 과잉을 했다는 얘기를 했고, 후보 배우자도 진솔하게 인정하고 사과를 구했다"면서도 "아쉬웠던 건 설령 몰랐다고 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고 반성할 부분은 반성해야 된다"고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당내 쓴소리’ 이상민(5선) 의원은 앞서 전날(2일) 밤 페이스북에 "오늘 녹화(TV조선 강적들)하는 동안 너무 힘들었다. 한참 지난 지금도 뒷맛이 영 개운찮다"면서 "변호하는 데도 한계가 있네요. 그리고 불편하다"고 탄식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사태를 '결정적 변수'로 보고 '파장 최소화'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심각한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대장동 의혹·형과 형수 갈등’과 같은 문제는 여야 공방이 진행되면서 어느 정도 수위 조절이 가능하지만 ‘김혜경 폭탄’은 아예 그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고, 특히 2030 세대들에게는 ‘권력 갑질+불법 편취’ 등과 같은 ‘공정과 정의’면에서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이 후보는 부인 김혜경 씨를 둘러싼 '황제 의전' 논란에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후보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지사로서 직원의 부당행위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지 못했고, 저의 배우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감지하고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면서 "더 엄격한 잣대로 스스로와 주변을 돌아보려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모자랐다"고 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부적절한 경기도 법인카드 사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면서 "보도된 내용을 포함하여 도지사 재임 시절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이 있었는지를 감사기관에서 철저히 감사해 진상을 밝혀주기를 바란다. 문제가 드러날 경우 규정에 따라 책임지겠다"고도 밝혔다.